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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색그리다 회원 작품들
 물색그리다 회원 작품들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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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서 수채화로 소통하는 '물색그리다' 동호회가 그들만의 공간, 샘물아뜰리에를 마련했습니다. '물색그리다'는 2013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해 '그림으로 만나는 나, 함께하는 그림친구' 등의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미국 유학 10년을 제외하고 47년째 은평구에 살고 있는 서양화가 서애란 선생님이 있습니다. 물색그리다 커뮤니티에서 오랫동안 그림을 그린 주민들은 마을화가로 성장했고 수채화를 가르치기도 하면서 그림 그리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샘물아뜰리에는 1일 진행된 은가비길 공간 오픈데이 때 처음 방문했습니다. 마을화가 주윤하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공간을 살펴보니 그림 작업을 할 수 있는 공동 테이블이 있고 개인 작업을 위한 테이블도 준비돼 있습니다. 또 언제든지 갤러리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주민들이 모여 그림을 배우고 그릴 수 있는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14일 은평구청 뒤편에 있는 녹번동근린공원에서 서애란 선생님이 진행한 '밖에서 그리다' 수업에는 일곱 명의 주민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들은 찔레꽃과 아까시나무 꽃향기를 맡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봄 풍경을 스케치 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이젤을 들고 바깥에서 그림을 그리는 주민들의 얼굴 표정은 사뭇 진지했고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수업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무렵 서애란 선생님께 몇 가지를 질문했습니다. 

"작업실이자 소중한 아지트"
 
물색그리다 공간
 물색그리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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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물아뜰리에는 어떤 공간인가요?

"2019년 회원 전시를 할 때 물색그리다의 공간을 계속 찾고 있었어요. 그동안 별별곳간과 은평시민회 공간을 많이 썼는데 모여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임대료가 너무 비싸면 안 되는 등 여러 고민하면서 공간을 찾던 중에 지금의 장소를 알게 됐어요. 개인과 공동작업실 공간이면서도 몇 발짝만 걸어 나가면 빛을 보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리가 곳곳에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다음 작업실은 햇볕이 들고 창문이 있는 곳이면 더 좋겠습니다. 

샘물아뜰리에는 수채화 입문의 기초과정을 마치고 각 반마다 동아리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합니다. 수채화 입문 기초과정을 마칠 무렵에 '물색그리다' 동호회를 소개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샘물아뜰리에는 저희 동호회 회원들의 공동 작업실이자 소중한 아지트입니다."

- 은평시민신문에 물색그리다 마을화가들의 그림이 실리고 있는데요. 그림을 선정하는 기준이 따로 있는지요?

"5월 10일 실린 성보현 마을화가는 1년 정도 수채화를 배우고 그렸어요. 마을화가들의 그림을 고를 때는 여럿이 고르지 않고 저 혼자 골라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오래된 순서로 고르거나 같은 기수라면 연장자를 우선으로 고르죠. 현재 활동하는 마을화가이고 그림을 계속 그리는지, 그림 피드백을 받는지 등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오늘 수업에 참여한 분들의 그림도 실을 예정입니다."
 
회원들 작품
 회원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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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서 그리다 팀 수업에 중점을 두는 게 있다면요?

"오늘 이 팀은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샘물아뜰리에서만 수업하다가 처음으로 바깥에서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추상화가 파울 클레는 색을 보고 만지고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자연을 단순히 흉내 내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그림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해면 스폰지로 팡팡 찍으면 나무가 되고 그린 이의 숨결과 무엇을 그리고자 하는지 그게 다 느껴집니다."

- 샘물아뜰리에가 어떤 공간으로 성장하길 바라는지?

"서울혁신파크 양천리갤러리는 거리두기가 되지 않는 좁은 곳이라고 해서 여전히 문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양천리갤러리는 입지 조건상 주변 공간이 너무 좋아요. 2019년 양천리갤러리 개인 회원 전시전은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였어요. 

공간은 좁더라도 친구를 만나게 하고 그림 작품으로 가족, 지인들과 소통의 장을 만들 수 있는 '내 생애 첫 전시'를 열고 싶습니다. 샘물아뜰리에 공간에 제가 없어도, 또는 누가 없어도, 주윤하 선생님처럼 그림을 그린 지 2년 밖에 안 됐어도 후배들한테 가이드를 해주는 커뮤니티가 되길 바라고, 어느 한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뜻하지 않게 자기도 모르는 에너지가 생기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에너지가 확장되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

마을 주민들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
 
'밖에서 그리다' 수업
 "밖에서 그리다" 수업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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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그리다' 수업은 그날 그린 그림을 풀밭에 전시하고 작가 노트 또는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민 두 분의 목소리도 들어볼까요?

"몇 번을 나와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 무엇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조금 뚜렷해졌고 나중에는 그림을 차츰차츰 완성하는 즐거움이 커졌어요. 물색그리다 커뮤니티는 일단 그림을 즐겁게 그릴 수 있어요. 그림 그리는 스킬을 늘리는 건 혼자 연습을 많이 해야 하지만 그림 그리는 일은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줘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만나 관계 맺기를 하고 마음껏 공유해요. 서로가 그린 그림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고 단톡방에서 다양한 미술책을 읽고 의견을 주고받는 모든 일들이 행복해요." (마을화가 구의정) 

"평소에 어반스케치를 즐기기도 하지만 밖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뭔가 자세히 보게 돼요. 그동안 그림을 그릴 때는 풍경 사진을 찍어 가서 그렸는데요, 바깥 풍경을 직접 보고 그리는 건 정말 달라요. 처음에 그리기 시작했을 때는 빛을 포인트로 할 거야,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빛이 점점 움직이는 거예요.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마을화가 정미영)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샘물아뜰리에 벽에 걸린, 발달장애인 아이들의 '소우주' 동아리모임에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그린 그림은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샘물아뜰리에가 마을 주민들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멈춰 있는 회원 전시전을 만나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샘물아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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