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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 언덕에서 내려다 본 저동항
▲ 울릉도 저동항 옛길 언덕에서 내려다 본 저동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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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동쪽 망망대해에 오롯이 떠 있는 울릉도는 오각형의 잘려 나간 나무 밑동처럼 생겼다. 해안선이 대부분 100m 가까이 되는 높은 절벽을 이루고 그 안에 높고 낮은 산봉우리와 분지가 형성되어 있어 뿌리를 땅에 박은 채 밑동이 거칠게 꺾인 모습이다. 그 사이사이 갈라진 틈에 조그만 해변 마을이 있고 울릉도 유일의 평야 지대인 나리분지는 높은 산봉우리 안에 갇혀 있다. 지형만 봐도 옛 조상들의 고달픈 삶이 눈에 그려진다.

이 같은 지형 때문에 울릉도 여행은 물놀이보다는 등산과 걷기 여행이다. 울릉도행 짐을 꾸리며 섬이라는 이유로 샌들을 챙긴다면 괜한 수고를 하는 것이다. 5월 31일에서 6월 3일까지 울릉도를 다녀왔다.

사실 이번 울릉도 여행에서 바닷물에 손을 담글 기회나 생각조차 없었고 동해라 그런지 비릿한 바다 냄새를 맡았던 기억도 없다. 바다와 관련된 거라면 수많은 갈매기와 오징어 정도? 그보다는 푹신한 흙길이었던 등산로, 둘레길 등 산길을 오르내린 기억이 대부분이다. 그 길에서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던 해안절벽, 갖가지 형상의 바다 위 바위들이 육지가 아닌 섬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줬을 뿐이다.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폭풍 일수가 많은 곳이다. 하늘이 파랗고 바다가 잔잔한 날은 일 년에 60일 정도라고 만나는 주민마다 입을 모았다. 그런 곳에서 독도를 다녀온 날을 포함해 나흘 동안 비 한 번 안 만나고 계획한 모든 일정을 소화했으니 날씨 복 하나는 단단히 받았나 보다(관련 기사). 해상 유람선 관광은 물론이고 성인봉 등반과 울릉해담길로 이름 붙여진 옛길들을 걸었다. 
 
울릉도 최고의 비경으로 알려진 행남 해안 산책로인데, 현재는 작년 태풍으로 다리를 비롯한 일부 구간이 유실돼 접근이 불가능하다.
▲ 태풍으로 유실된 행남 해안 산책로 울릉도 최고의 비경으로 알려진 행남 해안 산책로인데, 현재는 작년 태풍으로 다리를 비롯한 일부 구간이 유실돼 접근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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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동안 쉼 없이 다녔으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만을 헤아려도 삼 분의 일도 구경 못 한 거 같다. 배를 타고 울릉도 약소로 유명한 죽도도 가고 싶고 알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궁금하며, 미처 못 간 나머지 해담길도 모두 걷고 싶다.

울릉도에서의 일출과 일몰은 또한 얼마나 멋질까? 특히, 울릉도 최고의 비경으로 알려진 행남 해안 산책로는 작년 태풍으로 다리를 비롯한 일부 구간이 유실돼 접근이 불가능했다. 이래서 울릉도를 다시 방문하는 꿈을 꾸게 된다.

성스러운 성인의 산, 성인봉
 
성안봉 뒤쪽에 전망대가 있다.
▲ 성인봉 정상 성안봉 뒤쪽에 전망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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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양옆은 키 큰 고목 사이로 양치식물이 가득 차 있다.
▲ 양치류 무리 성인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양옆은 키 큰 고목 사이로 양치식물이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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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봉으로 올라가 전망대로 가면 말발굽 모양의 나리분지가 한눈에 보이고 이에 질세라 멀리 송곳바위도 얼굴을 내민다.
▲ 성인봉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나리분지 성인봉으로 올라가 전망대로 가면 말발굽 모양의 나리분지가 한눈에 보이고 이에 질세라 멀리 송곳바위도 얼굴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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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여행에서 독도 못지않게 필수적인 코스가 성인봉이다. 울릉도 해안절벽 안쪽에는 다시 가파른 산 사면이 빙 둘러 있고 그 중앙에 말발굽 모양으로 움푹 파인 분지인 칼데라가 있는데, 칼데라 벽면을 따라 형성된 봉우리 중 가장 높은 봉우리가 해발 984m의 성인봉이다. 

해안절벽 표면이 거친 조면 현무암인데 비하여 섬 안쪽 길은 대부분 촉촉한 흙길이다. 성인봉으로 가는 등산로 역시 흙길이어서 만만치 않은 경사에도 발걸음이 피곤하지 않다. 등산로는 KBS중계소에서 시작하는 길과 나리분지쪽 길이 있는데, KBS중계소 길이 경사가 완만하여 좀 더 편하다. 

본격적인 등산로로 접어들면 육지에서 보던 산속 모습과 사뭇 다른 원시림이 나온다. 등산로 양옆은 키 큰 고목 사이로 양치식물이 가득 차 있다. 살아있는 싱싱한 고사리를 만나는 것이다. 성인봉으로 올라가 전망대로 가면 말발굽 모양의 나리분지가 한눈에 보이고 이에 질세라 멀리 송곳바위도 얼굴을 내민다. 그야말로 장관으로 올라오느라 흘렸던 땀이 시원한 바람에 자취를 감춘다. 

나리분지 옛길에서 이어지는 알봉 둘레길
 
명이의 원명은 산마늘로, 춘궁기 때 배고픈 울릉도 주민의 명을 이어줬다고 하여 명이나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 명이나물 서식지 명이의 원명은 산마늘로, 춘궁기 때 배고픈 울릉도 주민의 명을 이어줬다고 하여 명이나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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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바깥쪽에 처마와 마주 닿도록 축담을 쌓아 적설량이 많은 겨울철 집안으로 눈이 들이치는 것을 막아준다.
▲ 투막집 집안 바깥쪽에 처마와 마주 닿도록 축담을 쌓아 적설량이 많은 겨울철 집안으로 눈이 들이치는 것을 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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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북부에서 화산이 분출하면서 칼데라가 만들어졌는데, 처음에는 천지나 백록담처럼 호수였으나 이후 물은 모두 배수되고 호수 바닥에 돌덩이와 흙먼지가 차곡차곡 쌓여 토양이 되었다.

고종 때 개척민들이 들어와 살면서 섬말나리 뿌리를 캐어 먹고 연명하였다 하여 예로부터 '나리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나리분지는 해발 약 500m에 있으며 알봉은 약 5000여 년 전 나리분지 안에서 용암이 다시 분출하여 생긴 신생 봉우리다.

나리분지 둘레길을 걷다 보면 요즘 인기가 좋은 명이나물 서식지를 만나게 된다. 명이의 원명은 산마늘이다. 춘궁기 때 배고픈 울릉도 주민의 명을 이어줬다고 하여 명이나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또한, 특이한 모습을 한 초가집도 나타나는데, 집안 바깥쪽에 처마와 마주 닿도록 축담을 쌓아 적설량이 많은 겨울철 집안으로 눈이 들이치는 것을 막아주는 투막집이다. 

울릉도의 상수원인 봉래폭포
 
저동항에서 약 2km가량 올라간 곳에 있는 3단 폭포로, 내려온 물은 울릉읍 주민들의 상수원으로 활용된다.
▲ 봉래폭포 저동항에서 약 2km가량 올라간 곳에 있는 3단 폭포로, 내려온 물은 울릉읍 주민들의 상수원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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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분지는 강수량이 많은 우기에도 물이 고이지 않고 지하수로 스며 아래로 흐르다가 폭포로 용출되는데, 이곳이 바로 봉래폭포이다. 봉래폭포는 저동항에서 약 2km가량 올라간 곳에 있는 3단 폭포로 1년 365일 물이 마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폭포로 내려온 물은 울릉읍 주민들의 상수원으로 활용된다.

경사진 산길과 계단을 오르면서 기막힌 풍광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폭포 전망대에 이른다. 그 중간에 천연 에어컨이라 부르는 풍혈을 만나 땀방울을 식히며 자연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다.

울릉도의 옛길들

조선 시대 말 울릉도 개척기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울릉도 주민들은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해안·산·하천을 걸었다. 그 길들은 아직 남아있으며 현재 울릉해담길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정비되어 8개의 둘레길을 조성했다. 그중 하나가 나리분지 알봉 둘레길이다.
 
바람을 기다리는 언덕이라는 뜻으로, 그 옛날 전라도 사람들이 울릉도에 와서 배를 만든 후 육지 쪽으로 부는 세찬 바람을 기다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10대 비경으로 꼽히기도 한다.
▲ 대풍감 바람을 기다리는 언덕이라는 뜻으로, 그 옛날 전라도 사람들이 울릉도에 와서 배를 만든 후 육지 쪽으로 부는 세찬 바람을 기다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10대 비경으로 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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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 옛길을 내려와 용암 바닷길을 걷노라면 위에서 보았던 바다와 몸이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 용암길 태하 옛길을 내려와 용암 바닷길을 걷노라면 위에서 보았던 바다와 몸이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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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신당에서 출발하는 태하 옛길을 따라 올라가면 우리나라 10대 비경으로 꼽히기도 하는 대풍감을 만난다. 대풍감은 바람을 기다리는 언덕이라는 뜻이다. 울릉도에는 배를 만들기에 알맞은 나무가 많이 있어 개척령이 반포(1882년)되기 이전부터 전라도 사람들이 울릉도에 와서 배를 만든 후 육지 쪽으로 부는 세찬 바람을 기다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짙푸른 물결이 검은 바위에 부딪혀 일으키는 물결의 조화에 두 눈은 황홀해진다. 태하 옛길을 내려와 용암 바닷길을 걷노라면 위에서 보았던 바다와 몸이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행남 등대를 거쳐 저동 쪽을 향하여 올라가면 아찔하게 깎아 내려진 절벽 사이로 바닷물이 오간다.
▲ 도동-저동 옛길에서 만난 비경  행남 등대를 거쳐 저동 쪽을 향하여 올라가면 아찔하게 깎아 내려진 절벽 사이로 바닷물이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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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과 저동을 연결하는 옛길은 행남 해안 산책로가 조성되기 전 주민들이 이동하던 길이다. 옛길을 걷다 보면 태풍으로 유실되어 갈 수 없는 행남 해안 산책로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행남 등대를 거쳐 저동 쪽을 향하여 올라가면 ​아찔하게 깎아 내려진 절벽 사이로 바닷물이 오간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절경이다. 

관음도
 
관음도는 울릉도 북면에서 약 100여m 떨어져 위치한 부속 도서로, 2012년 울릉도 섬목지역과 관음도 사이에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연도교가 놓여 도보로 탐방할 수 있다.
▲ 관음도에서 마주한 절경 관음도는 울릉도 북면에서 약 100여m 떨어져 위치한 부속 도서로, 2012년 울릉도 섬목지역과 관음도 사이에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연도교가 놓여 도보로 탐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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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도는 울릉도 북면에서 약 100여m 떨어져 위치한 부속 도서로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다. 2012년 울릉도 섬목지역과 관음도 사이에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다리, 즉 연도교가 놓여 관음도를 도보로 탐방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바람이 세게 불 때는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날씨 운이 따라야 갈 수 있다.

관음도 산책길에서는 먼곳에서 보던 삼선암과 죽도를 가까이 볼 수 있다. 이 섬의 북쪽 해안절벽에는 한때 해적의 소굴로 이용되었다는 높이 14m 높이의 '관음쌍굴'이 있는데 유람선을 타면 자세한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해상 유람선
 
울릉도 탐방에 앞서 배를 타면, 섬의 전체적인 윤곽을 알 수 있어 울릉도 여행의 예습으로는 최고의 교과서라 하겠다.
▲ 해상 유람선 울릉도 탐방에 앞서 배를 타면, 섬의 전체적인 윤곽을 알 수 있어 울릉도 여행의 예습으로는 최고의 교과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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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잔잔하면 울릉도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이 운행된다. 울릉도의 기암절벽과 갖가지 형상들, 주민들이 사는 마을들을 재미있는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울릉도를 본격적으로 탐방하기 전에 배를 탈 수 있다면 울릉도의 전체적인 윤곽을 알 수 있어 울릉도 여행의 예습으로는 최고의 교과서라 하겠다. 배를 탄 사람들이 뿌려주는 과자로 배를 타는 2시간 동안 내내 갈매기들이 지치지 않고 따라온다.

태그:#성인봉, #울릉해담길 , #나리분지, #대풍감, #봉래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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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반 동안 대한민국의 이곳저곳을 쏘다니다가 다시 엘에이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서도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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