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운항중인 '니나호' 모습
 운항중인 "니나호" 모습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5월 말,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전남 여수시갑)에게 여수시 삼산면 주민 797명이 서명한 진정서가 접수됐다. 노후한 선박의 잦은 고장과 소형선박으로 인한 결항율 때문에 원하는 날과 원하는 시간에 육지를 왕래할 수 없으니 쾌속카페리선 운항을 허가해 달라는 요구다.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는 여수시에서 117㎞ 떨어져 있다. 제주도와 여수의 중간에 있는 섬으로 동도, 서도, 고도와 삼부도, 백도 군도를 포함하고 있다. 거문도의 본섬인 동도, 서도, 고도 등 3개 섬은 바다 가운데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그 가운데에 100만 평의 천연 항만이 형성돼 있어 큰 배들이 드나들 수 있는 천혜의 항구 구실을 한다.

때문에 거문도항은 빈번히 열강의 침입을 받아왔다. 일본은 물론 러시아, 영국, 미국 등이 이섬을 노렸고 그로 인해 거문도는 우리 민족의 주권이 침해당하는 상징적인 지역으로 수산자원과 관광자원이 많다.

해수부에서는 섬 주민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1일 생활권 구축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구축해야 할 전제 조건이 있다. 섬주민이 원하는 날과 원하는 시간에 육지와 섬을 왕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여수와 거문도를 오가는 항로에는 'LS Shiping 선사'가 운항하는 '파라다이스호(309톤)'와 'GBK SNC선사'가 운항하는 '니나호(362톤)'의 두 여객선이 매일 1회 왕복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 대표가 낸 진정서 내용을 보면 문제가 있다.

"해당 항로를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는 선박의 규모, 노후되지 않은 설비를 갖춘 선박이 운항하여야 하는데 현재 다니는 파라다이스호는 27년이 넘은 노후된 선박으로 취항 보름만(4월 29일)에 기관 고장이 발생하여 오후 교통편이 출항하지 못하였으며, 파고 높이 2.5m, 풍속 13m/s 이상이면 운항이 통제되어 4월 결항율이 46%가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1일 생활권이 아니라 1박 2일이나 2박 3일 생활권이 된 것이지요. 확대해석하면 한 달 동안 15일은 교통편이 없어서 섬 주민이 원하는 날 원하는 시간에 육지와 섬을 왕래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여수항로는 비수익 항로이다. 때문에 선사들은 영세하며 투자를 할 수 없거나 기피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GBK SNC선사가 섬의 열악한 교통환경을 개선하고 자사의 비전을 위해 선령 12년인 대형카페리 고속여객선(GBK EXPRESS호)을 투입할 계획이다.

GBK SNC선사가 투입할 배는 2천톤급 대형카페리로 여객 정원 385명, 56대의 화물차량과 승용차를 적재하고 목적지까지 도달시간은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이 소식을 가장 반긴 사람들은 다름아닌 삼산면 섬 주민들이다.

선사 "GBK EXPRESS호 접안 아무 문제 없다"
  
GBK SNC 회사가 도입해 운영하겠다는 'GBK EXPRESS'호로 2005톤 고속카페리선이다
 GBK SNC 회사가 도입해 운영하겠다는 "GBK EXPRESS"호로 2005톤 고속카페리선이다
ⓒ GBK SNC

관련사진보기

 
2천톤급 여객선이면 태풍경보 외에는 언제든지 항해가 가능해 결항율이 5% 미만이 되기 때문이다. 선박운항을 관리하는 관리주체가 여럿 있다. 선박이 출발하는 기점은 여수광양항만공사, 중간은 여수시, 종점은 여수지방해운항만청.

주민 대상 사업설명회를 마친 GBK SNC선사 측에서 관련기관에 니나호의 운항기간을 단축하고 더 성능이 뛰어난 2천톤급 고속카페리여객선 대체 투입 검토를 요청했지만 해운법 제10조의 사유를 들어 불가의사를 표명하였다. GBK SNC담당자의 말이다.

"여수지방해운항만청에서 돌아온 답변은 '해운법 제10조(선박의 최소운항기간) - 내항 정기 여객운송업의 면허를 받은 자는 면허받은 항로에 투입된 선박을 1년 이상 운항하여야 한다'는 답변만 적시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제4항의 단서조항에는 '선박의 성능이나 편의시설 등이 더 양호한 선박으로 대체하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GBK SNC선사 측에서는 여수지방해운항만청에서 보완을 요구하는 행정절차와 선석 등의 문제는 선사가 자부담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기술력과 경제력이 있다고 답했다.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여수지방해운항만청에서는 이에 대해 '노코멘트'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 1일 GBK SNC선사 한재민 회장을 만나 선사 측 입장과 궁금했던 몇가지 질문을 했더니 이렇게 답했다.

"항로가 안정되지 않으면 관광객들이 섬을 방문하지 않아요. 현재 운항하는 배가 3백톤급이니까 경보가 내리면 운항통제를 받습니다. 2천톤급이면 태풍을 포함한 경보를 제외한 날짜에는 안정적으로 운항이 가능합니다. 일년에 10여일 정도만 운항을 못한다는 것이죠."
 

기자가 "2천톤급 배가 중간기착지인 초도와 종착지인 거문도에 접안이 가능할까"라고 묻자 그가 표를 보여주며 2천톤짜리 선박 운항이 가능한 이유를 설명했다.
 
GBK SNC에서 제공한  선박제원비교표. 맨왼쪽이 회사에서 운항하겠다고 제안한 GBK EXPRESS호이고 중앙의 '니나호'는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이다. 맨 오른쪽은 고흥 녹동항에서 거문도를 오가는 선박으로 현재도 운항 중이다.
 GBK SNC에서 제공한 선박제원비교표. 맨왼쪽이 회사에서 운항하겠다고 제안한 GBK EXPRESS호이고 중앙의 "니나호"는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이다. 맨 오른쪽은 고흥 녹동항에서 거문도를 오가는 선박으로 현재도 운항 중이다.
ⓒ GBK SNC

관련사진보기


"맨왼쪽 GBK EXPRESS호 제원은 2005톤에 길이 64.8m이고 흘수는 2.1m입니다. 중앙 니나호는 현재 저희 회사에서 운항하는 배로 362톤에 길이 37.92m, 흘수 1.72m입니다. 현재 고흥 녹동항과 거문도를 오가는 맨 오른쪽 평화페리 11호는 792톤에 길이 75.21m, 흘수 3.5m입니다. 흘수 3.5m인 평화페리호를 운항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면 GBK EXPRESS호를 접안하는데 역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여수항, 나로도항, 손죽항, 의성항, 서도항, 거문항의 항내 수심은 4m이상으로 선박 입출항에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저희 회사가 운항할 선박은 4기의 워터제트추진장치에 의해 운항하는 선박으로 일반적인 모노헐(Mono Hull)의 주 엔진 및 프로펠러 각각 1기 또는 2기가 장착되어 있는 선박과 비교해 선회반경이 작아요. 40~45미터 공간만 확보돼도 제자리에서 180도 회전이 가능합니다."

선의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 진척되지 않자 불편한 기색을 보인 그는 자신이 니나호를 운항하면서 들어온 수입이 적힌 통장을 보여줬다. 그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어서 '수지타산을 맞출 자신이 있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답변이 돌아왔다.

"일부 주민들은 '제 회사가 3개월 정도만 운항하다가 떠나버리는 건 아니냐'며 불안하다는 말을 한다고 들었어요. 여기 보십시오. 올 2월 3일 니나호를 운항하면서 부터 들어온 수입내역인데 돈 1원 한 장도 쓰지 않았어요. 일을 벌여놓고 떠나면 100억 이상 손해가 납니다. 3년 정도 유류비만 지원해주면 거문도에 관광객들을 위한 여러 가지 위락시설을 설치해 관광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흑자로 전환하도록 할 겁니다."

여수광양항만공사 "관련기관 연석회의 통해 결정 예정"

여수시 섬자원개발과 안성국 주무관을 만나 관련사항에 질의하자 "기점과 종점의 접안시설 설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두 개 기관에 요청할 예정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내친 김에 여수 기점항을 관리하는 여수광양항만공사 고우권 부장에게 질의를 하자 그가 답변했다.

"그렇잖아도 여수지방해양수산청에서 2천톤짜리 쾌속카페리가 운항가능하는지에 대한 질의서가 왔습니다. 관련기관간 연석회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입니다."

섬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받은 주철현 의원은 어떤 입장일까? 의원실 관계자가 보내온 답변이다.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이 개정되어 2020년 10월부터 도서지역을 오가는 해상교통수단도 대중교통으로 편입된 바 연안여객선 운항 관련 영세 선사에만 맡겨둘 것이 아닌, 국가와 중앙정부의 책임을 강화할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여수-거문항 연안여객선 2천톤급 확충은 현재 46% 결항률을 낮출수 있는 효과높은 방안이지만, 여수항에서 거문항, 그리고 중간 기항지의 2천톤급에 따른 접안시설이 수용가능한지가 관건입니다. 결항을 낮추는 것도 좋지만 입출항시 주민들의 안전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저희 의원실에서는 여수-나로도항-손죽-초도-거문항으로 이어지는 운항 밎 기항지에 운항선박 2천톤급 변경시 접안시설 수용여부가 관건이기에 관련기관의 전문가들을 통해 접안 시설의 안전성 등 시뮬레이션 실증을 통해 확인절차를 갖자고 제안한 상태입니다. 주민.선사.전문가,해수청,관련기관 등이 참여하여 각 기항지에 2천톤급 선박이 운항시 기존 접안시설로 접안이 가능한지를 면밀히 실증하는 것이 지금의 논란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주민들은 만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수부를 방문할 태세이다. 각자가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면 결론은 나지 않는다. 유관기관과 전문가 선사 등이 참여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야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쾌속카페리취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