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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아이랑 함께 당신이 없는 평일 시간 때에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의미 있게 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잠시 근처에 나가기는 하겠지만, 집 안에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를 위한 장난감들이 많이 필요해요. 함께 고민해 봐요."

아이가 5개월을 넘어가던 시점에 아내가 한 말이었다. 그랬다. 코로나 여파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이와 엄마가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낼 때 이른바 '육아템'들이 아이가 커가는 속도에 비례해서 많이 필요했다. 아이를 처음 키우는 부모다 보니 어떤 놀이를 아이와 함께해주어야 하는지, 어떤 장난감이 아이에게 필요한지 잘 몰랐다.

두 가지를 통해 고민을 해결했다. 코로나 시대가 불러온 이 특별한 시기에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던 건 1순위가 당근마켓이고, 두 번째가 알리 익스프레스였다.

당근마켓을 해보니, 이렇게도 물건을 사고팔 수 있구나를 느낀 신세계였다. 초보 부모이기에 필자는 틈이 나거나 쉬는 날이면 당근 마켓의 유아동 코너를 실시간으로 모니터하며 장난감에 관해 익히며 배워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거래량이 많아지고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부모님들을 직거래로 자주 만나게 되었다. 같은 아빠끼리 거래하거나 아이를 데리고 부부가 집 근처로 오시면 잠시나마 대화할 기회가 생기곤 했다. 그들의 고민도 같았다.

"코로나로 아이와 집에서 놀아줘야 하는데, 장난감과의 전쟁이에요. 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을 있어야 하니 안 그래도 필수 장난감들이 많은데 걱정입니다. 요즘에는 항상 아이와 놀아주면서 그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후에 안 일이지만 국민 육아템이라고 불리우는 필수 장난감들이 존재했다.

"외출복 같은 건 한두 번이면 많이 입힌 거예요. 시간이 훅 지나가거든요."

실제로 장난감을 구매하면 아이의 여벌 옷들을 챙겨 주시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힘든 시기 전우에 대한 진정 어린 동료애라고 할까? 나도 그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메시지로 진심 어린 위로를 드리곤 했다.

이 밖에도 코로나 시대의 특별함이 압축된 거래 형태가 있다. 이른바 '비대면 문고리 거래'다. 이건 뭔가 싶으실 게다. 약속한 시간에 거래하기로 한 집에 가서 입금을 하고 상품을 확인 후 가져오는 방식인데, 난 이 방식이 처음에는 도통 익숙하지 않았다. 뭔가 도둑질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비밀 거래를 하는 것 같기도 그런 기분이랄까?

하지만 아이를 엄마 혼자 케어 하는 집들이 많다 보니 택배를 보내러 근처에 나오는 것조차 힘들고, 짧은 외출에서조차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다 보니 이런 거래가 만들어진 듯하다. 코로나 시대의 슬픈 현실이다. 

아기의 장난감들 중에 큰 것들이 있는데, 그런 건 승용차에 실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면 부엌놀이 장난감 세트 같은 것은 정말 힘들게 가져왔다. 이런 큰 장난감들을 구하거나 예민한 전자제품 혹은 미사용인 싼 새 제품들을 주로 구입했다. 아이가 관심 없어 하거나, 아이의 시기와 맞지 않는 장난감들은 당근으로 주로 판매 했다.

당근에는 무료 나눔이라는 특이한 문화가 있는데, 돈을 받지 않고 원하는 분에게 상품을 전달해 주는 방식이다. 대부분 위에 열거한 직거래나 문고리 거래인데 아이 엄마는 이 무료 나눔을 직거래 방식으로 많이 했다.

필자가 출근하고 나면 아내가 찾아오신 분에게 시간을 맞춰 전달하거나 쉬는 날 본인이 직접 전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잘 쓰겠다고 잘 쓰고 있다고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뿌듯함 그 이상의 감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점차 감정표현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아이는 장난감에 대해 호불호를 보였다.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 싫증이 났는지 외면 하는 장난감들이 생겼고 좋아하는 취향을 조금씩 표출했다. 그럴수록 취향에 맞고 시기가 적절한 새로운 장난감을 찾아 주어야 했는데, 부모의 욕심이랄까? 좀 더 참신하면서도 아이의 발달을 돕고 자극적이지 않은 장난감을 골라 주고 싶었다.

하지만 당근에서는 그런 것들을 찾아 보기는 힘들었고 아이 엄마와 머리를 맞대서 찾아낸 것이 중국 사이트인 '알리 익스프레스'였다. 마윈이 창업한 알리바바라는 쇼핑몰과 관련이 있는 쇼핑몰이다(알리바바와 알리 익스프레스의 차이점을 굳이 설명하자면 알리바바는 도매, 알리 익스프레스는 소매의 성격이다). 당근도 신성한 충격이었지만 알리 익스프레스는 다른 의미로 신세계였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다른 쇼핑몰보다는 비교적 저렴했고 매우 다양한 상품들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의 새로운 장난감을 찾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여러 개가 있었다. 일단 페이지의 단어들이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으며 주문 시 상품이 언제 올지는 모른다는 것(길게는 한달.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조금 더 배송 일자를 당길 수 있다)이다. 

배송이 온다 쳐도 상자에 고이 오는 것이 아니라 비닐에 떡하니 넣어져서 오는 물품이 많아 부서져서 오는 경우와 아예 불량이 오는 경우, 그리고 막상 받아보면 상품의 질이 매우 좋지 않은 경우 등이 있었다. 반품이나 환불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몇 번 시도하기는 했지만 포기했다. 결국 우리의 선택은 늘 눈물을 머금고 다시 주문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위의 단점들을 감수하고라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가치가 있었다. 물론 구입은 하지 않았지만 아기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와 장난감들의 천국이었다. 작게는 아기의 딸랑이부터 로봇, 드론까지. 물론 국내 사이트에서 파는 동일한 물품도 있었는데 심한 것은 서너 배의 가격 차가 나기도 했다.

쇼핑몰 이용이 힘들거나 알리를 모르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은 것을 보니 우리와 같이 장난감과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감을 찾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 마음이 아려왔다

쉬는 날 어느 오후, 당근마켓으로 구매했던 범보라는 의자에 앉아 알리 익스프레스로 구매한 태엽으로 움직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아이와 엄마. 그리고 필자는 한쪽에 앉아 오늘도 당근마켓의 유아동 코너와 알리 익스프레스 사이트를 들여다 보고 있다.

코로나 시대 시간은 흐르고 그래도 아이는 자란다. 이 시대 모든 부모님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과 안녕을 코로나 세대 부모로서 간절히 전하는 바다. 

태그:#코로나, #아기, #당근마켓, #알리 익스프레스,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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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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