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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 시게루 일본 코로나19 대응 전문분과회 회장의 도쿄올림픽 관련 발언을 보도하는 NHK 갈무리.
 오미 시게루 일본 코로나19 대응 전문분과회 회장의 도쿄올림픽 관련 발언을 보도하는 NHK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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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 권위 감염병 전문가가 개막을 앞둔 도쿄올림픽에 연일 '쓴소리'를 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전문분과회의 오미 시게루 회장은 9일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 참석해 지금 상황에서의 올림픽 개최는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미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 체계의 과부하를 막는 것"이라며 "지금도 치료해야 할 코로나19 환자가 가득한데,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일 같은 자리에서 "지금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올림픽을 하는 것이 정상은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을 열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올림픽을 개최한다면 규모를 최소화하고, 관리 체계를 최대한 강화하는 것이 주최자의 의무"라며 무관중으로 개최하거나 관중 수용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더 나아가 4일에는 "올림픽이 사람들의 이동량을 늘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커질 것"이라며 "축제 분위기에 휩쓸려 사람들과 만나 술잔을 나누거나 하면 감염자와 중증환자가 발생해 결과적으로 사망자가 더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가 총리 "오미 회장 입 닥치게 하라" 격분 

감염병 전문 의학자인 오미 회장은 1999년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사무국장을 지내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와 조류독감 대응을 이끌었다.

그는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전문분과회 회장을 맡아 일본 정부의 방역 정책을 조언했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편에서 정책을 추인하거나, 보충 설명을 하는 역할에 그치면서 '어용학자'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정부의 충실한 대변자 역할을 하던 오미 회장이 스가 정권의 숙원인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돌변하자 정부와 여당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 <아에라>(AERA)는 지난 4일 "어용학자로 곁에 두고 있던 오미 회장이 모반(謀反)을 일으켜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격노하고 있다"라고 "오미 회장이 적이 됐다는 의식이 강해지고 있다"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측근들에게 "오미 회장이 입 닥치게 해야 한다"라며 "전문가를 넘어 자기가 총리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라고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정권은 '오미 회장 따돌리기'에 나섰다.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은 올림픽 개최에 관해 오미 회장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전문분과회는 올림픽 개최 여부를 심의하는 곳이 아니고, 그럴 권한도 없다"라고 일축했다.

최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대책 전문가 회의를 열면서 오미 회장을 배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마치 미국의 코로나19 대책을 놓고 충돌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의 관계를 보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가 정권의 대변자였던 오미, 왜 돌아섰나

오미 회장도 부담을 느낀 듯 7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전문분과회의 역할은 올림픽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방역 정책에 자문하는 사람으로서 올림픽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또 이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알리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올림픽을 하게 되면 감염 위험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정부나 조직위원회 등 모두가 전력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라고 우려를 거두지 않았다.

오미 회장이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언론에서는 학자이자 감염병 전문가로서의 양심 때문이라는 분석과, 올림픽을 개최했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할 경우 자신은 사전에 이를 경고했다며 뒤늦게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 평론가인 야마자키 하지메 라쿠텐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한 칼럼에서 "오미 회장의 의도가 어떻든 국민 입장에서는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결국 오미 회장이 주장하는 것은 올림픽을 개최하더라도 상식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일본 정부가 오미 회장의 전문성과 권위를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써먹으려다가 이런 문제가 터졌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스가 정권이 대놓고 오미 회장에 등을 돌리기도 어려운 처지다. 총리 관저 관계자는 "일본 정부 코로나19 대응의 '얼굴'이 된 오미 회장과 갈등이 격화될수록 스가 정권이 과학을 무시한다는 이미지를 주게 되고, 여론도 더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태그:#도쿄올림픽, #스가 요시히데, #오미 시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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