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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은평구의 풀뿌리 언론인 은평시민신문이 은평구청에 항의에 1면 백지 발행을 단행하는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은평시민신문은 행정이 지역신문의 알권리를 탄압하고 사업비 지급을 미루는 등 보복행정을 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은평구청은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당한 권리행사로 은평시민신문의 보도가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이에 은평구청이 <오마이뉴스>에 입장문을 보내와 싣습니다. 또 은평시민신문을 지지하는 의견글도 함께 게재합니다. 이와 관련한 찬반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신민주 기본소득당 대변인이 1일 국회에서 지난주 발행된 은평시민신문 백지 1면을 들고 은평구청의 언론탄압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기본소득당)
 신민주 기본소득당 대변인이 1일 국회에서 지난주 발행된 은평시민신문 백지 1면을 들고 은평구청의 언론탄압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기본소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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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시, 특별시 안의 기초지자체장의 위치는 '거쳐가는', '흘러가는' 자리일 공산이 크다. 정거장 같은 곳에서 이름을 '외화'하여 국회의원이나 시장 노림의 발판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벌써 마음은 콩밭에 있고, 큰 물에서 놀고 싶은데 밑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비판의 목소리는 성가시고 자잘하다고 여기기 십상이다.

노는 물이 다른데 한갓 몇 명 안 되는 풀뿌리 언론이 자꾸 써대니 얼마나 기분이 상했을까. 그것 말고도 정치적으로 성장하려면 앞길이 구만리인데 간단히 제압하고 싶었을 것이다.

정치인이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사법적으로 행정력을 동원해 압박하기 시작할 때 사실상 공포정치가 시작된다. 함부로 입 놀렸다가는 큰 코 다칠 줄 알라며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 

서울(중앙) 언론이라면 그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치졸한 것이다. 기껏 몇명 안 되는 풀뿌리언론에서 자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니 가장 빠른 방법으로 소리를 끄고 싶었을 것이다.

이번 은평구의 은평시민신문의 탄압은 다각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권력기관이 언론을 탄압했다는 식으로 납작하게 보기보다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서울특별시는 특별하게 자치가 가장 낙후된 곳이다. 정부와 국회가 수도 서울에 있다보니 시민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기능하는 지점이 크다. 서울이 곧 대한민국이라는 자부심과 자존감은 한갓 구청장, 구의원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게 만든다.

논쟁을 해도 대통령 갖고 논쟁을 해야 격이 있어보이지, 이름도 모르는 구청장, 구의원 갖고 이야기 하는 것은 왠지 격 떨어져 보인다. 이런 식민지적 인식들이 공기처럼 흐르고 있는 가운데 이런 사건이야 사실 같잖게 보일 수 있다. 시민단체, 언론, 정당 등도 대부분 국가적 이슈만도 차고 넘치는데 작은 단위의 논란 따위는 집중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자치의 가장 큰 사각지대이다.   
1조 예산과 1400명의 공무원  VS. 2명의 풀뿌리 기자 

그런 후진 자치의 서울에 풀뿌리언론이 정말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은평시민신문은 기자가 두명이다. 5만여명, 5천억원, 700명 공무원이 있는 옥천군, 여기서 풀뿌리언론을 하는 옥천신문도 상근 기자 정원이 10명인데, 47만명, 1조, 1천400여 명의 공무원이 있는 은평구, 이 곳의 풀뿌리언론의 은평시민신문은 취재 기자 수가 2명이다. 넘치는 정보와 견제 비판해야 할 권력이 엄청 많고 대변해야 할 주민들이 10배 가까이 되지만, 2명의 기자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신문을 내는 곳이 구로타임즈나 은평시민신문 등 몇 안 된다. 풀뿌리 언론을 하기 얼마나 열악한 곳인지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풀뿌리 언론이 지키고 있는 은평구도 이럴진대 다른 곳은 어떠할까. 이런 목소리마저 없는 곳은 그냥 묻히는 것이다.

구정 감시와 비판 열악한 서울 

서울특별시 25개 구에 계도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구정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얼마나 열악한지에 대한 방증이다. 변방에서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계도지가 서울'특별'시 25개구에 100억원 남짓한 예산으로 살아있다는 것은 얼마나 '넌센스'인가.

이번 은평구의 은평시민신문 탄압 사건에서 주목하고 환기해야 할 것은 서울 풀뿌리의 열악함과 민낯을 마주하는 것이다. 이벤트적인 민주주의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광장의 촛불과 극적인 선거 투표로 민주시민으로 자리한다는 환영에 빠져있지만, 일상성과 항상성을 담보하지 못한 민주주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아래로부터 치고 올라가야 한다. 그럼 뿌리내려야 한다.

은평시민신문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그런 열악한 토양속에서 풀뿌리의 가치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든 저항의 자치와  투쟁하는 풀뿌리의 중요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저항성과 투쟁성을 상실한 너무도 평화로운 마을공동체가 결국 새롭게 포장하는 새정치의 액세서리가 될 것이라는 것을 꿰뚫지 못했다면 우리의 마을공동체 운동은 수년 전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세련되게 포장되어 새마을운동의 업그레이드 된 마을운동 버전에 잠시 길을 잃었다면 이제 은평에서부터 성찰해야 한다. 운동성이 거세된 채 힙한 마을운동의 분위기에 심취했다면 이제 깨어날 때가 되었다. 정치에 복속되지 않고 선거운동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을 깨부수는 자치의 꿈틀거림에 같이 몸을 실어야 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황민호 옥천신문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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