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래시백> 포스터

영화 <플래시백> 포스터 ⓒ 판씨네마(주)

 
프레드릭(딜런 오브라이언 분)은 한때는 화가를 꿈꿨었으나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단조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여자 친구 카렌(한나 그로스 분)과 함께 아픈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어느 날, 출근길에 막히는 도로를 피해 충동적으로 들어간 골목길에서 알 수 없는 단어를 내뱉는 낯선 남자를 만난다. 이후 잊고 지냈던 고등학생 시절 첫사랑 신디(마이카 먼로 분)가 떠오른다.

졸업 시험을 앞두고 종적을 감춘 신디의 행방을 찾기 위해 13년 만에 동창 세바스찬(에모리 코헨 분)과 안드레(키어 길크리스 분)를 다시 만난 프레드릭. 그러나 이야기를 나눌수록 자신의 기억이 조각나 있으며 신디의 실종이 당시 유행했던 금지된 약 '머큐리'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 <플래시백>은 프레드릭이 기억 저편에 감춰졌던 신디의 실종과 관련된 의혹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공간 경계가 무너지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초현실적 전개를 보여준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심리 스릴러(프레드릭이 느끼는 혼란), SF(과거, 현재. 미래를 초월하는 약 '머큐리'), 미스터리(갑자기 사라진 신디), 공포(파편화된 기억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있다. 

연출은 모큐멘터리 형식의 '음모론'을 소재로 삼은 공포물 <더 컨스피러스>(2012)로 주목을 받은 바 있는 크리스토퍼 맥브라이드 감독이 맡았다. 처음엔 < The Education of Frederick Fitzell >(프레드릭 핏젤의 교육)이란 제목이 붙여졌던 <플래시백>은 제작에 난항을 거듭하다가 딜런 오브라이언이 참여하면서 비로소 진행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영화 <플래시백>의 한 장면

영화 <플래시백>의 한 장면 ⓒ 판씨네마(주)

 
<플래시백>은 처음엔 평범하게 전개한다. 플롯의 분기점이라 할 수 있는 프레드릭이 교통 체증을 피해 운전대를 돌리기 전까지는 그렇다. 그 선택으로 프레드릭의 삶은 바뀌고 플롯도 복잡해진다. 신디의 행방을 뒤쫓을수록, 과거의 비밀에 가까워질수록, 신디에게 집착할수록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이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혼란의 중심에는 정체불명의 약 '머큐리'가 존재한다.

보통의 영화들에선 현재 시제로 진행하다가 추억, 회상 등 과거에 일어난 일을 묘사할 필요가 있을 때엔 과거 시제의 장면을 연결하는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한다. 이와 달리 과거와 현재의 인과 관계를 독특한 플롯으로 구축하는 경우도 있다. 하나의 선택을 두 가지 타임라인으로 보여준 <슬라이딩 도어즈>(1998)와 시간순과 역순을 편집으로 극대화한 <메멘토>(2001)가 대표적이다. 여러 시간대를 오가는 <클라우드 아틀라스>(2012)와 <덩케르크>(2017),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인터스텔라>(2014),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테넷>(2020)도 영화 속 시간을 자유로이 활용한 사례에 속한다.

<플래시백>은 프레드릭이 직장 생활을 하는 '현재'와 프레드릭이 고등학교를 다니던 '과거'란 2개의 시간을 약 '머큐리'를 매개체로 합쳐지게 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것은 몇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SF 장르의 시각으로 본다면 '머큐리'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프레드릭의 기억으로 본다면 과거의 어떤 '선택'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미래, 말하자면 다중 우주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니면, 과거의 프레드릭이 머큐리를 복용하며 현재와 미래의 환각을 본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해석은 관객 각자의 몫이니까 말이다. 
 
 영화 <플래시백>의 한 장면

영화 <플래시백>의 한 장면 ⓒ 판씨네마(주)

 
주인공 프레드릭 역으로 분한 딜런 오브라이언은 <메이즈 러너> 시리즈와 TV 드라마 <틴 울프> 시리즈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후 <딥 워터 호라이즌>(2016), <어쌔신: 더 비기닝>(2017), <러브 앤 몬스터스>(2020)로 맹활약 중이다. 그는 처음 <플래시백>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가 영화 속 프레드릭과 비슷한 고민을 하던 나이였다면서 "20대 후반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기는 인생의 과도기로 많은 일이 벌어진다. 저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과거를 떠올리기도 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할 다양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던 경험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팔로우>(2014), <인데펜더스 데이: 리써전스>(2016), <핫 썸머 나이츠>(2018), >하니 보이>(2018), <발런스>(2019)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을 펼쳐온 마이카 먼로는 <플래시백>에서 짧은 분량에서도 강렬함을 발산하는 배역 신디로 등장한다. 그녀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보고 제가 이제껏 만난 적 없는 독특한 스토리에 놀랐다"며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이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결정짓게 했던 다양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라고 영화의 메시지를 말한다.

<플래시백>은 과거, 현재, 미래를 편집을 활용해 비선형적인 플롯으로 이어붙인 영화만의 화법이 돋보인다. <야곱의 사다리>(1993), <로스트 하이웨이>(1997), <도니 다코>(2001)의 영감을 받은, 또는 흠모하는 면모도 가득하다. 문제는 그다지 새롭지도 않거니와 지나치게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프레드릭이 '머큐리'로 시공간을 초월하든, 기억을 여러 형태로 재구성하든, 약물로 인한 환각을 보든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경험케 하는 플롯을 관객이 따라잡기가 버겁다. 재미도 없고, 시각적인 효과 역시 과하다. <야곱의 사다리>나 <도니 다코>처럼 컬트 클래식으로 자리 잡기엔 여러모로 무리다. 제53회 시체스영화제 오피셜 판타스틱 경쟁부문 상영작.
크리스토퍼 맥브라이드 딜런 오브라이언 마이카 먼로 에모리 코헨 키어 길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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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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