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본격적인 여름 장마가 시작되기 전, 지금이 예쁜 꽃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대부분의 식물은 고온다습한 여름 날씨를 힘들어 한다. 특히 꽃을 피우는 식물이라면 더 그렇다. 올 여름 날씨는 어떨지 모르겠다. 고단한 세상살이를 닮아 날씨도 변덕스럽고 예측하기 힘들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리는 식물을 심고, 꽃을 피우고, 그 꽃을 보며 웃고 자연의 기운을 얻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식집사가 대거 늘어났다는 소식은 즐거우면서 한편으로 씁쓸하다. 위안을 얻으려 식물을 찾고 있는 것이니까.

델피니움
 
정원에서 자라는 델피니움은 멋지다. 흰색, 보라색, 푸른색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시원하게 트인다.
▲ 델피니움 정원 정원에서 자라는 델피니움은 멋지다. 흰색, 보라색, 푸른색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시원하게 트인다.
ⓒ 김이진

관련사진보기

 
델피니움은 이름 이야기부터 하는게 좋겠다. 생긴 모습처럼 이름이 참 곱다. 속명인 델피니움은 그리스어 'delphin(돌고래)'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꽃봉오리가 돌고래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말을 듣고 유심히 살펴봐도 도통 어딜 봐서 돌고래를 닮았단 건지 의아했는데 내가 헛다리짚은 부분은 활짝 핀 꽃이 아니라 '꽃봉오리'를 가리키는 거였다. 꽃봉오리를 옆에서 보면 닮았다! 하늘 정원에서 유영하는 돌고래 무리를 볼 수 있다.

델피니움은 마니아층이 두터운 꽃이다. 꽃대만 잘라 판매하는 절화도 인기 있고, 압화 연출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델피니움은 식물 기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라면 실내에서 키우기 힘든 편이다.

나도 꼭 한번 키우고 싶어 베란다에서 도전한 적이 있는데 여름 끝자락에 이별했다. 여름꽃 이미지가 강해서 더위에 강하려니 했는데 온도가 높고 습한 환경을 견디지 못했다. 잠깐이지만 행복했다. 아주 커다란 꽃대 둘레에 짙은 푸른색 꽃이 차례차례 피어나는 모습이라니.

노지에서는 튼튼하게 잘 자라니 공간이 있는 분들은 키워볼 만하다. 델피니움처럼 키가 큰 식물이 자리를 잡아주면 다른 식물들도 덩달아 존재감이 살아나면서 정원 표정이 풍부해진다. 큰 북이나 심벌즈가 놓인 것처럼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진다. 

한련화
 
꽃과 잎을 모두 즐길 수 있고, 소복하게 자라나는 모습이 탐스럽다.
▲ 한련화 꽃과 잎을 모두 즐길 수 있고, 소복하게 자라나는 모습이 탐스럽다.
ⓒ 김이진

관련사진보기

 
한련화는 콜롬비아 원산의 한련과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잎의 모양이 연과 비슷해서 한련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방울을 또르록 튕겨내는 것도 연잎과 닮았다. 본래 덩굴성 식물이라 매달아 키우거나 벽을 타고 올라가게 키우면 자유롭게 줄기가 뻗어나가는 기질을 살릴 수 있다. 요즘에는 개량된 품종이 많은지 타고 올라가는 기질 없이 그대로 자라는 경우도 흔하다. 유럽에서는 걸이용 화분으로 늘 인기 있는 식물이다.

햇빛과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키우고, 시든 잎과 꽃은 따주는 게 좋다. 꽃을 워낙 많이 피우는 식물이라 시든 잎이나 꽃에까지 영양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한련화는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꽃이 주를 이루는데 한껏 꽃을 피운 모습을 보면 에너지가 넘치고 생기발랄하다. 물방울이 맺힌 싱그러운 잎도 선명한 색감의 꽃만큼이나 예뻐 전체적인 조화도 볼 만하다.

한련화는 식용꽃으로 유명하다. 예쁜데다 맛까지 있으니 요리할 기분이 절로 나는 꽃이다. 꽃 비빔밥이나 샐러드에 빠지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실내에서 키울 때 가장 주의할 것이 굴파리의 침공이다. 잎에 하얀색 길이 구불구불 나 있다면 잎 뒷면을 살펴봐야 한다. 잎을 따거나 일일이 굴파리 알을 죽여야 한다. 먹는 것을 포기한다면 약으로 방제하는 것도 방법이다.
  
버베나
 
지금 모습만 보고 판단하시 마시라. 시간이 지날수록 맹렬하게 뻗어나가는 진면목을 볼 수 있다.
▲ 버베나 지금 모습만 보고 판단하시 마시라. 시간이 지날수록 맹렬하게 뻗어나가는 진면목을 볼 수 있다.
ⓒ 김이진

관련사진보기

 
사람도 그렇고 식물도 그렇고 들이는 공에 비해 적게 돌려주는 경우도 있고, 몇 배나 넘치게 주는 경우도 있다. 버베나는 들이는 품을 생각하면 풍성하게 돌려주는 식물이다. 햇빛을 아주 좋아하고 물에 대한 집착은 적은 편이다.

적당한 환경이 만들어지면 버베나는 만사 제쳐두고 열일한다. 넉넉한 화분에 작은 사이즈 포트분 하나를 심으면 부지런하게 줄기를 뻗으며 세력을 키워나가 화분을 꽉 채우고, 맞춤한 때가 되면 꽃을 피운다. 정원에서 키운다면 땅따먹기 선수가 된다.

버베나는 작은 꽃이 옹기종기 모여 핀다. 그 작은 꽃은 꽃잎이 다섯 장이고, 한가운데는 흰색으로 콕 물이 든 경우가 많다. 모여서 피는 꽃들은 대부분 가장자리부터 꽃을 피우는데 볼 때마다 재미있다. 정원의 주인공이 될 법한 도드라지는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특유의 소박하고 귀여운 매력으로 눈길을 끈다. 더불어 공간을 적절하게 메워주는 든든함까지 갖췄으니 이만하면 반려식물 조건으로 괜찮다.

버베나의 꽃말은 단결, 단란한 가족, 가정의 평화다. 이 꽃말처럼 집안에 심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니 마음에 드는 색깔을 골라 심어 보자.

다알리아
 
얼굴이 큰 것도 마음에 들고 살몬 색상도 마음에 든다. 좋다.
▲ 다알리아 얼굴이 큰 것도 마음에 들고 살몬 색상도 마음에 든다. 좋다.
ⓒ 김이진

관련사진보기

 
어린시절에는 다알리아를 흔하게 봤었다. 식물도 유행이란게 있어서 소리소문 없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다가 또 어느 순간부터 눈에 자주 보이기 시작하는 패턴이 있다. 돌아올 때는 업그레이드 된 이미지로 등장한다. 다알리아 역시 그런 분위기를 탔다. 이제는 정원이나 꽃 연출에 포인트를 주는 고급꽃으로 자리잡았다.

다알리아는 기다란 고구마 모양의 구근을 가진 국화과 식물이다. 구근 식물은 거의 예외없이 꽃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꽃 모양이 다양한데 홑꽃형, 아네모네형, 폼폰형, 볼형, 데코라티브형 등 열 가지가 넘는다. 잎이나 줄기에 비해 꽃의 크기가 큰 편이다. 언제 봐도 신기한게 꽃의 배열이 어쩜 이렇게 규칙적이고 균형을 이루는 걸까.

대부분의 다알리아 종묘는 구근을 수입해서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절화 가격이 제법 비싼 편이고, 분화도 저렴하지 않다. 그러니 한번 구입했다면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길러보자. 햇빛도 좋아하고 바람도 좋아하고 물도 좋아한다. 한번 물이 마르면 잎이 말라버리기 때문에 물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참, 다알리아를 키우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화려하고 큰 꽃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왠지 나이가 들었구나 싶다. 나쁘지 않다. 좋아하는 게 더 늘어나니까.

태그:#식물 이야기, #델피니움, #한련화, #버베나, #다알리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