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종합격투기 단체 UFC를 이끌고 있는 수장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호불호가 확실한 인물로 꼽힌다. 다소 독선적인 성격으로 인해 관계자나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것을 비롯 본인 역시도 파이터를 대함에 있어 다소 비뚤어진 편애를 드러내기도 한다. 사업적 수완은 뛰어나지만 성격만큼은 얼음처럼 냉정하기보다 불처럼 뜨거울 때가 많다.

보통 격투 단체에서 최고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은 챔피언이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화이트 대표는 다르다. 챔피언이나 랭커 혹은 거기에 끼지도 못하는 선수를 가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유형을 골라 대놓고 밀어준다. 그렇다보니 챔피언 중엔 찬밥 대우를 받는 이들이 있고, 반대로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치지만 커리어 이상으로 대우를 해주는 파이터가 생겨나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는 화이트 대표의 개인 성향도 있겠지만 나름대로의 확실한 이유도 있다. 타 단체도 마찬가지겠지만 UFC 역시 영리단체다. 단체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익 발생이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PPV(PAY-PER-VIEW: 유료로 영상을 보는 방식)'는 큰 비중을 차지 한다.

때문에 화이트 대표는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을 갖추거나 자신만의 캐릭터가 확실한 선수를 좋아한다. 대부분 그런 선수가 관중들을 끌어모으고 흥미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약물 사용 파이터의 '명예의 전당'행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기는 하지만 누구보다도 포레스트 그리핀, 스테판 보너를 아꼈던 이유다.

그리핀과 보너는 UFC 흥행의 도화선이 됐던 리얼리티 MMA 프로그램 'TUF(The Ultimate Fighter)' 시즌1이 낳은 최고 스타들로 맞대결을 통해 명경기까지 연출하며 화이트 대표를 흡족하게 했다. 화이트 대표는 대놓고 이들을 자신의 양자들이라고 표현하는 등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두 선수는 성적 자체만으로는 모자람이 있었지만 상징성이라는 프리미엄을 얻고 UFC의 전설로 통하고 있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을 아주 좋아한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을 아주 좋아한다 ⓒ UFC 아시아 제공

 
타협 없는 마이웨이, 변하지 않는 경영방식
 
화이트 대표가 가장 좋아했던 파이터로는 '악명 높은(Notorious)' 코너 맥그리거(32·아일랜드)가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는 역대급 상품성에 기량까지 출중했다. 카운터 위주의 파이팅 스타일로 인해 연일 화끈한 경기를 연출했으며 경기장에서는 물론 장외에서까지 자신을 잘 포장할 줄 아는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당연히 맥그리거 주변으로는 엄청난 돈이 따라붙었고 화이트 대표 역시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성격 등에서는 다소 안 맞는다는 말도 있었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그건 중요하지 않다. 화이트 대표는 맥그리거가 체급을 넘나들며 스스로 대진에까지 끼어드는 것도 암암리에 묵인해주었으며 '복싱계 전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4·미국)와의 복싱이벤트까지 성사시켰다.

어디 그뿐인가, 그러한 과정에서 '악동' 네이트 디아즈(36‧미국)에게 별다른 명분 없이 맥그리거와 두 번이나 맞붙을 기회를 줬다. 당시 UFC 쟁쟁한 파이터들 대부분이 맥그리거와 경기를 하고 싶어했는데 화이트 대표는 성적상 별볼일 없는 디아즈를 계속해서 밀어줬다. 아메리칸 갱스터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상품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화이트 대표의 행보에 대해 "한 단체의 수장으로서 형평성을 자꾸 깨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많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화이트 대표는 마이웨이를 갈 뿐이다. 흥행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선수가 아니면 어지간한 말 정도는 무시해버리기 일쑤며 기분이 거슬린다 싶을 경우 "싫으면 나가라"는 고압적인 자세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메이웨더와 2300만명 팔로어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로건 폴(26·미국)의 복싱 시범경기가 엄청난 머니게임으로 마무리되자 UFC 헤비급 챔피언 '프레데터' 프란시스 은가누(35·카메룬)는 SNS를 통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튜버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세상에서, UFC가 버는 수익에 비해 파이터에게 돌아가는 것은 너무 적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비단 이것은 은가누 개인의 의견이 아닌 상당수 UFC 파이터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화이트 대표는 단호했다. 그는 지난 9일 TMZ와의 인터뷰를 통해 "팬들의 관심은 상품성과 인지도에서 나온다. 다른 사람이 받는 돈에 관해 왈가왈부 하지 말라. 폴 형제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유명세를 만들었다. 하룻밤에 이뤄낸 일이 아니다. 파이터는 파이터고 유튜버는 유튜버일뿐이다. 경기가 하기 싫으며 하지 말라"며 잘라 말했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

'코리안 좀비' 정찬성 ⓒ UFC 아시아제공

 
한국의 좀비, 화이트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다
 
그런 화이트 대표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고 있는 선수가 한국에도 있으니 다름아닌 '코리안 좀비' 정찬성(34‧코리안좀비MMA)이다. 화이트 대표의 정찬성 사랑은 예전부터 유명했다. "단체에서 가장 화끈한 선수 중 한명이다"며 치켜세우는가 하면 본인이 직접 '코리안 좀비' 티셔츠까지 입고 나타나 팬임을 인증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아시아계 파이터 중 정찬성만큼 화이트 대표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파이터는 아직까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여기에는 합당한 이유도 있다. 정찬성은 화이트 대표가 좋아할만한 경기를 펼치는 파이터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2010년 4월, WEC 48에서 있었던 레오나르도 가르시아와의 세기의 난타전을 통해 격투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후 펼치는 경기마다 뜨거운 함성을 자아냈다.

정찬성은 UFC에서 가졌던 가르시아와의 2차전에서 '트위스터(Twister)'라는 실전 경기에서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기술로 리벤지에 성공한 것을 비롯 당시 정상급 강자로 꼽혔던 마크 호미닉에게는 경기 시작 7초 만에 KO승을 거두기도했다.

더스틴 포이리에(32·미국)와의 기대주 매치에서는 테크닉의 정점을 보여주었으며 병역 의무 이행 후 치른 복귀전에서 데니스 버뮤데즈(35·미국)를 카운터 어퍼컷으로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어디 그뿐인가, 열세가 예상됐던 2019년 헤나토 모이카노(32·브라질)와의 진검승부에서는 엄청난 카운터 펀치를 선보이며 경기 초반에 승부를 끝내버렸다.

국내 팬들 입장에서는 아쉽기 그지없지만 안타깝게 분루를 삼킨 야이르 로드리게스(31·멕시코)전 등 패한 경기에서도 평범하게(?) 마무리 짓지는 않았다. 치열한 승부 끝에 승기를 잡아가며 판정승이 예상됐던 경기종료 1초전 불의의 팔꿈치 공격에 대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기든 지든 화끈함이 보장되는지라 모든 팬들이 정찬성의 경기를 좋아한다.

그런 정찬성를 향해 최근 화이트 대표는 "좀비에게는 여전히 타이틀 도전의 기회가 남아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찬성은 오는 20일 미국 네바다주 라이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서 있을 'UFC on ESPN 25' 메인이벤트에서 '하와이안 좀비' 댄 이게(29‧미국)와 페더급 매치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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