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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차별언어바꾸기 프로젝트-어디사람
 지역차별언어바꾸기 프로젝트-어디사람
ⓒ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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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인 2600만 명이 살고 있다. 지역별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지역내총생산(GRDP·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의 불균형도 심각하다. 서울·인천·경기의 GRDP는 전체의 51.8%를 차지한다. 주요 문화시설(박물관, 공연장 등)과 공공기관, 상급종합병원 등 요양기관도 50%가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양질의 일자리 차이는 지역의 청년 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일자리로 인해 지난해 3~4월 수도권으로 유입된 2만 7500여 명 중 20대의 비율은 75%에 달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의 움직임은 당연해 보인다. 청년이 여러 지역 중 한 지역을 고르는 선택지가 있다면 서울은 명백한 '정답'인 셈이다. 

우리 모두 '태어나고 자란 장소'의 영향을 받은 '어디 사람'이다. 이 말은 나 또한 우리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방인'이자 '소수자'가 된다는 의미다. '소수자'를 떠올리기 어렵다면 나의 경험을 비춰보면 된다. 내가 아이였을 때, 인턴이었을 때 겪은 경험, 혹은 여자라서 겪은 경험, 해외에서 의사소통하는 데 불편함을 느꼈던 일을 떠올리면 된다. 우린 누구나 하나쯤은 이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왜 노래 부를 땐 사투리 안 써?" 
"(거기는) 지하철 없이 어떻게 살아?"

"OO지역 사람은 못 믿겠더라."
"명절에 '시골' 잘 다녀와!"


경기도 포천에서 자라 서울로 온 20대 청년 이혜란씨. 그는 서울에서 삶을 꾸리는 게 '답'이라고 배웠지만 혜란씨가 겪은 서울살이는 원하는 답을 찾기 어려운 곳이다. 

어릴 적부터 지역에서 살아온 만큼 지역살이를 꿈꾸지만, 행여 실패한 것처럼 보일까 봐 불안정한 삶을 부유하며 서울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혜란씨의 서울살이에는 청년, 일자리, 언어 등 다양한 차별의 경험이 묻어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혜란씨
 이혜란씨
ⓒ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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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나고 자랐는지 소개를 해달라.
"경기도 포천에서 20년 동안 살았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현재 서울에서 9년째 살고 있다. 마포구에 살고 있는데, 이 지역에 사는 것도 서울에 산다는 감각 때문에 선택한 것 같다. '서울에 왔는데, 홍대에 살아야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 지역차별언어에 어떻게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가.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는 데 컴플렉스가 있었던 것 같다. 서울에 살면서도 늘 이질감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왜 서울에서 살고 싶어 했고, 아등바등 서울에서 살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깨닫고 '지역성' 키워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서울에서의 삶을 잘 적응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서울에서 사는 걸 당연하다고 여겼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건 주체성이 결여된 선택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덕분에 '내가 왜 이 도시에 남아있는지, 가길 꺼려하는 지역은 어딘지'를 다시 짚어보게 됐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어디이고, 부담스러워하는 지역은 어디지?' 이런 생각을 한다. 

지역은 서울과 동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스스로도 '여기는 좀 더 나은 도시, 내가 가기에 어려운 도시' 등으로 지역을 구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고민을 같이 나누고 싶었다."

- 9년 간 서울에서 살았다. 서울 생활은 어땠나.
"서울에서는 항상 이주민의 마음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서울 사는 거 어때? 평생 서울에 집이 있는 느낌은 어때'라고 물으니 그 친구는 '별 생각 없어'라고 말하더라.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 지역에서 서울로 이주한 사람이 느끼는 감각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당연히 이 곳에서 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치솟는 집값과 1인가구로서 서울 물가를 감당하며 살 수 있을지, 고용 불안으로 서울살이를 포기할 것 같다. 아직은 이 곳(서울)에 살고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 내 속도대로 살다가 다른 지역으로 찾아 나가야겠다는 확신이 점점 생긴다."

- 지역차별언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내가 누군가에게 단순히 '어디 사람이야?', '서울 사람 아니지?'라고 묻는 것부터 나도 모르게 서울 사람과 타지역사람을 구분 지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지방에 내려간다'라거나 '서울에 올라간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포천은 위도상 서울보다 위쪽에 위치해 있는데도 '서울에 올라갈게'라고 일상적으로 말했다. 반대로 '포천 내려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포천에서 강변까지 고속도로로 가면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도 문화적·경제적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포천은) 시골 아니지 않아?'라고 언급한다. 지역적으로 (서울과) 근접하다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또 다른 의미의 편견이나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지역 차별 관련해 주변에서 이야기해본 적이 있는가.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본 적은 없지만 지나가듯 말한 적은 있는 것 같다. 'OO에 살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물었는데 친구들은 '아직 용기가 없어'라고 말한다. 혹은 이미 지역으로 간 친구들을 대단하다고 여긴다. 용기가 없다는 건 도시와 지방의 차이를 인정한 게 아닐까. 아직은 나도 지역에 갈 용기가 없는 것 같다."

- 지역차별언어를 해소하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지역을 도피처로서 생각하거나, 실패하는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지역을 삶의 선택지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서울에서 직장을 잡고 사는 게 객관식 답이었다면, 주관식 답으로 지역이 선택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전해지면 좋겠다.

내가 서울을 선택한 이유는 자기 주체성을 가진 사람이 서울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과 같이 있고 싶어서. 편견으로 보일 수 있다. 어디에 살지를 주체적으로 판단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그 곳이 서울이든 지역이든."

희망제작소의 지역차별언어 바꾸기 프로젝트 '어디 사람'은 지역의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지역차별의 말을 모아 시민들과 함께 더 나은 말을 찾는 프로젝트입니다. '어디 사람'이 아닌, '어떤 사람'인지를 물어보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당신의 경험을 나눠주세요. 지금 참여하기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지역차별언어, #지역차별, #어디사람, #차별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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