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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이 2020년 10월 28일 탄소 중립 선언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환경부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가 발행한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7억 900만 톤이고, 흡수량은 4200만 톤입니다. 배출량은 줄이고 흡수량은 늘려서 2050년이 되기 전에 이 두 양을 동일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탄소 중립이라는 뜻입니다. 대통령님은 정말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예를 들어, 대통령님은 지난 5월에 서울에서 열린 '녹색미래 정상 회의'(P4G회의)에서 전기차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휘발유차와 경유차를 전기차로 바꾸면 수송 부문의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있다는 말씀을 하고 싶었던 건가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왜냐하면 문재인 대통령님이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한 2020년 10월 28일에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 중립 전략'에 보면 "전기차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다"라고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정말 전기차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럼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기는 어디에서 어떻게 만듭니까?
  
<전기차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교통수단이다.>는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이런 사실과 다른 판단은 과학만능주의에 치우친 정책을 만듭니다.
▲ 2020년 10월 28일 대한민국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전략> 중 일부. <전기차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교통수단이다.>는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이런 사실과 다른 판단은 과학만능주의에 치우친 정책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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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가 2020년 6월 16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전기차는 정말 친환경차일까?'라는 글에 과학적인 조사 결과가 요약되어 있습니다. 물론 전기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므로 친환경 차량 맞습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라는 건 틀린 얘기입니다.

아무리 전기차라 하더라도 그 자동차의 생산 과정이나 전기의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자동차공학회의 실험에선 테슬라의 전기차가 국내 휘발유차보다 오히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서울경제 2020년 12월 14일 기사).

공학 기술보다 사회적 기술: 수송 부문의 사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우리 나라는 공학기술보다 사회적 기술을 더 많이 필요로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체에너지 관련 공 학기술이 전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대체에너지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거의 꼴등이라는 사실을 봐도 이걸 알 수 있습니다. 공학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사회 정책이 없어서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송 부문에 대해서만 예를 들어 두 가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영국에서 주4일 근무제로 전환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1%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한겨레 2021년 5월 30일 기사). 바로 이해되지 않으시나요? 매일같이 사람들이 학교와 직장을 다니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교통 수요 자체를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드는 겁니다.

둘째, 이보다 더 획기적인 것은 그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 계획'입니다. 도시 내에서 차량을 이용할 필요가 없도록, 웬만한 곳은 걸어서 15분에 갈 수 있도록 도시 시설물의 배치를 새로 하겠다는 겁니다(이수진. 국토이슈리포트 32호. 2021년 1월 21일).

생각해보십시요. 우리가 왜 교통을 이용합니까? 수도권만 하더라도, 거의 천만 명의 사람들이 매일같이 엄청난 온실가스를 뿌려대면서 출퇴근을 합니다(통계청. 2012. 수도권 거주자의 출근 전쟁). 만일 직장이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이런 교통 수요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겁니다.

그래서 파리의 이달고 시장은 직장인들이 회사 근처에 거주할 수 있도록, 파리 시내에서 에어비앤비 호텔용으로 쓰고 있는 아파트들을 매입해서 주거용으로 임대를 주겠다고 한 것입니다(경향신문. 2020년 8월 3일 기사).

지역주민이 원하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 순천시의 사례

저는 2020년에 전남 순천시에서 '기후변화 대응 그린뉴딜 정책 개발'이라는 일을 잠시 했습니다. 대통령님이 작년 6월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하시면서 "지역이 먼저 나서서 그린뉴딜 정책을 만들어주면 지원하겠다"라는 취지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저 혼자서 정책을 개발한 게 아니었습니다. 순천시민들을 만나서 물어봤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순천시가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요?"

그러자, 순천시민들은 '기후변화가 오더라도 안전하고 행복한 도시 순천 만들기'를 정책의 목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안해 주었습니다. (1) 도시 및 교통 계획 센터의 설립과 운영, (2) 에너지 센터의 설립과 운영, (3) 지역 농업 지원 프로그램(지역 농산물 소비에 대한 보조금), (4) 아파트 등 개발 공사의 최소화 선언, (5) 학습과 참여에 의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 수립, (6) 기후변화 대응 참여예산제
  
순천시민들은 공학기술이 아니라 시민 참여와 같은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순천시민들이 2020년에 제안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 순천시민들은 공학기술이 아니라 시민 참여와 같은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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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섯 가지 정책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정책의 개발과 실행의 주체가 된다는 것입니다. 파리의 15분 도시처럼 만들려면 우리나라에선 도시 계획을 바꿔야 하는데, 이것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협의해가면서 만들어야만 추진이 가능해집니다. 대체에너지를 보급할 때도 에너지 센터가 시민들과 대화를 통해서 방법을 찾아나가는 겁니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추진하려고 보면, 대부분의 것들이 주민 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정책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실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순천의 시민 분들이 이런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제안해주신 겁니다.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것은 과학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자본
  
노무현 대통령의 2001년 12월 10일 연설 중.
사진: 대한민국 국가기록원 (위키페디아)
▲ 노무현 전 대통령: 신뢰, 협동이라는 사회적 자본을 한국이 제대로 구축하느냐에 미래가 달  노무현 대통령의 2001년 12월 10일 연설 중. 사진: 대한민국 국가기록원 (위키페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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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과학기술로 만드는 시설물이 아니라, 시민들과의 대화와 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입니다. 주민들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그걸 자신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섭섭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시설 사업을 추진하려고 할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시민들과의 대화, 정부에 대한 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인 겁니다.

(사회적 자본의 형성이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논문이 있습니다. Paul, C. J., Weinthal, E. S., Bellemare, M. F., & Jeuland, M. A. (2016). Social capital, trust, and adaptation to climate change: Evidence from rural Ethiopia. Global Environmental Change, 36, 124-138.)

대통령님! "사회신뢰, 협동이라는, 이 사회적 자본을, 한국이 제대로 구축하느냐 못하느냐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앞으로의 사회 생산성은, 생산요소 투입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혁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토대가 되는 사회적 신뢰를 어떻게 구축해 가느냐,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기억나십니까? 이건 제가 한 얘기가 아니라 바로 노무현 대통령님이 2001년에 대선 후보 출마 연설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지금이라도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대폭적으로 수정해 주실 것을 대통령님께 부탁드립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어떻게 할지 모든 세세한 면에서 국민들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토론하고 합의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느려도 튼튼한 정책이 됩니다. 그렇게 해야 노무현 대통령님이 강조했던 사회자본이 만들어집니다. 부탁드립니다.

[관련 기사]
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기후변화 편지 1 http://omn.kr/1twmx
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기후변화 편지 3 http://omn.kr/1twmy

태그:#기후변화, #사회적자본, #과학만능주의,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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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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