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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지난해 12월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의료계 종사자와 고위험군 환자, 80세 이상 고령인 등에게 접종의 기회가 주어졌고, 그 뒤로는 고령부터 순차적으로 백신 접종의 기회가 열렸다.

40세 이상 대상자들에 대한 온라인 예약이 시작된 5월 13일, 저녁식사를 마치고 느지막이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런데 아뿔싸, 그렇게 여유를 부릴 일이 아니었다. 클릭하는 날짜마다 'Not Available'(예약 불가) 메시지가 뜨는 바람에 한참 뒤인 6월 5일에나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다들 오매불망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싶었다.

진행이 빨라져 5월 23일부터는 12세 이상도 접종 예약이 가능해졌다. 지난번의 경험을 되살려 13세인 딸의 예약은 아침부터 조금 서둘렀다. 하지만 또 한번 아뿔싸, 예약 사이트가 열리는 오전 8시부터 다들 컴퓨터 앞에 앉아 대기했던 건지, 10시 반쯤 접속했을 땐 이미 한 달 가량의 예약이 다 잡혀 있었다. 이건 뭐, BTS 콘서트 티켓 예매하듯 했어야 하는 모양이라며 하는 수 없이 6월 20일로 예약해야 했다.

그 후 예약 사이트를 두세 번 들락거린 끝에 무려 5월 31일로 딸의 예약을 앞당길 수 있었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바뀌는 건지, 단순한 스케줄 변화 때문인지, 조금 전만 해도 예약이 꽉 찼던 날에 빈 자리가 생기기도 하고 꽤 빈 자리가 많았던 날이 금세 '예약불가'로 바뀌기도 했다. 코로나 상황 만큼이나 백신 예약도 예측불가였다.

캐나다는 현재(15일 기준) 약 61%가 1차 접종을 했고, 약 8%가 2차까지 접종을 마쳤다. 그런데 백신 예약 사이트가 BTS 콘서트 티켓 예매 사이트 마냥 문전성시였던 것과는 달리, 여전히 백신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불안해하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은 모양이다.

지금까지는 잘 왔지만... 백신 거부감 큰 사람들이 남은 상황
 
백신 접종하러 갔을 때 접종센터에서 찍은 사진. 접종 후 이상반응이 없는지 15분간 기다렸다.
 백신 접종하러 갔을 때 접종센터에서 찍은 사진. 접종 후 이상반응이 없는지 15분간 기다렸다.
ⓒ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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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에는 백신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웃돌았지만, 서서히 접종 감소세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백신을 고대하고 있던 사람들, 백신 접종을 받는 데 제약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접종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수요가 감소할 것임을 이미 예측하고 있던 터였다.  

따라서 캐나다에서도 곧 백신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이란 견해가 5월 말부터 전해지고 있었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이 계속돼 왔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백신에 대한 극도의 망설임과 회의라는 벽에 부딪힐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백신 캠페인의 전략을 바꿔야 할 거란 얘기였다.

EKOS라는 조사기관의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현금, 상품권, 영화나 스포츠 행사 티켓 제공 같은 인센티브가 효과적일 거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에 대한 공공교육이 효과적이라는 응답은 80%, 여행이나 대규모 공공행사 참여를 위한 백신 증명서나 '백신 여권'이 동기부여가 될 거라는 응답 역시 80%였다.

이처럼 인센티브를 찬성하는 편에서는 지금껏 다른 부문에서 이용됐던 인센티브의 예들과 연구결과를 토대로 비용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미국의 여러 주에서 복권, 상품권, 장학금, 맥주, 스포츠 행사 티켓, 버스티켓 지급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 방식으로 접종율을 끌어올렸다면서. 이처럼 전통적인 공중보건 캠페인에서 볼 수 없었던 프로그램의 참신함이 주의를 끌어 백신을 맞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해법은 인센티브?

그러나 모두가 인센티브를 최선의 선택지라 여기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일자 <더글로브앤드메일(THE GLOBE AND MAIL)>에 실린 오타와 대학 전염병 학자인 래이와트 데오난단은 사람들로 하여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강제하게 되는 '윤리적 딜레마'를 지적했다.

백신 접종을 원하지는 않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들은, 다만 돈이 절실하기 때문에 팔을 걷어올리게 될 뿐이라는 얘기다. 이는 큰 목적을 위해 그들의 재정적 취약함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일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들의 협조를 돈으로 사는 것이지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아니다."
"백신에 대한 망설임을 줄이는 최선의 매카니즘은 과학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으며 잠시 생각에 빠진다. 이미 코로나 3차 유행까지 겪었고, 이제 좀 기세가 수그러드는가 싶은데 이번엔 또 인디아 변이가 변수란다. 4차 유행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집안에 갇힌 아이들을 보며 이런 세상을 겪게 한 어른의 한 사람으로 죄스러움을 느낀다. 집단면역을 위해 한시가 시급한 상황에서 접종율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것이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일 비윤리적인 일일까?

한편, 백신접종에 대한 불안과 회의는 정확한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잠재워야 마땅하지. 맞는 말이야, 믿음을 돈으로 살 수는 없잖아. 더구나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원치 않으나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될 수도 있다면… 두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

알버타 대학의 보건법과 정책 연구위원장인 티모시 클로필드는 인센티브라는 접근방식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며, 백신을 강경하게 거부하는 이들에게 인센티브는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레 바야트리지 사회학 교수 역시 이러한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접종을 꺼리는 여러가지 이유들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란 있을 수 없다며, 백신접종 거부자들에게는 액수와 상관없이 재정적 인센티브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인센티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백신이 신뢰할 만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점, 앞으로의 코로나 추가접종에 대해서도 보상을 요구하게 될 거라는 점, 노숙인과 같이 이미 소외계층에 속한 이들이 인센티브라는 제도에 있어서도 또 한번 소외됨으로써 계층분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을 든다.

알버타주, 접종률 70% 달성하면 2주 후 인센티브 복권 추첨

머지않아 인센티브가 필요하리라는 예측, 그렇다면 보다 친사회적인 방식으로의 인센티브는 무얼까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지난 9일 캐나다 마니토바주가 가장 먼저 백신 인센티브를 실시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며칠 후 알버타주가 그 뒤를 이었다. 퀘백 등 다른 주들도 여러 형태의 인센티브 방식, 효과와 역효과, 도입 시기 등을 고민하고 있다.

우선 마니토바주는 총 2백만 달러 가량의 현금과 장학금을 지급하는 복권 추첨 방식을 택했다. 여름에 걸쳐 두 번의 추첨을 하게 되는데, 접종을 마친 마니토바주 사람들은 자동으로 추첨 대상이 된다(원하지 않는 사람 제외). 12세에서 17세 사이의 청소년들에게는 현금 대신 총 2만 5천 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추첨이 10회 있을 예정이다.

알버타주 역시 세 차례에 걸친 총 1백만 달러의 복권 추첨을 결정했다. 알버타인의 70%가 한 차례 이상 접종을 받게 되면, 그로부터 2주(백신의 효력이 발휘되기까지 필요한 기간) 후 경제 재개 계획 3단계가 시작된다. 그리고 바로 그날 추첨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7월 초까지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폐지하고 캘거리 스탬피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는 알버타주의 재개 계획이 실행되기를 바란다.

캐나다에서 접종율이 비교적 낮은 지역이나 계층을 분석해보면 기동성 문제, 언어장벽, 문화적 종교적 우려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따라서 임시 클리닉 수 확대, 대규모 사업장 직원들을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통해 접종에 대한 장벽을 없애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백신에 대한 망설임과 회의를 줄이기 위해 백신에 대한 추가정보 제공과 캠페인도 이어지고 있다. 인센티브에 앞서 그러한 노력들이 더욱 다각도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백신 인센티브는 '독려'와 '윤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한 전문가의 말도 기억했으면 좋겠다.

태그:#캐나다, #백신 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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