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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에 가면 어촌만의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도로변 한편에 고추와 함께 햇빛에 몸을 말리는 그물들.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보이는 탁 트인 바다와 수평선, 그리고 바람에 실려 오는 짭조름한 바닷냄새와 비릿한 생선 냄새까지.

수산물을 수출하던 국가에서 수입하는 국가로

한국처럼 갯벌이나 바다에서 잡힌 다양한 생물을 먹는 나라는 정말 극소수일 것이다. 가끔 만났던 외국의 갯벌 전문가들도 한국 사람은 이것까지 먹느냐며 놀랄 정도였다. 갯벌에 사는 바지락, 동죽, 굴, 낙지, 짱뚱어, 개불, 맛조개, 함초 등을 비롯해 연안 지역 바위 밑에 붙은 미역, 홍합, 거북손, 거기다가 다른 국가에서는 잘 안 먹는 오징어, 문어, 홍어, 미더덕까지 먹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수산물 먹거리를 접할 수 있는 건 모든 나라가 '갯벌'이라는 환경을 갖고 있지 않은 점이 한 몫 한다. 완전히 내륙인 국가도 있고, 연안, 해안지역이 있어도 환경적 요인으로 갯벌이 형성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과거 갯벌이 있었지만, 한국을 포함해 갯벌을 매립하고 간척하면서 갯벌 자체가 사라진 나라도 있을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에 한국 갯벌 1㎢당 연간 제공되는 생태적 가치는 약 63억 원이고, 한국의 전체 갯벌은 연간 약 16조 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나 큰 가치가 있는 갯벌도 예전엔 쓸모없는 땅이라고 불리며 주요 개발 대상이었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대표적이다. 인천 강화도부터 전라남도 순천․보성으로 길게 이어진 한국의 갯벌을 딱, 중간에서 뎅강 끊어 버린,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도 논란이 되는 현재진행형 개발 사업이다.

한반도 세 면을 바다가 둘러싸고 있지만, 새만금 간척사업 이후 어패류 수출국에서 수입국이 되었다. 수산물 자급률은 2011년 81%에서 2018년 68.3%까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e나라지표) 수산물 자급률의 경우 국민이 식용으로 사용한 것뿐 아니라 축산 및 어류 사료, 낚시용으로 사용한 부분도 포함돼 실제 자급률은 좀 더 낮을 수 있다.

2017년 기사에 따르면 전라북도는 새만금 간척사업 이후 어업생산량의 74%가 감소했다. 갯벌만 간척했으니까 바다나 어류 생산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여길 수 있지만, 실제 어류의 치어들은 갯벌에서 일정 기간 성장한 뒤 바다로 돌아가기도 한다. 또 육지에서 갯벌로, 갯벌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생태계 순환 체계가 붕괴되기 때문에 갯벌 매립은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

씨를 말리는 불법 조업, 시름 깊어지는 어민

봄과 가을 꽃게잡이 철이 되면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인해 올해는 꽃게를 먹기 어렵거나 아주 비싸게 먹어야 한다는 뉴스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동해에서도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있지만, 꽃게 어업이 활발할 때 황해(서해) 지역에서 불법조업이 심해진다. 올해도 한국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이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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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배와 배 사이에 저인망(底引網)을 설치해 2척이 1조가 되어 쌍끌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저인망 어업 특성에 불법조업이 더해져 그물이 바다 바닥을 쓸어 무분별하게 해양환경이 파괴된다. 촘촘한 그물코 때문에 꽃게 말고 다른 해양 생물의 어린 개체가 혼획되어 자원을 고갈시킨다. 불법조업 남획에 그치지 않고, 다른 해양자원까지 훼손하고 있어 어민들, 그리고 최종 소비자인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한국의 경우 수산자원관리법을 통해 어업 방식, 어업을 금지하는 기간과 구역, 어업 시 사용해야 하는 그물코 규격 등을 명확히 정하고 있다. 어업 방식에 따른 조업 금지구역도 엄격히 정하고 있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방식인 쌍끌이대형저인망어업은 한국에서 금지구역을 정하고 있고,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의 대하 포획 목적으로만 어업을 할 수 있다.

어민과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

서남해안 지역 섬의 주민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섬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서 밀물 때 육지로 밀려온 쓰레기를 다 치우고 나면, 다음 밀물 때 치운 쓰레기가 무색하게 다시 쓰레기가 밀려온다고 했다. 섬의 가장 큰 고민은 해양쓰레기였다.

해양쓰레기의 경우 어민들이 모아 둘 수는 있지만, 수거 및 폐기는 지방정부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어민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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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버리는 많은 것들은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간다. 하수처리장 등 다양한 유해 저감 시설들이 들어서서 오염 요소는 감소하고 있지만, 육지가 해양오염의 원인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해양오염이 육지에서만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다. 일부 어민이 어업활동 후에 그물에 걸린 수산물만 채취하고, 그물은 바다에 버리거나, 설치했던 통발, 그물을 수거하지 않아 바닷속에서 수산물과 함께 그대로 방치되어 오염의 원인이 된다.

바다에 그물을 버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환경에 최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 그물, 부표 등의 개발과 보급이 더딘 탓에 친환경 어업 전환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건 아쉽다.
 
"수산 고단백질을 국민에게 공급하고 있지만, 점차 생산량이 줄어가고 있습니다. 수출하던 국가에서 수입하는 국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해상풍력을 어업인이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어장을 피해서, 같이 논의하자는 겁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해상풍력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에 높은 기능으로 작동되고 있는 생태계를 훼손하면서 도입해야 할까. 재생에너지 도입 자체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해당 지역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서 제대로 재생에너지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민들은 해상풍력 입지뿐 아니라 어업에 사용되는 선박의 탄소 저감 방법에 관해 많은 고민을 나누고 싶어 했다. 이제는 우리 모두 함께 머리와 마음을 맞대야 할 때다.

먹는 것에 진심인 만큼 어업˙어촌 문제에도 관심과 진심을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어업을 계속해온 갯벌이지만, 지금처럼 우리가 계속 많이 먹는다면, 얼마나 더 생산력이 유지될까. 이제는 많이, 풍족하게 먹는 것보다는 적정량을 소비하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되지 않았는지 같이 생각해봐야 한다.

너무 작은 크기의 수산물을 소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어린 개체를 많이 소비하면 산란할 수 있는 성체가 될 수 없어서 개체 수가 감소해 자원의 고갈이 심화할 수 있다. 우리가 소비하지 않으면, 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해양공간통합관리정보시스템(https://www.msp.go.kr/main.do)에서 제공하는 해양공간종합지도 갈무리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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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획적인 관리와 가치의 보전을 위해 공간계획을 수립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사는 공간이 먹고, 씻고, 쉬는 공간 등 공간별 목적과 필요에 따라 구분되는 것처럼 해양공간도 해양공간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5개 지역으로 나누어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해양공간통합관리시스템(링크)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1차 해양공간기본계획 수립이 마무리된다. 계획 수립은 새로운 시작이다.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시·도에서는 해양공간관리계획을 수립한다. 이때 어촌지역에 살거나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때 어촌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우리가 필요한 것들, 관리해야 하는 것들을 우리의 목소리로 말하는 게 중요하다. 내 목소리가 전환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이자희 희망제작소 연구사업본부 연구원이며 해당 글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농정틀, #농정, #어업, #농업,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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