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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은 2020년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탄소 중립은 정말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탄소 배출량은 경제 활동과 거의 일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2020년 9월 24일에 내놓은 아래 그래프를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1970년 이후 탄소 배출량과 국내총생산이 거의 비슷하게 증가해 왔습니다. 그러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우리 경제가 나빠진다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틀린 얘기가 아닐 겁니다.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2020). 주요국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GDP의 탈동조화 경향과 시사점. NABO FOCUS 제24호. 2020년 9월 24일.
▲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국내 총생산 (1970-2014)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2020). 주요국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GDP의 탈동조화 경향과 시사점. NABO FOCUS 제24호. 2020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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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에 대해서는 환경부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가 2020년에 발행한 '2019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7억 900만 톤입니다. 산림 분야 등에서 흡수되는 양은 4200만 톤이고요. 이 둘을 차감하면 순배출량은 6억 6800만 톤입니다.

탄소 중립이라는 것은 이런 순배출량을 0톤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에너지, 산업공정, 농업, 폐기물 분야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거나, 산림 분야 등에서 흡수량을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에너지, 산업공정, 농업, 폐기물 분야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그 분야에서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산림청에서 "저희가 산림 분야의 탄소 흡수량을 늘려서 탄소 중립을 이루어내겠습니다"라고 제안했을 때, 대통령님은 그 제안을 반갑게 받아들이신 것 같네요. 대통령님이 2020년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약속했을 때 대한민국 정부 이름으로 발행한 '대한민국 2050 탄소 중립 전략' 보고서에도 산림청의 제안이 그대로 등장합니다.
 
출처: 대한민국 2050 탄소 중립 전략.
▲ 2020년 10월 28일에 발표된 <대한민국 2050 탄소 중립 전략> 중 산림 부문 내용 출처: 대한민국 2050 탄소 중립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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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면 됩니다

벌목을 하는 것이 탄소 중립에 도움이 된다는 산림청의 주장이 틀린 이유는 최병성 목사님의 <오마이뉴스> 기사 등으로 충분히 증명됩니다. 그러니, 이에 대해 제가 더 비판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대통령님의 '2050 탄소 중립 전략'은 지금 이대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씀만을 한 번 더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정말 탄소 중립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2050년이 되어도 탄소 중립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는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면 됩니다.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는 정책을 어떤 사람들은 탄소세(Carbon Tax)라고 부르기도 하면서,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에너지 사용에 대한 세금(또는 세금 성격의 법정 부담금)이 이미 있습니다. 즉, 탄소세 개념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법이 이미 있기 때문에, 법을 개정해서 에너지 사용에 대한 세금을 올림으로써,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면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제2조에서 휘발유 1리터에 대해 475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정말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비율이 매우 높아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를 잘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핀란드와 스웨덴 등의 북유럽국가들은, 이미 1990년대 초에 탄소세를 도입해서 에너지 가격을 인상시켰다고 합니다(강충경, 2021년 6월 7일 프레시안 기사).

여기에 조금만 더 보태서 설명을 드리자면, 화석에너지와 원자력 등에 대해 탄소세를 높이 매겨서 에너지 가격이 인상되어야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화석에너지의 가격이 비싸져야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재생에너지를 사람들이 이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걸 하지 않으면, 대통령님이 공약했던 2030 계획(2030년에 재생에너지 비율 20% 이상)도 달성하기 힘들 겁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정책은 에너지 관련 세율을 인상해서 에너지 가격을 높이고 소비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정책 (장용창의 제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정책은 에너지 관련 세율을 인상해서 에너지 가격을 높이고 소비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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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 계층 지원으로 에너지 가격 인상에 대한 국민 동의 확보

세율을 인상하는 것을 대통령님이 무척 싫어한다는 것을 저도 압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인 것을 고려한다면, 대통령님은, 설령 국민들이 반발할지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할 방법을 찾아내고 추진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님은 2020년 10월에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라고 선언하신 것이었죠?

그래서, 지금 대통령님은 에너지 가격 인상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얻어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여기에 그 방법이 있습니다. 에너지 세율 인상으로 증가된 조세 수입을 국민들을 위해 쓰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에너지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국민 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설득하면 됩니다.

방향은 간단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분배 정책을 쓰는 겁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분배 정책을 써서, 에너지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취약계층의 생활이 더 안전해진다면, 국민들도 에너지 가격 인상에 동의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하는 것은, 에너지 관련 세율을 올리고, 그렇게 더 증가된 조세 수입을 취약 계층을 위해 사용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 중 일부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친환경 기술 개발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쉽지 않지만, 그래도 가능은 하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에너지 요금을 올리는 것은, 이미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습니다. KBS와 그린피스가 공동으로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서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2020년 10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들 중 71%가 전기요금 인상에 찬성했다고 합니다(KBS 뉴스, 2020년 11월 2일).

제가 2020년에 전남 순천시에서 시민 2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에너지 가격을 인상해서 그것으로 취약계층을 돕는 정책에 대해 참가자의 76%가 찬성했습니다. 또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은 탄소세를 거둬서 기본소득으로 나눠주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용혜인 의원에 따르면, 1톤당 8만 원을 부과하면 전 국민에게 매월 1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에너지신문, 2021년 1월 7일 기사).

이것은 단지 국민들의 의견만이 아닙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3년에 내놓은 '에너지 가격 개편 추진 전략 연구'에 따르면, 위와 같은 에너지 부담금이 너무 작다고 합니다. 에너지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즉, 외부 효과를 고려할 때, 에너지 부담금의 적정치 수준에 비해 40%밖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추정치는 에너지 사용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고, 단지 미세먼지 등의 기타 환경 문제만을 고려했다는 것입니다. 만일 에너지 사용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외부 효과를 고려한다면, 에너지 부담금은 현재의 열 배 이상으로 올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3년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화석연료 관련 세금 또는 부담금이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도 더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 에너지 관련 세금이나 부담금의 인상 필요성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3년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화석연료 관련 세금 또는 부담금이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도 더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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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요금을 인상해야 산림파괴 같은 잘못된 정책을 막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 산림청이 자행하고 있는 산림파괴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예산을 낭비하고, 부정부패의 위험이 매우 높고, 탄소 중립을 더 어렵게 하고, 금수강산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산사태 위험을 가중시키고, 홍수와 가뭄을 심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많은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 바로 대통령님이 추진하시는 2050 탄소 중립입니다. 저는 대통령님이 이에 대해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에너지 가격 인상입니다. 에너지 가격 인상이 경제 성장률을 낮춘다는 이유로 자꾸 피하려고 하다 보니, 산림청이 산림을 파괴하는 등의 잘못된 정책을 대한민국 정부가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에너지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국민들께 솔직히 말씀하시고, 이해를 구하십시요. 그리고, 전기 장판 한 장으로 겨울을 버티시는 수많은 취약계층 국민들이 에너지 요금 인상을 견딜 수 있도록, 더 강력한 소득 재분배 정책을 쓰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요. 그러면, 어느 국민이 반대하겠습니까?

[관련 기사]
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기후변화 편지 2 http://omn.kr/1twnf
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기후변화 편지 3 http://omn.kr/1twmy 

태그:#기후변화, #에너지 가격 인상, #탄소세, #산림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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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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