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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B를 죽였다. 사람들은 왜 죽였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이유에 따라 A를 단죄하는데 온정을 베풀기도 한다. 그런데 A가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왜 죽였는지는 관심 밖이다. 사람을 죽였다는 결과만이 중요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A가 동물일 경우에 '왜' 죽였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인간처럼 '묻지마 범죄'나 '개인적 원한'이나 '계획범죄' 같은 것이 아니라 그 동물의, 그 종의 습성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일정 수준 예측 가능하고 따라서 사회 제도적인 차원에서 대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양주에서 떠돌이 개가 사람을 물어 죽였다. 연일 자극적인 보도가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은 그 떠돌이 개를 죽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행정 담당자는 살처분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해당 지역 떠돌이 개 한 마리가 줄어든다고 해서 떠돌이 개에 의한 사고 가능성이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떠돌이 개들을 모두 포획해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지역 떠돌이 개들이 살처분에 공포감을 느끼며 '저런! 사람을 물면 내가 죽을 수도 있군, 사람은 절대 물지 말아야지' 같은 생각을 할 리도 없기 때문이다.

어떤 개라도 유기되면 서서히 야생동물로 변화된다. 생존을 위해 야성이 되살아날 수밖에 없다. 야생의 개가 '저 닭은 인간이 키우는 거야, 그러니까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잡아 먹으면 안 돼' 같은 생각을 할 리 없다. 게다가 기타의 야생 동물들과 달리 개는 인간과 함께 살다가 인간에 의해 버려졌기 때문에 인간의 거주지 주변에서 어슬렁거린다. 동네 어귀에서 만나는 큰 개 떼는 동네 조폭 무리들 만큼이나 공포감을 준다.

그런 개들에게 우리 집 반려견에게 하듯 손짓하며 '이리 와' 해봤자 공격적으로 짖어댈 뿐이다. "이게 어디에서? 눈 깔아!" 개들은 인간들에게 그들의 방식으로 그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인간 불량배들도 비슷하지 않겠는가? 공연히 내 자식처럼 생각해서 훈계한답시고 일장 연설 늘어나 봐야 화만 당한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유기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법을 정비해야 하고 개 농장이 사라져야 한다. 개 농장에서 책임 있게 개를 교육시키며 – 사람을 물면 안 된다고 - 제대로 키울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에게 피해를 준 떠돌이 개들의 경우에는 포획해서 그 폭력성의 정도와 추후 사고 가능성을 전문가들이 진단하여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조건 살처분하는 것은 또 다른 인간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것일 뿐 결코 문제 해결 방식이 될 수 없다. 인간은 개를 훈련시켜 다시 인간과 함께 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남양주 개는 자신이 키우면서 훈련시켜보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나보다. 만일 그 떠돌이 개를 거둘 곳이 없어서 다시 산에 풀어 놓는 방법밖에 없다면 살처분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개를 거두어서 자신이 훈련시키며 돌보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추후의 사고에 대해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물면 되지 않겠는가?

하나 더. 대부분의 떠돌이 개들은 사람 보면 도망 다니지만 만일 나랑 맞장 뜨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일단은 피하자.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개에게 하듯이 가르치려 하지도 말고 부르지도 말자. 소리 지르거나 막대기를 휘두르거나 돌을 던지지도 말자.

이미 산전 수전 공중전 다 겪어서 악만 남은 녀석일 수도 있으니까. 모든 개는 마음만 먹으면 사람에게 큰 상해를 입힐 수 있으며, 이미 오래 밖에서 생활했다면 그냥 야생 동물이 돼 버렸을지도 모른다.

태그:#남양주 살인견 , #유기견 , #떠돌이 개 , #살처분 , #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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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꿈꾸는 사회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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