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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공연장 앞에서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재헌씨
 25일, 공연장 앞에서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재헌씨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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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가 광주 동구의 한 소극장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 - 잊혀진 사람들 이야기'를 관람했다.

그러나 이날 노씨의 관람을 주선한 이지현(예명 이세상)씨가 공연을 마친 직후 마이크를 잡고 노씨의 관람 사실을 알리자 일부 관람객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퇴장하는 일이 있었다. (관련 기사 : 광주서 5·18 연극 관람한 노재헌... 항의하는 시민들 http://omn.kr/1tdqz

<오마이뉴스>는 27일 노씨를 공연에 초대한 '애꾸눈 광대' 이지현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씨는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로 5·18부상자동지회에서 초대회장을 지냈다.

"광주 생각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애꾸눈 광대, 이지현씨가 공연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애꾸눈 광대, 이지현씨가 공연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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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재헌씨의 이번 5·18 공연 관람은 어떻게 성사되었나요?

"노재헌씨가 올해 4월에 광주에 왔을때 제가 제 공연을 보러 오시라고 제안을 드렸어요. 그분이 2019년부터 이번 방문 때까지 광주에 다섯 번 오셨는데요. 전두환이나 전재국(전두환 아들)이는 저렇게 뻔뻔하게 있는데, 분명히 다른 모습이잖아요. 노재헌씨가 저한테 그랬어요. '회장님, 제가 5.18 묘역에 세 번 왔는데 묘지 앞에서 무릎을 꿇으면 너무 마음이 편합니다'라고요.

이번에 재헌씨가 광주에 오면서 광주에 가볼 만한 곳이 있느냐고 물어보길래, 광주공원에 같이 가자고 했어요. 그래서 공연 전에 광주공원에 가서 '김군' 동상을 함께 봤어요. 그 앞에서 재헌씨한테 5·18 당시 실종자분들에 대해 이야기 했어요. 5·18 이후 실종된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여전히 그분들을 못찾고 있다. 진상규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도움을 주라고 했어요. 그리고 나서 함께 공연장으로 이동했어요."

- 이번 공연 이후에 주변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27일) 오전에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인 김사복씨의 아들 김승필씨한테 전화가 왔어요. 그 친구가 저한테 '형님, 이번에 잘하셨어요. 이런 일을 해야 합니다. 정말 이런 분들이 한 사람, 두 사람 입을 열고, 광주와 함께 하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이번 일로 오해를 하는 사람도 많고, 의심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저는 이번에 공연장에서 항의하신 분들도 이해해요. 때로는 강경한 분들도 계실 것이고... 그것도 광주 정서의 일부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5·18이 너무 아픈 일이었잖아요. 정답은 없다고 봐요. 광주를 생각하고, 또 행동하는 방법은 다양할 거라고 생각해요."

- 5·18 공연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제가 5·18민주화운동 당시에 한쪽 눈을 다쳤어요. 제가 남동생 한 명, 여동생 한 명이 있었는데요. 남동생은 군인들에게 끌려갔어요. 그날 이후 어머니가 정신이 온전치 못하셨어요. 제 여동생이 5·18 직후에 결혼을 했는데요. 5월 27일날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켰던 민병대 열사의 형이랑 결혼했어요. 같은 아픔을 아는 집안 사람들끼리 만난 거죠. 그런데 제 여동생이 1983년도에 세상을 떠나요. 제 여동생 남편도 얼마 안 가서 화병으로 떠났구요. 

그래서 제 마음 속에 정말 한이 맺혀서, 한 맺힌 이야기를 예술로 승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에서 애꾸눈 광대라는 이름으로 예술 활동을 해왔어요. 저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공연을 하느라 임종도 지키지 못했어요. 어떻게 보면, 불효 자식입니다.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10일 간의 항쟁을 시민 안종필, 문용동, 문재학의 시선에서 다룬 작품이에요. 노재헌씨가 왔던 5월 25일 공연이 194회차 공연이었어요." 

"잘못된 노태우 회고록 내용, 만나서 풀어볼 것" 

- 노태우 정권과 악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1988년도에 노태우 정권 퇴진투쟁본부에서 본부장으로 활동했어요. 재야단체들이 다 모인 단체였는데요. 제가 오월단체를 대표했고, 학생 대표 조정신, 노동계에 박종현, 종교계에 지선스님, 시민사회단체에 이강, 정동년, 이런 분들이 함께 했어요. 1988년도 5공 청문회 당시에는 청문회장 근처에서 시위를 했는데요. 제가 이 일로 수배를 당했다가 체포되어서 징역을 살고 나왔어요. 진주교도소에 있었는데, 당시에는 노태우에 대해 정말 전라도말로 거시기 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죠.

제가 노재헌씨한테 아버님께 말씀을 드려서 한 번 광주에 와서 사죄를 하시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그런데, 옆에 계시던 분이 영상을 보여주시더라고요. 보니까, 이미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였어요."

- 노재헌씨를 향해 광주에는 자꾸 오면서 노태우 회고록에 기록된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 시민들 씨를 말리러 왔다는 유언비어를 듣고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했다'는 잘못된 내용은 왜 바로잡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 대해서 노재헌씨한테 정식으로 제안을 했어요. 5·18 3단체(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대표들을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고요. 그래서 연결을 해둔 상황이에요. 그 회고록은 본인이 쓴 게 아니라, 자기 아버지가 쓴 거잖아요.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하나씩 하나씩 풀어보려고 해요.

또 이번에 보니까, 노재헌씨가 아버지가 국립묘지에 갈 수 있도록 하려고 '반성쇼'를 한다는 주장이 있어요. 그런데, 이미 노태우는 서훈이 박탈된 상황이라 어차피 그럴 수가 없어요.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태그:#5.18 민주화운동, #노태우, #노재헌, #애꾸눈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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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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