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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아침 거의 정해진 시간에 눈을 뜨고 하루를 맞는다. 눈을 뜨고 맨 먼저 하는 일은 시 필사다. 노트를 펼치고 필사를 하면서 사각사각 글씨 쓰는 연필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직 미명이 걷히지 않은 조용한 시간, 글씨는 하얀 노트 위에 내 마음이 되어 사뿐히 내려앉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새벽시간은 고요만이 나와 함께 한다.
 
풍금 - 나태주
▲ 제비 꽃 풍금 - 나태주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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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시를 필사하는 이유는 낮에 번잡한 세상 소음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이면 정신이 맑아지는 것도 새벽시간이어서 온전히 나와 마주 하는 시간이어서 좋다. 모든 잡다한 생각에서 마음을 고요히 하고 감사한 생각에 두 손을 모은다. 살아있음이 감사하고 내 주변에 아무 일이 없음이 감사하다.

새벽이란 어쩌면 어둠 속에서 새로운 빛과 생명을 느끼는 미래로 나아가려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두운 밤 시간보다는 새벽 시간이 더 좋다. 미래를 바라보는 밝음이 있어서다.

이 아침 시를 같이 쓰고 나누는 사람이 있어 더욱 감사하다. 마음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삶의 다른 의미를 가져다주는 변화의 시간이다. 함께 생각하고 숨 쉰다는 느낌은 얼마나 가슴 떨리는 두근 거림인가.

필사를 해서 카톡에 올리고 난 후, 카톡을 열어보니 새벽부터 올라온 시는 겨울날 대지 위에 하얀 첫눈이 소복이 쌓이듯 맑고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다. 가슴 먹먹한 사연을 가진 시와 우리 삶을 묵직하게 전해 주는 시들도 올라온다. 공감하는 댓글들이 쌓인다. 사람 사는 일은 혼자만은 외롭다. 서로 응원해 주는 댓글은 외롭고 힘든 마음을 다독여 준다.

새벽이란 시간은 마음이 고요하고 청량한 시간이다. 다른 시간에 시를 읽는 것보다는 새벽에 시를 읽으면 더욱 마음이 고요해지며 하루를 평화롭고 포근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사람은 옆에 누가, 어떤 사람과 삶을 같이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시를 같이 필사는 젊은 선생님들이 있어서 소중하다.

지난 1월부터 명심보감 필사를 끝내고, 명심보감 밴드 단장이었던 모니카 선생님 권유로 다시 시 필사를 시작했다. 열정과 봉사 정신이 많은 박모니카 선생님이 글 쓰는 문우들을 모아 시 필사를 시작했다.

아무리 좋은 일도 혼자서는 어렵다. 다양한 삶의 방향을 모색해 주는 특별한 달란트를 가진 분이다. 한 사람의 사고가 주변에 많은  영향을 준다.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 모란 꽃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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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시 필사를 하기 시작했다. 8명이 하루 한 편씩 시를 필사해서 카톡방에 올린다. 카톡방 이름은 '책방 향기'라고 명명하고서. 모두가 시를 좋아하는 분들이다. 모든 분이 새벽시간 시를 올리고 하루를 시작한다. 

시는 짧은 글 속에 많은 인생이 농축되었다. 시어 속에 인생이 다 담겨 있어 읽는 사람 마음을 먹먹하고 울컥하게 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자기 내면의 마음을 내어 주는 삶과 같은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때때로 저마다 자기만의 고단하고 쓸쓸하고 서러운 날이 있다. 내 안에는 나 혼자 살고 있는 고독의 장소가 있다. 

그곳은 말라 붙은 마음을 소생시키는 단 하나의 장소다. 어떻게 생각하면 외로움보다 고독이 주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런 자유로움은 고독의 시간이며 자유로운 은둔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 은둔이다. 그 시간은 누군가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코로나로 2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사람들 마음이 많이 지치고 외롭고 우울하다고 한다. 사람과의 대면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많은 고민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현명한 대처를 한다. 밖의 외부 생활이 줄어든 반면 은둔이란 혼자만의 시간 동안 어떻게 나를 성장시킬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과의 대면도 정서와 생각이 맞지 않으면 오히려 군중 속에 고독해진다.

나는 나의 삶이 한 뼘 더 성장하는 방법으로 살고 있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시도 필사하고. 밖으로 많이 나가지 못하는 시간에 나를 성장시키는 은둔의 즐거움 즐기며 더 단단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정신적인 힘을 얻는다. 내 마음을 '쿵' 하고 울려 준 문장이 있어 옮겨본다.

사람은 "섬처럼 고독하고 호수처럼 고요하며 바람처럼 고결하게 스스로에게 반하는 사람이 되려면 혼자 있을 때 눈 부셔야 한다". 삶을 재충전하고 혼자 웅크린 시간을 어떻게 하면 외롭지 않을지 사람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찾고자 한다. 고독이 내 안에 혼자 있을 때 눈 부셔야 한다는 말이 마음을 울린다. 나는 눈부시게 하는 일, 시 필사도 내 안에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필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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