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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한국전쟁 당시 충남 태안군 남면의 실제인물 이야기에 소설적 요소인 픽션을 더한 장편소설 ‘정태삼촌’을 태안 출신 최재학 작가가 펴냈다.
▲ 장편소설 "정태삼촌" 6.25 한국전쟁 당시 충남 태안군 남면의 실제인물 이야기에 소설적 요소인 픽션을 더한 장편소설 ‘정태삼촌’을 태안 출신 최재학 작가가 펴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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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로 6.25 전쟁 당시의 암울하던 시대, 우리 이웃의 실제 이야기에 약간의 픽션을 더했다. 주인공은 남면에서 실제 있었던 사람인데, 남면분들은 다 안다. 소설은 6.25 때 당시 중학교 3학년이 의용군으로 가서 간첩이 됐다는 내용이다.

그 (친)형이 남면에서 예비군 중대장을 오래했다. 형은 국군이고 동생은 의용군으로 나가서 인민군이었다. 기구한 운명이었다. 17살 먹은 소년은 서산중학교 3학년이 여기 저기 끌려 다니다가 간첩으로 왔다는 설이 있었고, 실제로 동네에서도 그런 말이 떠돌았다. 결국 그런 운명이었던 것 같다. 보통 기구한 게 아니다. 형이 죽은 지는 3년 됐다. 정태삼촌은 소설 속 인물처럼 밝은 인물은 아니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작가가 한 말이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충남 태안군의 실제 이야기에 픽션을 더한 읽어볼 만한 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우운 문양목 선생의 선양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문양목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을 역임한 남면 출신 최재학 작가가 6.25 한국전쟁 당시 충남 태안군 남면의 실제인물 이야기에 소설적 요소인 픽션을 더한 장편소설 '정태삼촌'을 펴냈다.

이는 제주 4.3사건을 극화한 수작이면서 '4.3사건 그 자체'라고 평가받고 있는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을 연상케 할 만큼 실제 이야기와 함께 작가 최재학의 실제 경험이 더해져 극적요소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면 출신의 작가가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정태삼촌을 바라본 실제인물의 이야기에 픽션을 더한 장편소설 '정태삼촌'은 특히 고령의 필자가 어린 시절 나고 자란 고향마을인 충남 태안군 남면을 중심으로 당시의 시대상도 소설 속에 녹아있어 한국전쟁 전후 작가의 고향인 태안 주민들의 생활상과 삶의 애환도 고스란히 소설 속에서 마주할 수 있다.

태안은 한국전쟁 당시 1천여 명이 넘는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낳은 비극적인 공간이다. 그 비극 속의 인물은 아니지만 소설 속 17세의 정태삼촌은 의용군으로 끌려가 인민군이 된 기구한 인물이다. 더군다나 친형이 국군 소속으로, 마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진태(장동건 분)와 진석(원빈 분)을 연상시킬 정도로 두 형제는 기구한 운영을 산다.

장편소설 '정태삼촌'의 이야기는 젊은 시절 오랫동안 군인 생활을 한 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꺼낸 편지 한 장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그동안 금기시했다던 '정태삼촌'이 꾹꾹 눌러 쓴 누런 편지봉투였다.

그리고 모두가 궁금해했던 판도라의 상자인 정태삼촌의 편지가 열린다. 형님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정태삼촌은 지리산 빨치산 되어 토벌군과 생사를 건 전투를 한 사연, 특히 토벌대 소대장이었던 친형에게 총구를 겨누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을 자책하는 내용, 그리고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의 1년간의 포로 생활까지 정태삼촌의 기구했던 삶이 적혀 있었다.

또한 고향과 어머니가 보고 싶어 남파간첩에 지원했지만 결국에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보지 못한 사연까지 전하며 편지를 받은 형님에게는 "저의 방문 사실은 형님만 아는 절대 비밀로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는 5장 분량의 정태삼촌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담겨 있었다.

소설 '정태삼촌'은 바로 이 5장의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책의 목차만 봐도 소설 속 정태삼촌의 기구한 삶이 묻어난다. '오래된 편지'로 시작하는 소설 정태삼촌은 '수상한 간첩',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지옥의 행진',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 '낙동강 천삼백 리 달은 밝은데', '만남 그리고 이별', '나는 빨치산이다', '산 속의 해후', '형님아, 손들어'로 전개된다.

"분명한 것은 한국전쟁에서 죽어간 수많은 청년들은 조국을 사랑했다는 것"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다 순국한 애국지사인 우운 문양목 선생 기념사업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최재학 작가가 6.25한국전쟁 전후로 자신의 고향에서 벌어졌던 기구한 사연을 장편소설 '정태삼촌'으로 펴냈다.
▲ 충남 태안군 남면 출신의 최재학 작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다 순국한 애국지사인 우운 문양목 선생 기념사업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최재학 작가가 6.25한국전쟁 전후로 자신의 고향에서 벌어졌던 기구한 사연을 장편소설 "정태삼촌"으로 펴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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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정태삼촌'을 집필한 최재학 작가는 '정태삼촌'을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세상은 끝없이 변화하면서 생성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 소용돌이에 휩쓸려 떠돌 수밖에 없는 인간의 생명은 해가 뜨면 사라지는 초로에 불과하다. 그래도 우리 인간은 조상 대대로 거친 터전을 가꾸며 지켜왔다. 그리고 조국을 위하여 하나밖에 없는 꽃다운 목숨을 바쳤다. 죽어간 자리가 무덤이 되었고 피 묻은 군복이 수의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에게서 오늘은 내일을 위하여 그냥 거쳐 가는 시간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기억을 망각한 행태가 안타깝다. 천년을 살아도 한 번은 이별을 해야 하는데 영원히 살 것같이 몸부림을 치는 현실만 보인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리고 그들을 믿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삼촌도 아버지도 아니 한국전쟁에서 죽어간 수많은 우리의 청년들이 조국을 사랑했다는 것과 조국과 운명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또 말한다. "한국전쟁은 소설같이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세월이 흐른다고 지워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 민족과 영원히 함께해야 할 비극이기에 우리의 정신 속에 녹아 연연히 대물림해야 한다. 만일 6.25 한국전쟁을 단순한 전쟁이었다고, 이념이었다고 치부하고 역사 속으로 흘려보낸다면 또다시 같은 전쟁을 겪어야 할 것이며, 이념의 갈등 또한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역사는 영원히 바로 세우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또한 작가는 소설이 끝나고 말미에 '삼촌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을까?'라는 현재와의 오버랩을 통해 정태삼촌이 조국 땅에서 마지막으로 몸부림쳤다던 거제도와 통영을 찾은 여담도 담았다.

작가는 거제 포로수용소를 찾아서는 정태삼촌과 삼촌의 연인 순영을 상상했다. 그리고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졌던 또 다른 전쟁, 즉 반공포로와 친공포로 간의 죽고 죽이는 생지옥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전개했다.

그러면서 정태삼촌과 순영, 삼촌을 잃은 할머니를 떠올리며 글의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사회주의가 어떤 것인지,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도 모른다. 다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불의를 미워하고 정의를 추구하면서 진실 되고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과 신념과 노력을 같이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한편, 장편소설 '정태삼촌'의 최재학 작가는 충남 태안군 남면 출신으로 고향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저서로는 시집 '2월엔 이별이 있어야 한다',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와 수필집 '끝이 없는 방황', '고향에 있어도 고향이 그립다', '방황의 끝은 어디인가' 등이, 장편소설에는 '잃어버린 섬', '통곡'이 있으며, 독립운동가 '문양목 평전'과 향토자료집 '남면지', '여기가 내 고향 남면이다' 등이 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정태삼촌, #최재학, #태안군, #6.25한국전쟁, #거제포로수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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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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