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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장은 조선시대부터 전라도와 경상도 주민들이 이용해 온 전통시장으로,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뒤섞여 독특한 풍속과 문화가 형성된다.
 인월장은 조선시대부터 전라도와 경상도 주민들이 이용해 온 전통시장으로,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뒤섞여 독특한 풍속과 문화가 형성된다.
ⓒ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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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루없는점빵 활동가들이 비닐랩을 대신할 수 있는 천연밀랍랩을 즉석에서 만들고 있다.
 비니루없는점빵 활동가들이 비닐랩을 대신할 수 있는 천연밀랍랩을 즉석에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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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와 경상도를 하나로 아우르는 곳으로 경상도에 화개장터가 있다면 전라도엔 이곳이 있다.

지리산의 아침은 거의 모든 날이 평화롭고 고요하지만 장터가 열리는 이곳은 아침 일찍부터 오랜만에 만난 상인들의 서로 인사하는 소리와 또 장사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여타 시골장에서는 듣기 힘든 장사 소리까지 들려온다.

'비니루없는점빵' 대표가 슴새 인형을 만들어 나온 이유 

"비닐랩 대신 천연밀랍랩을 사용해 보세요."    
5일마다 장이 서는 남원 인월장에서 '비니루없는점빵'이 자체 점포를 열고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니루없는점빵은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한, 작은 산골마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하는 지역 환경단체로 깨끗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몇 가지 작은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http://omn.kr/1tgwt), 코로나로 인해 자주 나오지 못했던 인월장에 오랜만에 나와 그들이 펼치고 있는 활동 가운데 하나인 '비닐과 플라스틱 주고 받지 않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비니루없는점빵 점원(활동가)들은 오전 7시에 장에 나와 손님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판매할 상품과 환경 캠페인을 위해 만든 물품들을 매대에 진열하고, 또 마을 주민들이 조각천을 이어붙여 만들어준 현수막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매대 앞에 매달았다. 그리고 매대 위에는 종이에 물감으로 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도 내걸었다.

비니루없는점빵 대표 이재향씨는 환경 캠페인에 사용할 목적으로 몇 달 전 직접 바느질을 해 슴새 인형을 만들었다.
 
이번 인월장에는 마을 주민이 만들어 준 슴새 인형을 전시했다. 배 안에는 플라스틱이 가득하다. 이재향 대표가 만든 인형은 남원 지리산생명연대 사무실에 전시 중이다.
 이번 인월장에는 마을 주민이 만들어 준 슴새 인형을 전시했다. 배 안에는 플라스틱이 가득하다. 이재향 대표가 만든 인형은 남원 지리산생명연대 사무실에 전시 중이다.
ⓒ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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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슴새는 5년간 뭍으로 올라오지 않고 바다에서만 생활한다고 해요. 당연히 바다 물고기가 먹이가 되겠지요. 그런데 어느 날 이상 증세를 보이다 죽은 어린 슴새를 해부해 보니 플라스틱 조각으로 위가 가득 차 있었다는 거예요. 어미 새가 물어다 준 바다 고기에 이런 플라스틱이 들어 있었다는 거잖아요. 우리의 편리함이 다른 존재들에겐 괴로운 죽음의 원인이 된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바다 고기나 슴새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고 당연히 우리 인간을 포함한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해당되는 문제일 텐데,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거나 이 위기를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너무 안타까워요." -이재향 대표

"우리가 환경실천을 게을리 하거나 환경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데에는 아마도 이런 이유들이 있지 않을까요. 먼저 생태계의 최상위권에 있는 우리 인간에게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상대적 약자인 다른 생명들에 비해 아주 서서히 찾아오잖아요. 또한 설령 우리 몸에 큰 문제가 생겼다 하더라도 그것이 환경오염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부유한 나라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이 환경을 오염시키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역시 약자인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대부분 받고 있지요. 그러다 보니 생태계의 절대 강자이면서도 또 부유한 나라에 사는 우리에게 환경실천은 어렵고 하기 싫은 숙제 같은 것이며, 당장은 피해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에 적당히 넘어가고 싶은 일이 아닐까 싶어요." -김은경 활동가

"환경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또 있어요. 우리가 너무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죠. 과거엔 일상이었던 일들이 지금은 불편한 일들이 되어버렸고, 한번 편리함을 맛본 우리들이 불편함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어딘가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이 거기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려운 것처럼, 우리들이 너무 편리함에 중독되어 있는 건 아닐까요?" -한승명 활동가

"비닐랩이 언제부터 이렇게 우리 삶의 필수품이 되었는지는 잘 알지 못해요. 물론 조사하면 나오겠지만요(웃음). 또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편리함에 중독되어 일회용품을 이 정도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비닐랩이 없던 시절에는, 그리고 일회용품의 편리함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절에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기에 우리는 그러한 생활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그런 것들이 없이도 잘 살아왔잖아요." -이재향 대표
 
비니루없는점빵 활동가들은 환경실천을 당당하게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라 말한다.
 비니루없는점빵 활동가들은 환경실천을 당당하게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라 말한다.
ⓒ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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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이 생기지 않는 삼베 수세미는 마을주민들 몇 분이 직접 떠서 기증해 주셨다.
 미세플라스틱이 생기지 않는 삼베 수세미는 마을주민들 몇 분이 직접 떠서 기증해 주셨다.
ⓒ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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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루없는점빵 활동가들은 인월장에 나온 손님들에게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자고 한다. 그리고 우리의 편리함은 다른 존재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또 그 피해는 이미 우리들도 충분히 받고 있기 때문에 바로 지금부터,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 사람이라도 더 이처럼 아름답고 당당한 불편함에 함께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오늘보다는 더 깨끗한 내일의 지구를 꿈꾸며, 비니루없는점빵 활동가들은 지리산의 너른 품으로 경상도와 전라도를 하나로 아우르는 인월장터에서 앞으로도 그들의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다.

"비닐랩 대신 천연밀랍랩을 사용해 보세요."
"아크릴 수세미 대신 삼베 수세미로 설거지를 해주세요."

태그:#비니루없는점빵, #인월장, #천연밀랍랩, #삼베수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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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 년 가까이 서울에서만 살다 2018년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마을로 이사를 했다. 해가 있을 때는 실상사에 있고 해가 없을 때는 술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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