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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도 '2013년 논문 저자 바꿔치기' 등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A 교수를 지난 4월 14일 기소했다. 하지만 전북대 징계위는 A 교수에 대해 '감봉 2개월'의 경징계를 의결하는 데 그쳤다. 사진은 전북대학교 모습.
 검찰도 "2013년 논문 저자 바꿔치기" 등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A 교수를 지난 4월 14일 기소했다. 하지만 전북대 징계위는 A 교수에 대해 "감봉 2개월"의 경징계를 의결하는 데 그쳤다. 사진은 전북대학교 모습.
ⓒ 전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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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논문인데, A 교수님이 제 이름을 삭제(remove)해 달라고 학술저널에 보낸 전자메일을 확인하고 목이 컥 막혀서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논문 빼앗긴 걸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많이 울었어요."

2013년 8월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등재 국제학술지인 IJPRAI(International Journal of Pattern Recognition and Artificial Intelligence)에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당시 몽골 유학생 B씨. 그는 8년이 흐른 2020년 11월 자신의 이름이 해당 논문의 '제1저자'는 물론 공동저자에서도 삭제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때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관련기사] 논문에 제자 이름 빼고 '친동생' 넣은 황당한 지도교수 http://omn.kr/1tdqh)

"식당에서 잠을 자며 1년 동안 쓴 논문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저자에서 삭제
 
전북대 A교수가 지난 2014년 4월 16일에 국제학술지에 보낸 메일.
 전북대 A교수가 지난 2014년 4월 16일에 국제학술지에 보낸 메일.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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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논문이 등재된 뒤 8개월이 흐른 2014년 4월 16일, B씨 지도교수였던 전북대 A 교수는 이 국제학술지에 'B를 remove(삭제) 해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결국 B씨 이름은 해당 논문에서 삭제됐다.

해당 논문의 제목은 '꽃 감지 알고리즘을 이용한 귤 수확량 예측을 위한 새로운 기법'이었다.

"귤을 논문 주제로 잡을 수 있었던 건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한 한국인 남자친구(현재 남편) 덕분이었어요. 그 때 남자친구가 저에게 아이디어를 줬고, 논문에 실린 사진도 남자친구가 찍어주어서 실험데이터로 사용했어요."

B씨는 지난 5월 31일 오후 전북 전주에 있는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해당 논문을 쓰면서 1년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참 동안 흐느껴 울었다.

"돈이 없어 친구 집에서 살기도 했고 3개월에 한 번씩 이사를 하고, 결국에는 잠을 잘 곳이 없어서 식당에서 생활했는데..." 

A 교수가 해당 논문 '제1저자'에서 B씨의 이름을 빼고 '바꿔치기'한 인물은 바로 자신의 친동생 A1 교수였다. A1 교수는 현재 A 교수와 같은 대학인 전북대 기금교수다.

이 논문에는 당초 제1저자인 B씨, 교신저자 A 교수와 함께 공동저자 2명이 더 있었다. 이 2명 가운데 한 명은 A 교수의 친오빠인 A2 교수(고구려대)였고, 또 다른 한명은 C 교수(원광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A2 교수는 2017년 3월부터 전북대 컴퓨터공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는데, 지도교수가 친동생인 A 교수였다. 

결국 저자에서 나중에 B씨가 빠지고 A1 교수가 새로 들어감에 따라 해당 논문 저자 4명 가운데 3명을 A 교수 3남매가 차지하게 됐다. 

그렇다면 A 교수 친동생과 친오빠, 그리고 C씨는 해당 논문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B씨는 "내가 연구를 할 때 그 세 명의 얼굴을 본 적도 없고, 전화통화를 한 적도 없고, 전자메일을 한 번도 받거나 보낸 적도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그 사람들이 누군지도 몰랐는데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보낼 때 A 교수가 갑자기 이름을 넣으라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는 "내가 해당 논문을 쓰기 위해 연구하면서 연구노트를 자세히 작성했는데, 이 노트에 A 교수 이름은 들어가 있지만 A1, A2, C 교수는 이름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B씨의 주장이 맞다면 A 교수 주선으로 3명의 교수들이 B씨 논문에 무임승차한 뒤, 결국 B씨 이름까지 제거한 셈이 된다.
 
A교수의 요청에 따라 A교수의 친동생을 '제1저자'로 수정한 국제학술지 화면 안내.
 A교수의 요청에 따라 A교수의 친동생을 "제1저자"로 수정한 국제학술지 화면 안내.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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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웠다... A 교수 지시로 자녀를 일주일에 3~5번 병원 통원치료"

그렇다면 왜 B씨는 2013년 당시 논문에 기여하지 않은 이들이 공동저자로 들어갔는데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일까? B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A 교수님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졸업도 못하고 박사도 하지 못하니까, 무서웠어요."

B씨는 A 교수 밑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A 교수 자녀의 통원치료까지 도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9월부터 1년 반 동안 A 교수님 자녀를 일주일에 3번에서 5번까지 병원에 안고 갔다"면서 "한 번 병원에 가면 3시간이 걸렸는데,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는 "A 교수 대신에 대리 강의도 2년 동안 했다"고도 털어놨다.

이에 대해 전북대 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4일 A 교수가 B씨에게 자신의 자녀를 통원치료 하도록 지시한 것과 대리 강의를 지시한 점 등에 대해 '인권침해' 결정을 내렸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사적 행위를 강요하는 괴롭힘 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북대 인권위, 인권침해 결정... 검찰, 업무방해 혐의 기소... 경찰, 인건비 횡령 수사중

검찰도 '2013년 논문 저자 바꿔치기' 등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A 교수를 지난 4월 14일 기소했다. 하지만 전북대 징계위는 A 교수에 대해 '감봉 2개월'의 경징계를 의결하는 데 그쳤다.

교육부는 A 교수 징계 건에 대해 재심의를 벌이는 한편, A 교수 제자 논문에 이름이 여러 차례 실린 C 교수 등에 대해서는 원광대에 조사를 이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민권익위 의뢰를 받아 A 교수가 제자 B씨에게 통장을 개설토록한 뒤 통장을 자신이 보관하면서 인건비를 챙긴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B씨는 "박사과정 학생일 때도 박사후연구원일 때도 연구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B씨는 몽골에서 중학교 시절 몽골올림피아드 상을 받기도 했고, 국립 제1몽골대를 졸업한 재원이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수난과 홀대를 당했다. 그는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에서 '제1저자'를 삭제 당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지난 2014년에 받은 박사학위를 박탈 당할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하지만 B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저는 제가 공부할 수 있도록 해준 전북대에 감사하고 있어요. 저를 도와준 한국인들도 여전히 좋아해요. 특히 연구윤리 부정을 바로 잡고 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나서주신 전북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님들한테는 정말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워요."

A 교수 "친오빠와 친동생, 논문 작성에 참여" 반박

제자 B씨 등의 주장에 대해 A 교수는 <오마이뉴스>에 보낸 문자 답변에서 "실제 논문에 참여한 B의 성명을 제거할 의도는 아니었고 다만 연구에 기여한 사람을 저자로 추가할 생각이었다"면서 "그런데 B를 빼는 것으로 한(메일을 보낸) 것은 순간적 착오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A 교수는 "(논문 공저자로 들어간) 친오빠는 생물학 박사로서 해당 논문과 관련이 있었고, (제1저자로 들어간) 친동생은 의학박사로서 그 논문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면서 "두 사람 모두 인공지능에 식견이 있다. 실제 연구와 논문 작성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태그:#논문 바꿔치기, #전북대, #남매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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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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