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미친 X

이 구역의 미친 X ⓒ 카카오 TV



카카오TV와 넷플릭스를 통해 5월 14일부터 방영 중인 <이 구역의 미친X>는 파격적인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정신과 병원 동기인 두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시작은 비오는 날이었다. 비오는 날만 되면 기분이 더럽다 못해 한없이 우울해지는 두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날도 어김없이 비가 왔고, 노휘오(정우 분)와 이민경(오연서 분)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미친X'라고 생각하며 시작된 관계다. 

휘오는 열혈 경찰이었다. 그는 마약 판매상을 잡기 위해 상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잠복중이던 술집에 들이닥쳤다. 비가 무던히도 쏟아지던 날이었다. 현장을 덮쳤지만 범인은 도망쳤다. 그 과정에서 후배 경찰이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들이닥친 다른 경찰들은 영장도 없이 그곳을 덮친 그를 접대 받는 경찰로 몰았다. 그 사건으로 그는 모든 걸 잃었다. 그의 자부심이었던 경찰직도, 약혼자도... 그리고 그는 이제 '분노조절 장애' 환자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백수'다. 

그나마 휘오는 겉보기엔 멀쩡해 보인다. 하지만 민경은 한 눈에 보기에도 미친X처럼 보인다. 머리에 꽃 한 송이를 꽂고 검은 선글라스를 쓴 그녀는 한눈에 보기에도 제 정신처럼 안 보인다. 그 모습은 그녀 스스로 자신에게 씌운 방어막이기도 하다. '난 미친 X이니 다가오지 말라'는.

한때는 멀쩡하게 직장을 다니던 커리어우먼이었다. 애인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애인의 아내가 찾아왔다. 애인이라던 남자는 알고보니 유부남이었다. 회사에까지 모든 사실이 알려졌다. 졸지에 '상간녀'가 되었다. 그런데 그녀를 속였던 유부남은 한 술 더 떴다. 자신이 찍어둔 동영상으로 그녀를 협박했고, 폭력을 휘둘렀다. 자신을 때리는 그를 피해 도망치던 날, 비가 왔었다. 

휘오와 민경, 두 사람은 모두 억울하다. 피해자다. 하지만 그들이 속한 집단은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는커녕 몰아냈다. 그래서 휘오는 분노한다. 반면 민경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을 피해서 도망쳤다. 아니 민경이 도망치려던 건 어쩌면 믿을 수 없는 자기 자신으로부터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민경은 '강박 장애'를 갖게 되었다.

응당 피해자지만, 그 반대의 처지가 되어버린 두 사람은 마음의 병을 앓는다. 드라마는 그런 두 사람이 옆집에 살게 되고, 같은 병원에 다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만 있다면 
 
 이 구역의 미친 X

이 구역의 미친 X ⓒ 카카오 TV


휘오를 '사나운 개'라 저장한 민경은 그를 치한, 양아치라 오해한 사건들을 넘어 휘오에 대한 경계를 푼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찰직을 잃게 된 것을 알게된 뒤 연민을 느낀다. 정신과 의사에게 '사나운 개'지만 자신을 물지 않는다며 미소를 짓기에 이른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강아지를 찾고, 휘오는 민경에게 호신술을 가르쳐주며 서로에 대한 연민을 넘어 사랑의 싹을 틔운다. 

<청춘시대>, <검사내전>을 만든 이태곤 피디의 작품인 만큼, <이 구역의 미친 X>는 로맨스 드라마이지만 이 시대가 낳는 '심리적 상흔'에 집중한다. 드라마의 시작 지점에선 비만 오면 각자 가지고 있던 심리적 트라우마가 들춰져 고통받던 두 주인공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면서 자신의 상처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자기 것을 빼앗기면서 자신을 놓았던 두 사람은 여러 해프닝을 통해 조금씬 자신을 되찾는다. 

비오는 날을 힘들어 하던 두 사람은 드디어 '비오는 걸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즉 그동안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자기 자신에게 돌려 분노 조절장애와 강박 장애에 시달리던 두 사람이 드디어 '내가 이상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내가 아니라 세상이 이상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한없이 웅크렸던 어깨를 조금씩 펴기 시작했다.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도망친 민경 앞에 그녀를 학대한 전 남친 어머니가 나타나 합의를 종용하며 괴롭히자 그녀는 다시 한 번 흔들린다. 민경은 '위급하면 불라'며 휘오가 준 호루라기를 비를 맞으며 한없이 분다. 이내 휘오가 그녀를 찾아낸다. 그리곤 다시 민경이 동네 주민들에게 이사를 종용받고 힘들어 할 때 '그녀만의 편'이 되어줄 것을 다짐한다. 세상 모두가 자신을 믿지 않아도,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도 자신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편'이 되어주겠다는 단 한 사람으로 인해 민경은 미소를 짓게 된다. 

<이 구역의 미친 X>는 홀로 상처받고 세상에서 버림받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다. 드라마는 섣부르게 '로맨스'를 열기 이전에 서로가 가진 상처를 들여다보려 한다. 인간적인 연민이야말로 '사랑'의 결정적 계기가 된다. 그리고 사랑은 무엇보다 '나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휘오와 민경이 조심스레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의 경계를 넘어 서로에게, 그리고 세상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는 과정은 로맨스 드라마를 넘어 이 시대 상처와 치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5252-jh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이 구역의 미친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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