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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지구 침공 규탄 기자회견
 이스라엘 가자지구 침공 규탄 기자회견
ⓒ 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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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언론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측이 11일 동안의 무력충돌을 끝내고 휴전에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충돌로 인해 팔레스타인 측 248명, 이스라엘 측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총 220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경우에는 여성과 아동의 사망자가 99명에 이르고 수백 채의 건물이 파괴됐으며 학교·병원·방송국·전기수도시설·전력시설과 같은 일반생활시설과 기간시설들이 폭격당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희생당한 모든 분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 위로를 전합니다.

이번 충돌의 해결을 위해 국내에서도 '아디'를 포함한 160개 시민단체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많은 분이 현지의 사정을 오해하거나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먼저 이번 충돌의 성격입니다. 많은 분이 이번 사태를 이스라엘 국가와 팔레스타인 국가 간의 충돌이라고 생각하지만, 팔레스타인은 정식 국가가 아닙니다. 유엔의 표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은 the Occupied Palestinian Territories, 즉 이스라엘의 점령지입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후 '역사적 팔레스타인 영토'의 78%의 땅 위에 건국됐습니다. 그리고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남은 22%의 땅, 즉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군사 점령하였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팔레스타인 지역은 이 지역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번 충돌의 원인입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정당 '하마스'가 로켓을 발사했기 때문에 가자지구를 폭격했다고 밝혔으나 그 시작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동예루살렘 '세이크자라' 마을로 자국의 유대인 정착민을 이주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제퇴거 시키려 했고 이에 저항하는 주민들을 잔인하게 진압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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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접한 팔레스타인 시민사회가 공분해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되자 이스라엘은 이슬람의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 안까지 침입해 시위대와 예배중인 신자들에게 섬광탄과 최루탄 등을 발사했습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측에 알 아크사 사원에서의 철수를 요구하며 통첩을 보냈지만 이스라엘은 전쟁준비를 서두를 뿐이었고, 최후통접 시간이 지나 하마스가 로켓을 발포하자 이를 구실로 가자지구에 무차별적 공습을 진행한 것입니다. 사실 이번 공습 이전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공습을 지속적으로 이어왔습니다.

또한 이번 공습의 대상지역인 가자지구의 상황도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지점입니다. 가자지구는 2007년 이후 이스라엘에 의해 땅, 바다, 하늘길이 모두 막힌 봉쇄지역입니다. 국제사회는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이라 부릅니다. 한국의 세종시 만한 크기에 인구는 200만 명,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입니다.

이번 공습 이전에도 이스라엘은 2008년, 2012년, 2014년 대규모 공습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전체 실업율은 50%에 이르고 주민 95%가 지하수를 활용하지 못하며 빈곤율은 39%입니다. 세계은행은 유엔 등의 구호단체 활동이 없으면 최악의 인도주의적 재앙이 발생할 거라 했습니다. 올해 국제형사재판소가 2014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대한 전쟁범죄 조사를 개시하였지만, 이스라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이곳에 무차별 공습을 가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왜 이러한 충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충돌의 빌미가 됐던 '세이크자라'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강제퇴거에서 알 수 있듯이, 이스라엘은 점령지인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어 자국민을 이주시키고 군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스라엘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착촌은 인근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고 그들의 경작지를 몰수하며 시간이 갈수록 확장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대인 정착촌 사람들이 주변의 팔레스타인 마을을 공격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갈등이 깊어질수록 충돌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휴전 소식을 통해 많은 사람이 평화로운 일상을 기대하겠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공습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합니다. 휴전 소식을 접하고 팔레스타인 지인에게 현지상황을 묻자 그는 가자지구에서의 로켓 발사와 공습은 멈췄지만,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 시위에 참여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색출하여 체포, 구금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가 한 말에 따르면, 지금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싸우는 중입니다.

11일간의 충돌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점령과 봉쇄가 끝나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충돌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언제든 다시 폭격을 재개할 것입니다. 우리 역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성능을 찬양할 것이 아니라 이번 충돌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 한명 한명의 비극을 이야기하며 이스라엘의 점령중단을 외쳐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동화 씨는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태그:#팔레스타인, #이스라엘, #하마스, #가자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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