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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지역 군산에는 서점이 그리 많지 않다. 세 곳이 있었는데 작년에 한 곳이 문을 닫았다. 동네에 있는 작은 서점이 두 군데가 있어서 대형 쇼핑몰에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우리 동네 서점은 네 곳이 전부다.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딸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동네 가까운 곳에 서점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고, 근처에 작고 예쁜 책방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평소에 자주 했었다.

일요일을 맞아서 지인과 함께 옛날 시가지에 있는 한 책방에 갔다. 최근에 우리는 책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자신의 이름으로 에세이 책을 내기도 했다. 지인은 동네에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면서 시간이 나면 남편과 함께 다른 지역에 있는 동네 서점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약속 시간에 만난 우리는 책방으로 향했다. 지도에서 찾아보고 와서 다행히도 쉽게 책방을 찾을 수 있었다. 파란색과 노란색이 예쁘게 칠해진 건물의 왼쪽 모퉁이에 있는 작은 간판이 이곳이 책방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책방 문을 열었을 때 내어 놓은, 조그맣게 서 있는 안내판이 다였다.
 
밖에서 보는 책방. 너무 예쁜 색을로 칠해져 있는 모습.
▲ 책방 밖에서 보는 책방. 너무 예쁜 색을로 칠해져 있는 모습.
ⓒ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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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전면 유리에는 "10권 20만 원, 20권 30만 원, 30권 40만 원, 50권 50만 원"이라는, 책을 출판하는 데 드는 비용에 대한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안에 들어서면 오른쪽 책장에는 직접 인쇄해서 출판까지 진행한 책이 진열되어 있고, 앞에 놓인 진열대에는 그림으로 그려서 만든 엽서가 놓여 있었다.

책장 한쪽 면에는 나무로 만든 펜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어떤 펜인지 물어보니 수제로 펜을 직접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주말에는 나무로 직접 펜을 만들기 위해 책방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책방 한쪽에는 수제 나무 펜을 체험으로 만들 수 있는 작업대가 있었으며,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보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책상이 놓여 있었다.

책방을 둘러본 후에 자리에 앉아 주인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은 인쇄부터 출판, 그리고 판매까지 할 수 있는 책방이라고 했다. 또, 나무로 펜을 만드는 체험을 신청하면 직접 해볼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출판하려면 오백 권 이상이나 천권 이상을 찍어야 하고, 그 이하로는 출판할 수 없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한 권 내고 싶은 생각이 있어도 수백 권 이상을 출판하기엔 부담스러워서 아예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곳 책방에서는 놀랍게도 10권부터 책을 출간할 수 있다고 했다.

책방 주인은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이 부담되지 않는 금액으로, 언제라도 글감이 모이면 적은 숫자로도 책을 출판해 준다고 했다. 그렇게 출판한 책을 이곳 책방에서 진열해서 판매하고 간혹 대형서점에 유통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군산 한길문고에서는 에세이를 쓰고 싶어 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2017년부터 '에세이 쓰기' 반을 시작해서 올해 5년째다. 올해는 에세이5기를 모집해서 에세이 쓰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 모임에서는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자신의 책을 한 권이라도 출간하고 싶은 사람들이 에세이를 쓰면서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2주에 한번씩 모여, 한길문고에 상주하는 배지영 작가에게 글쓰기에 대한 도움을 받고 에세이를 수정하거나 첨삭을 받고 있다. 

요즘은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카페, 블로그, SNS, 브런치 등에 생각하고 느끼는 것,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글로 기록해서 다양한 공간에 올리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누구나 글을 쓰고 누구나가 그 글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이곳에서 직접 출간해서 판매까지 한다. 진열된 책의 대부분은 직접 출판한 책들이라고 한다.
▲ 책방 안에 진열된 책 이곳에서 직접 출간해서 판매까지 한다. 진열된 책의 대부분은 직접 출판한 책들이라고 한다.
ⓒ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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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시절에 친구 중에 서너 명은 글을 쓰는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이 있었다. 책을 읽으며 좋아하는 문구를 필사해서 갖고 다니며 친구들에 보여주기도 했다. 시를 좋아하는 친구는 읽고 감동받은 시를 필사해서 공유해 주곤 했다. 친구들 중에는 만화가가 꿈인 친구가 있어서 만화를 그리며 우리에게 보여주곤 했다. 지금쯤 작가가 되어 어디선가 책을 내었을지도 궁금했다.

사람들은 책을 갖고 다니거나 집에 쌓아놓을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전자책이나 e-book을 보는 이들이 늘어나서 인쇄물을 보는 사람들이 줄어든다고 걱정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종이로 만든 책을 구입해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인쇄된 책에서 나는 새 책 냄새가 정말 좋다고 했다. 그중에 정말 좋아하거나 감동적인 책은 개인적으로 소장하려고 초판본으로 구입해서 책장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보관하기도 한다. 

20대의 딸아이는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고,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보고 싶은 영화도 본다. 그럼에도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이 날 때는 서점에 가서 책을 둘러보면서 내용을 펼쳐보고, 그곳에 앉아 내용을 읽어본다. 소장하고 싶은 책이 없으면 중고서점에 찾아가서 골라오기도 하고, 정말 좋아하는 책은 구입해서 비닐 포장까지 해서 책장에 고이 보관한다.

우리 동네에 작고 예쁜 책방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주말이면 나들이 삼아 가고 싶은 곳이 책방이 되었으면 한다.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책방에 가서 책을 골라 읽고,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가 오늘 읽은 책에 대해 가족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처음 들어서면 보이는 책방 안의 모습. 오른쪽에는 책이 진열되어 있고 왼쪽에는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었음
▲ 책방 안 모습 처음 들어서면 보이는 책방 안의 모습. 오른쪽에는 책이 진열되어 있고 왼쪽에는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었음
ⓒ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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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동네서점, #출판작가,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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