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코로나 바이러스19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해 공연이 사라졌다. 대유행은 장기간 이어지며 사회에 타격을 입힌다. 타격은 사회의 취약하고 느슨한 부분을 찾아 더욱 아프게 상처를 낸다.

코로나19로 대학가 밴드도 직격탄을 맞았다. 학생이 주 구성원인만큼, 업이 아닌 취미로 문화를 즐기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코로나로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보면 신경림 작가의 시, <농무>가 떠오른다. 농무는 당시 농촌 공동체가 산업화로 인해 해체되던 모습을 그린 시다. 비슷하게 대학가 음악 공연 문화는 코로나19라는 큰 충격을 맞이한 후 해체 위기를 마주했다. 정부의 거리 두기 조치 등으로 인해 영업에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 신경림 <농무> 중에서 

문화는 사람이 섞이며 교감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다수가 함께 만들어 가는 밴드 공연 문화는 공연자들 간의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 교감의 부재는 위기의 원인에 해당한다. 비대면 조치로 인해 함께할 사람을 마주하고, 선택할 수 없게 됐다. 지난 5월 18일, 기자와 인터뷰한 연세대학교 중앙 록밴드 동아리 '메두사'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홍하성(25)씨도 이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메두사는 이번 신입 부원 모집 과정에서 비대면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은 피면접자가 녹화한 영상을 참고했다. 홍씨는 "실력의 평가는 비대면으로도 크게 어렵지 않다. 다만 면접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밴드음악은 혼자 하는 음악이 아니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며 조화를 이끌어내는 음악이다. 그래서 서로 마음이 맞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이를 면접 단계에서 확인하기가 이전보다 어렵다. 서로 간 유대감이 부재하는 지금, 공연을 넘어서 대학가에서 밴드 동아리 자체가 이전 만큼 활발히 활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버티고 싶었지만... 그냥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 신경림 <농무> 중에서 

코로나19 상황에 신촌 지역 상권 또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대학생의 소비가 주가 되는 기존의 수익 모델이 해체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신촌에서 공연이 자주 열리던 공연장의 점주들에게 직접 상황이 어떤지 물었다. 
       
지난 여름 철거 후 약 1년 간 아무도 오지 않아 사진 촬영 당시 거미줄과 벌레들이 가득했다. 영업금지 게시문이 붙어있던 흔적도 역력했다.
▲ 퀸라이브홀 지난 여름 철거 후 약 1년 간 아무도 오지 않아 사진 촬영 당시 거미줄과 벌레들이 가득했다. 영업금지 게시문이 붙어있던 흔적도 역력했다.
ⓒ 박경민

관련사진보기

 
'퀸라이브홀'은 신촌 기차역 앞에 있는 공연장이었다. 지하임에도 학교와 가까운 거리라, 많은 음악 동아리들이 공연 장소로 빌리곤 했던 곳이다. 지난 5월 16일 퀸 라이브홀을 찾아가보았으나, 철거된 채 비어있었다. 전화로 '퀸라이브홀' 사장 A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공연장 문을 닫았다. 작년에 한 번도 1월부터 공연이 없어서 여름에 문을 닫았다. 집합 금지 때문이다. 보증금도 다 정리가 돼서 철거 비용만 남았다. 철거하는 데 1000만 원 들어서 그냥 철거하고 나왔다. 버티고 싶었는데,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수요일 저녁 9시 반임에도 한 테이블이 다녀갔다. 방문 당시에는 아무 손님도 없어 주인 부부가 앉아 쉬고 계셨다
▲ 텅 빈 신촌 세시봉 사진 수요일 저녁 9시 반임에도 한 테이블이 다녀갔다. 방문 당시에는 아무 손님도 없어 주인 부부가 앉아 쉬고 계셨다
ⓒ 박경민

관련사진보기

 
지난 2일 인터뷰를 진행한 신촌 '세시봉' 사장 B씨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시봉은 일정 시간 동안 내부 전체를 대학 동아리에 빌려주며 대여금을 받는 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행사가 없을 때는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매출의 99%가 감소했다. 호프집도 공연장도 아닌 애매한 성격에 더욱 수익이 줄었다. 너무 힘들게 버티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은 일반 매장들과 같게 주어지고 있다.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대관비와 음식 매출 등, 모두 코로나로 없어졌다. 가게를 빼려 해도 뺄 수가 없다. 간혹 오시는 마니아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무 힘들다. 우리도 문을 잠깐 닫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세시봉 문 닫았다'는 사람들의 말이 정말 듣기 싫었다. 방법이 없어서 이제는 그냥 우리 부부가 매장을 열러 와서 앉아있다가 간다. 아무도 안 온다. 서글프다. 예전처럼 학생들과 빨리 어울려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공연장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공연장은 집합 금지 조치, 거리 두기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면치 못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3월 발간한 '코로나19로 인한 대중음악(공연관련) 업계 피해 영향 사례 조사 연구'에 따르면 공연기획업과 공연장은 전년 대비 매출이 82% 급감했다. 그럼에도 정부 지원은 일반 업종들과 똑같이 마련돼,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게 공연장 점주들의 설명이다.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 신경림 <농무> 중에서 

문화는 사람만으로 형성될 수 없다. 소속한 단체의 성격에 맞는 활동을 진행해야 한다. 결국 밴드 동아리는 공연을 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밴드 동아리는 상황의 통제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비대면 공연 방식을 택한다. 각 동아리는 현장 공연의 대체 활동으로 유튜브(Youtube) 라이브 스트리밍/합주 영상 게재 등 비대면 합주와 공연을 진행한다.

그렇지만 앞서 인터뷰한 홍씨는 "대면 공연의 현장감이 부족하다. 특히 신입 부원의 경우 공연에 참여하고 무대를 완성하여 이를 관객과 나누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게 좋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 없이 개별 연습 후 녹음 및 녹화에 참여하는 것은 팀원 간 유대감을 쌓기도 어렵다. 동기부여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지금은 비대면 공연도 힘든 상황이라 어떤 형태이든 공연 자체가 가능해야 밴드 동아리가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을 남겼다. 비대면 공연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과거만큼 활동에 효능감을 느끼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 신경림 <농무> 중에서 

"공연 문화를 기억해야 한다"

위기의 속성과 해결책을 묻기 위해 마포구 예술 활동 거점 지역 활성화 사업서 분과장을 맡아 일하고 있는 단편선(활동명, 36)씨를 지난 5월 24일 인터뷰했다. 

그는 다양성의 위기를 논했다.

"음악의 성공에는 여러 채널이 존재한다. 대학 밴드는 기존 음악을 재생산하는 채널로서 음악이 힘을 갖게 하는 일종의 기제다. 한 채널이 망가지면 다른 채널로 자원과 인프라가 쏠린다. 이렇게 되면 자본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유리하다. 채널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는 문화에 다양성이 없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어서 정부의 미흡한 문제 인식에 대해 말했다.

"기초예술은 국가 지원을 받는다.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에서부터 지원이 시작된다. 하지만 대중음악의 경우 제약이 세다. 일종의 차별이 있다. 한 예로 현재 뮤지컬과 클래식 음악 공연은 관객 수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대중 음악 공연은 법적으로 100명 이상의 수용을 금지한다. 해결이 시급하다. 결국 대중음악을 '유흥'으로 바라보는 시각 때문에 이런 규제가 나온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음악 공연 문화를 기억하고 좋아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 <농무>의 마지막 부분은 슬프고 허전한 놀음으로 끝난다. 농촌 공동체는 해체를 맞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화는 슬프지 않아야 한다. 슬프지 않기 위해 문화를 지켜야 한다. 다시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날까지 문화를 기억해야 한다. 대학 사회 공동체의 일부로서 음악 공연 동아리는 위기를 '맞고 있을 뿐'이다.

태그:#공연, #문화, #대학, #밴드, #동아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이 좋습니다. 행복한 세상을 원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