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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소매상은 정말 행복한 직업입니다."
"동네서점이지만 삶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문학소매점' 정웅 대표와 '시와 예술' 연소은 대표의 이야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천 문화예술특화거리에 잇따라 개성 넘치는 동네서점이 들어서고 있다.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는 상점들 틈에서 지난 3월 인천 중구청 맞은편에 간판을 내 건 '문학소매점'과 이달 초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 둥지를 튼 '시와 예술'이 바로 그곳이다.

근현대 우리나라 작가의 책으로만 빼곡히 채운 '문학소매점', 예술서적과 사진집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시와 예술'. 책과 문화를 사랑하는 순수한 열정으로 예술과 대중의 매개체 역할을 자처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문학소매점' 정웅 대표​] "행복한 기억들을 판매합니다"
 
개항장의 문화공간 '문학소매점' 정웅 대표
 개항장의 문화공간 "문학소매점" 정웅 대표
ⓒ 최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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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소매점'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문학소매점은 3월 13일 문을 열었습니다. 준비도 부족하고 책도 가구도 안 들어온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상호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어요. 개항장 거리에 계약하자마자 문학소매상이 떠올랐고, 소매상은 상인인 저를 뜻하니 소매점으로 바꿨죠. 외래어는 안 쓰려다 보니 가장 정직한 상호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 서점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루 왕복 네 시간의 출퇴근, 상하수직관계, 어색한 식사시간 등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가 들면서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해보자 했어요. 평소 책 읽기도 좋아했고, 불면증에 고생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매일 한 시간씩 책을 읽어주며 책 마다의 추억들이 새겨졌어요. 저의 행복한 기억들을 판매하는 일, 그것이 서점 소매상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문학소매점 내부 전경. 우드 톤의 가구와 조명으로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의 공간이다.???
 문학소매점 내부 전경. 우드 톤의 가구와 조명으로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의 공간이다.???
ⓒ 최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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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개항장에 위치한 문학소매점 외부 전경
 인천 중구 개항장에 위치한 문학소매점 외부 전경
ⓒ 최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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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점엔 주로 어떤 책들이 있나요?

"개항로는 우리나라가 외세로부터 침략과 수탈의 역사가 남아 있는 아픈 역사를 가진 동네에요. 일본풍의 건축양식으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건물들도 많이 있어요. 다른 장소라면 아마 외국책도 취급했겠지만, 역사적 의미가 새겨진 장소인 만큼 우리나라 작가의 책만 취급하고 싶었어요.

황석영, 이청준, 김승옥, 박경리 작가부터 천선란, 김초엽, 장류진 작가의 책까지 소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또한, 인권이나 노동 관련 도서는 소설과 함께 시대의 가장 아픈 곳을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취급하고 있답니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다 보니 그림책과 여행책도 마련해두었고 시와 수필, 독립출판 도서들을 비롯해 인천 관련 인문학책도 하나 둘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 서점을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손주에게 그림책 선물을 하고자 아픈 몸을 이끌고 오신 할머니, 책장에 꽂혀있는 고 노희찬 의원의 책을 보고 눈물을 훔치시던 어르신, 저 멀리 강원도 홍천에서 찾아온 분까지 매일 매일 찾아주시는 분들 모두 기억에 남습니다.
 
-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도서정가제라고 하여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할인 대신 수익으로 종이봉투와 커피 및 각종 차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답니다. '문학'이라는 것이 수십 년이 지나도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좋은 책 역시 잘 보존되고 많은 이들이 보고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이 많아지고 잘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점소매상은 정말 행복한 직업입니다. 이윤을 포기한다면 말이죠(웃음)."

◆ 문학소매점: 인천시 중구 신포로27번길 89​
 

['시와 예술' 연소은 대표] "저희 서점만의 책 등급이 있습니다"
 
'시와 예술'은 시집, 예술서, 사진집 섹션을 확실히 구분해 원하는 도서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시와 예술"은 시집, 예술서, 사진집 섹션을 확실히 구분해 원하는 도서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 최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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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동네 예술서점 사서 연소은입니다. 서점을 열기 전까지 사진가 김정아로 활동해 왔습니다. 요즘 말로 '본캐'(본캐릭터)는 사진가고 '부캐'(부캐릭터)를 사서라고 보시면 될 거 같네요(웃음). 평소 일상에서 쉽고 빠르게 탈출할 수 있는 문이 있다면 시와 예술일 거라고 여겼고, 그래서 늘 동네에서 한걸음에 만날 수 있는 전문서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지난 5월 1일,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 문을 열게 됐습니다."

'시와 예술'이라는 서점 이름 그대로 예술서적을 전문 서점입니다. 서점에서 다루는 책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기억하기 쉽도록 지은 이름이었어요."

- 서점을 열게 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그동안 유럽과 한국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예술에 대한 깊은 교감을 갖는 방법으로 책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작가의 책을 읽고 그 작가와 예술적 교감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같은 책을 읽는 것도 또 다른 예술적 공감과 교감이 되는 일인 거 같습니다. 꼭 제가 만든 책을 통해서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다른 작가나 책들을 여러 사람과 교류해 깊이 있는 예술적 공감을 이룬다면 그것도 정말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월 '집현전' 이상봉 대표님을 도와 책을 정리하다 보니 서점이라는 공간과 책이 또 다른 세계에 있는 거처럼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언택트 시대에 특히나 전시회나 미술관에 자주 갈 수 없는 상황들이 이어지며 예술책은 척박한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한 사람의 독자로서 다른 분들과 같은 책을 읽고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일에 목이 말랐습니다. 이런저런 고심 끝에 서점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신간에서부터 중고도서까지 책의 상태 및 특이사항을 알리는 도서품질관리등급용 책갈피
 신간에서부터 중고도서까지 책의 상태 및 특이사항을 알리는 도서품질관리등급용 책갈피
ⓒ 최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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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 자리한 시와 예술 외부 전경
 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 자리한 시와 예술 외부 전경
ⓒ 최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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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예술'만의 차별성이 있다면​요?

"제가 소장하고 있는 책의 대부분이 시와 예술 분야입니다. 책들을 바라보며 생각했죠. 제가 그동안 사진가로 해온 일들과 경험을 바탕으로 시집과 예술책을 통해 독자분들과 작가가 교감을 이루는 일을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하나의 책은 특히, 시집과 예술책은 책의 물성 그 자체가 예술적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해서 저희 서점만의 '도서 품질관리 등급'을 만들어 운영 중 입니다. 또한,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분들에게는 별도 요청 시 포장 서비스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 서점을 운영하며 느낀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서점 이름이 'P.R.B.'인데, 무슨 뜻인지 아세요? 'Project : Restore Bookstore'입니다. 온라인과 스마트폰 시대에 점점 사라지는 책들과 동네서점을 부활시키자는 의미의 프로젝트입니다. 서점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또한 운영해보려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한마디로 디지털 시대에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점이죠(웃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시와 예술'은 독자분들과 지역사회에 돌려드릴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통해 예술을 보다 가까이 접하며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예술적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예술은 어렵고 무거운 것, 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동네 10분 거리에 있는 언제든 열려있는 서점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예술이 삶에 스며드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장돼 보다 더 가치있는 세상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햇살 푸르른 날도, 비 내리는 날도 좋다. 책을 만나는 데 안 좋은 날은 없다. 책과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마련한 따스한 공간속으로 잔잔히 스며들어보자.

◆ 시와 예술: 인천시 동구 금곡로 14-5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i-View 객원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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