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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을 건너면 들이다. 사방이 산에 둘러 쌓인 평야지만 제법 넓은 편에 속한다. 개화들, 모짓등, 둔전등... 고유의 들 이름이 있었다.

영산강의 상류인 지석강이 마을과 들녘을 가로질러 흐른다. 작년 장마 때는 강물이 다리를 넘쳐 실시간 재난 방송으로 나온 곳이기도 하다. 
 
 육묘상자에 모를 파종하여 재배하고 있는 모습
▲ 모판  육묘상자에 모를 파종하여 재배하고 있는 모습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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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전남 화순 도곡 들녘이 어느새 녹색 들판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재래 방법과는 달리 요즈음 모내기는 육묘상자에 파종하고 본답에 농기계로 이앙한다. 기간이 한 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눈 깜박할 사이다. 

수도작인 벼농사가 주 작물이었다. 보리를 수확하고 벼를 심는 2모작 구조다. 변화가 일어났다. 한두 집에서 재배를 시작한 참외가 유명세를 탓다. 연작 때문이었을까. 당도가 떨어지고 외지 산물이 '도곡참외'로 둔갑하여 팔리기도 했다. 

참외 대신 파프리카가 자리를 잡았다. 대일 수출 등으로 호황을 누렸다.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과 비타민 등 각종 영양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국내에서도 비싼 가격에 팔렸다. 생산 농가의 소득 증가는 풍요로운 삶으로 이어졌다. 

너도나도 파프리카 재배에 나섰다. 들녘이 온통 비닐하우스나 온실 등이 차지하게 되었다. 어림잡아 60% 이상은 시설 하우스다. 지금은 과잉 생산에 대일 수출까지 막혀 파프리카 생산 농가가 어렵다는 소식이다. 
 
모내기기 끝나가고 있다. 야단법석을 떨던 예전과 달리 농번기기 순식간에 지나간다.
▲ 모내기 모내기기 끝나가고 있다. 야단법석을 떨던 예전과 달리 농번기기 순식간에 지나간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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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한기에 신선처럼 보내다가 지옥처럼 고생한다는 농번기지만, 지금은 농업이 기계화되어 사람 손이 별로 필요 없는 시대다. 이앙뿐만 아니라 농약도 드론으로 치는 세상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모내기가 끝나가고 있다.

추억이 된 재래식 모내기

못자리는 대부분 집에서 가까운 안들(마을쪽 논)에 만들었다. 논을 갈고 써레질을 한 다음 손으로 정성껏 고른 후에 발아시킨 볍씨를 뿌린다. 1년 농사의 핵심은 모종이기 때문에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렇게 가꾼 모는 모찌기 작업을 한다. 못자리에서 어느 정도 자란 모를 이앙하기 위에 뽑아 다발로 묶는 작업을 모찌기라고 한다. 아낙은 새참을 머리에 이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때가 되면 모찌기기 끝난다. 모심기의 시작은 모찌기다. 

모내기철에는 네 일, 내 일이 따로 없다. 이른바 품앗이를 한다. 서로 조를 만들어 겹치지 않는 날을 받는다. 물을 댈 때도 윗 논에서부터 차근차근 대고... 농사를 지을 때도 최소한의 지켜야 할 도의가 있었다. 

모 다발을 본답에 적당한 간격으로 뿌려준다. 양쪽에서 줄잡이가 못줄을 잡고, 선창자가 "자~" 하고 신호를 보내면 반대편에서 "자~" 하고 줄을 옮긴다. 사람들이 몇 개 덜 심을 때 줄을 떼야 한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지만 손을 맞춰 심어야 능률적이다. 

개구리 우는 소리가 애처롭게 들렸다. 어쩌다 일손 돕기 한답시고 펄처럼 말랑말랑한 흙에 발을 넣으면 거머리가 다리에 붙어 기겁을 하기도 했다

태그:#모내기, #농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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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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