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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강의에서 '아시안 혐오'를 주제로 GCP(Global Citizen Project)를 진행하게 되었다. 해외에 거주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종차별 경험에 대해 인터뷰를 해보았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거주지, 거주시기와 함께)

문신용: 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8학번 문신용입니다. 저는 2019년 여름방학 기간 동안 약 두 달 동안 스웨덴과 크로아티아에 거주한 적 있고, 현재는 스웨덴 린셰핑 대학교 교환학생으로 파견되어 2020년 12월 말부터 스웨덴에 거주 중입니다!

성민지: 안녕하세요. 저는 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성민지입니다. 저는 무용을 해외 유학을 가서 배우게 되어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1년동안 스위스에서 유학생활을 했습니다.

강유진: 러시아어학과 20학번 강어진입니다. 단순 해외여행을 제외하고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3.5개월째 거주하고 있습니다.

서가은: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서가은입니다. 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밀밸리에 초등하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5년 정도 거주했습니다. 제가 살던 곳의 특징은 백인이 전체의 90%를 차지했고요. 저 같은 유색인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제가 나온 고등학교에 한국인이 천 명 중 열명 정도 밖에 없었어요.  
서가은님 미국 거주 당시 사진
 서가은님 미국 거주 당시 사진
ⓒ 서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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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종차별의 경험이 있다면 그 경험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문신용: 크로아티아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앞 테이블에 초등학생 정도의 백인 아이들 4명이 저를 보며 "니하오"하며 킥킥댔어요.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었고 너무 화가 나서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그리고 스웨덴에서도 한 차례 경험했는데요. 밤에 버스를 기다리던 중 뭔가에 잔뜩 취한 듯한 흑인 남성이 "니하오 곤니치와"라고 하며 말을 걸었어요. 저와 제 친구들은 근처에서 버스를 계속 기다려야 했기에 정말 무서웠던 10분이었어요. 비틀거리며 니하오를 외치던 2m 정도의 남성은 공포 그 자체였어요. 이 순간에는 화가 나기 보다는 정말 해코지를 당할까봐 무서웠어요.

성민지: 기숙사 청소를 해 주시던 관리자분이 계셨었는데 저랑 다른 아시안 친구들에게만 유난히 까칠하게 대하셨었요. 또 한번은 친구들과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친하게 지내던 이탈리안 친구가 앞에서 산책하던 강아지를 가르키며 저에게 '내일 아침으로 저 강아지를 잡아먹을 것이냐' 물어보았어요. 기분 나쁘다며 인종차별이라고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그 친구는 이러한 언행들이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어요.

강어진: 대중교통에서 저를 노골적으로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경찰들은 저와 함께 있던 서양 친구들에게는 요구하지 않으면서 신분확인을 하겠다며 저한테만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 적도 있었죠. 이외에도 제가 길을 물어보면 마스크를 쓰며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 하거나(코로나 영향), 제 앞에서 눈을 찢는 흉내를 내는 사람도 있었어요.

서가은: 저는 미국에서 살면서 또래와 어른에게 모두 인종차별을 겪었어요. 또래 친구들은 장난으로 툭툭 뱉는 몇 마디가 인종차별적인 뉘앙스를 많이 담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영어를 잘 못 할 때 많이 겪었죠. 예를 들면 가게에서 무언가를 구매할 때, 제가 어눌한 영어로 말을 걸면 알아들었는데도 불구하고 "I'm sorry?" "What?" 하는 경우가 많았구요. 또래 같은 경우는 제가 수업 들으려고 이동하는 중에 모르는 남학생이 "go back to your country!" 라고 소리치며 지나간 적도 있었어요. 저는 그때 정말 당황스러웠고 제가 왜 저런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저런 말을 들어야하나 엄청 불쾌했던 것 같아요. 

- 거주하는 기간 동안 그러한 일들이 얼마나 잦았나요? (직접 경험한 빈도수)

문신용: 위에서 답변 드린 두 번의 경험 이외에는 없어요.

성민지: 1년 조금 넘게 있었는데 잦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최근에는 BTS나 블랙핑크 등 케이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세계적으로 많아져서 한국인이라고 하면은 자신이 BTS를 좋아한다며 반가워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강어진: 저를 쳐다보는 불편한 시선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매번 겪었어요. 이외의 인종차별은 운이 안 좋으면 일어나는 일들이기에 빈도수는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서가은: 또래 친구들이 장난으로 툭툭 던지듯이 하는 인종차별적인 말과 행동은 일상이었어요.

- 인종차별이 있을 때 마다 어떻게 대응했나요?

문신용: 크로아티아의 백인 아이들은 부모들이 옆에 있었고, 식당이라는 오픈 된 공간이어서 위협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만하라고 의사를 밝히고 부모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등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했어요. 하지만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친 흑인 남성의 경우 정말 무서웠기 때문에 자리를 피하고 말을 무시하는 식의 대응을 했어요. 자칫하면 정말 싸움에 휘말릴 수도 있던 상황이였거든요.
 
문신용님
 문신용님
ⓒ 김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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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지: 딱히 어떠한 대응을 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저는 무시하는 게 더 마음 편하다고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

강어진: 대부분 무시하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한번은 사람들이 저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 답답해서 저도 똑같이 쳐다봤는데, 직접 다가와서 말을 걸길래 그 후로는 무조건 무시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인종차별인지 모르고 차별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저를 보자마자 "중국에서 왔냐"라고 물으며 모든 아시아인을 '중국인' 취급을 하거나, "한국과 중국은 솔직히 똑같은 나라 아니냐", "한국 음식이나 중국 음식이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등 국가별 특수성과 차별성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어요. 이런 경우 문제를 바로 짚고 넘어가거나, 추후에 '아시아인 입장에서 상당히 불쾌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라고 알려주었어요.

서가은: 그 당시에는 그게 인종차별이라고 인지를 하지 못했기도 하고, 조금 심하다고 생각돼도 거기서 제가 화를 내거나 책임을 물으면 제가 너무 진지하고 이상한 사람이 될까봐 장난으로 넘겼던 것 같아요.

- 거주하면서 본인 이외에 다른 동양인들이 인종차별 당하는 것을 목격하신 적이 있나요? 어떤 상황이었나요? 

문신용: 목격한 적은 없습니다.

성민지: 다른 동양인들이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적은 없지만, 같이 지내던 친구들은 물건을 구입하거나 환불 받을 때 의사소통이 잘 안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었어요. 

강어진: 모스크바는 중앙아시아인들이 굉장히 많이 거주하는 도시라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넘어와요. 이들의 불법체류를 막기 위해 경찰들이 아시아인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만 여권이나 거주지등록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해요. 어찌보면 치안과 법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인종만으로 사람을 구별하는 것도 어쩌면 인종차별이라 할 수 있어요. 
 
강어진님
 강어진님
ⓒ 김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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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은: 우선 제 주위의 인종차별은 저희 부모님이 제일 많이 경험하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서류 작업 때문에 기관을 방문해서 카운터에 있는 분과 대화를 나눌 때 어눌한 영어를 사용하면 눈을 찌푸리거나 뚫어 지게 쳐다보는 일이 잦았어요. 대놓고 영어를 못하는 것을 무시하는 태도를 많이 느꼈어요. 이런 식의 차별이 대부분이었어요. 당연히 기분도 나쁘고 차별이라고 느끼긴 했지만 그에 대한 대처를 하기 애매해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 같은 아시안 친구들은 저와 항상 장난으로 포장된 인종차별을 경험했구요. 그 중에 가장 흔했던 것은 일부러 아시아인의 억양을 우스꽝스럽게 따라하는 거였어요.

- 얼마나 자주 목격하셨나요? (목격한 인종차별 빈도수)

성민지: 저는 생각보다 인종차별을 목격한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강어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매번 목격합니다.

서가은: 간접적이거나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차별은 거의 매번 나갈 때 마다 느꼈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오래 거주하면서 영어가 점점 늘면서 줄었지만 저희 부모님은 매번 경험하셨던 것 같아요.

- 거주하면서 미디어에서 인종 차별적인 발언으로 불쾌했던 적이 있었나요? 프로그램이 어떤 소재로 인종차별을 조장하였나요?

성민지: 시트콤 '모던 패밀리'를 보면서 불쾌했던 적이 있어요. 베트남 출생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백인 동성애커플이 등장하는데, 자신들의 딸이지만 백인과는 다르다는 듯한 뉘앙스로 얘기를 하기도 했어요. 한 에피소드에서는 손톱 관리를 해주는 관리사는 당연히 동양인이어야 한다는 듯한 표현도 등장했어요. 이 드라마는 원래 인종차별이나 여성차별, 백인우월주의 등의 논란이 많이 일어났더라구요. 

서가은: 제가 생각하기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직접적인 인종차별은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하지만 main stream media 에 나오는 아시아인 캐릭터는 백인들이 가질 만한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모두 한 캐릭터로 압축해 놓은 느낌을 항상 받았어요. 예를 들면 아시아인 캐릭터는 항상 똑똑하고 약간 널디한 느낌이 있고 안경을 쓰고 있고 찌질하고 친구들이 많이 있고 뭐 이런 캐릭터로 항상 그려졌던 것 같아요.

- 그 나라 사람들은 인종차별에 대해서 어떤 반응인가요?

문신용: 특히 제 주변 친구들은 20대이고 대학교에서 정치학 또는 다른 사회과학 과목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인종차별과 성차별 및 각종 차별에 정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심각하게 보고 있어요. 스웨덴은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이후 독일과 함께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한 유럽 국가 중 하나인데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이민자들이 스웨덴에 정말 많고, 그에 따른 인종차별과 범죄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스웨덴에서 인종차별은 굉장히 예민하고 민감한 이슈에요. 대부분의 스웨덴 사람들이 인종차별에 관심을 갖고 심각한 문제로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성민지: 스위스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이 세나라의 접경국이라서 여러가지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것에 비교적 익숙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아닌 사람들도 꽤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인종차별 없이 모두에게 친절하고 오히려 의사소통이 안되는 경우에는 더 많은 배려를 해주기도 했어요. 또한 서로 다른 인종들이 모여 사는 만큼 흑인이나 라틴계 친구들도 인종차별을 꽤 받아와서 그 문제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성민지님 유학시절
 성민지님 유학시절
ⓒ 김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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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어진: 러시아, 특히 모스크바 사람들은 자국에 인종차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강해요. 러시아 자체가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이죠. 확실히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인종차별이 적은 편이에요. 대놓고 인종차별을 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위에서 말한 예시와 같이 간접적인 차별이 종종 일어나고 있어요.

서가은: 제가 미국에서 살면서 느껴본 바로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본인들은 인종차별은 하지 않고 모두 평등하다고 말은 해요. 하지만 은연 중에 다른 인종들을 무시하는 태도가 많이 심어져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도 미국의 미디어에서는 유색인종에 대한 비하적 표현이 쓰이는데, 저는 미국의 미디어가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는 일이 없도록 콘텐츠 제작에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그동안 비가시화되었던 아시안 혐오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아시안 혐오는 코로나 시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 이후에도 누구나 아시안 혐오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태그:#아시안혐오, #인종차별, #차별, #코로나,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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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경희대학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학교 팀 프로젝트로 '아시안 혐오'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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