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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소 김치를 자주 먹는다. 김치 종류만 해도 배추김치, 겉절이, 묵은지, 총각김치, 백김치, 파김치, 열무김치, 갓김치, 나박김치, 섞박지 등 각양각색이다. 배추김치의 원산지를 보면 국내산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김칫소도 전부 국내산일까. 배추, 고춧가루, 마늘, 파, 젓갈 등 김칫소에 들어가는 게 한두 개가 아닐 텐데 말이다.

정작 농민은 농지가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한다?!

최근 뉴스에서 농지 불법 투기 문제가 자주 보도됐다. 몇 달째 뉴스로 보고 있는데 파도 파도 계속 기삿거리가 나온다. '경자유전의 원칙'. TV 뉴스나 신문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기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농사를 짓는 사람(경작자)이 농지를 갖는다'라는 것을 말한다.

굉장히 당연한 말이다. 이 원칙은 한국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경자유전의 원칙을 헌법에 포함하고 있다. 농업은 국민의 생존을 책임지고 있기에 국가별 차이가 나더라도 경자유전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업무 정보(지역 개발에 관한 정보)를 악용해 농민이 아님에도 농지를 사서 보상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면서 이 원칙은 어느 때보다도 많이 알려졌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전체 농지 중 최대 60%는 농민이 아닌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KREI 농정포커스 제182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에서도 2015년 기준 농업인의 농지 소유 면적 비율은 56.2%으로 나타났다. 20년 전에는 67.0%의 면적을 농업인이 소유했으나, 최근에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제 농지의 소유 및 이용 현황 등을 작성하는 '농지원부'를 모든 농지소유자가 작성하지 않아서 정확한 농지 현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농민단체 등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최대 60% 농지 면적을 농민이 아닌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LH 문제를 접할 때마다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다 보니 정작 농민은 농지가 없어 농사를 못 짓고 있다는 것 사실을 떠올리면 안타깝다.

자유무역시장에서 휴대폰과 맞바꾼 마늘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은 한국 땅에서 자란 곡물 중 가축 사료용을 제외한 사람이 주로 먹는 곡물을 계산한 값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는 45.8%이다.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10.1%밖에 안 되고, 곡물 자급률은 3.4%에 불과하다.

지금껏 한 번도 시장이나 마트에서 부족함 없이 농산물을 구했는데 통계치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매 끼니마다 우리 앞에 놓인 밥상에서 쌀을 빼면 89.9%는 수입 농산물이라는 뜻이다.

한국은 다른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고 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휴대전화, 반도체 등이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건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마늘과 같은 주요 농산물 개방과 맞바꿈, 농업과 농민의 자부심과 맞바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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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나라와의 FTA 체결에 이어, 이제는 메가 FTA라고 불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올해 적용(발효)되고, 이어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를 준비하면서 농수산물 시장 개방 압력은 더욱 거세질 예정이다.

비나 눈이 많이 오거나, 혹은 가뭄이 들거나 쉴 틈 없이 태풍이 오면 농수산물 생산지의 피해 소식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이는 수급 문제로 이어져 농수산물 가격이 뛰어오르기 시작한다. 기후위기가 모든 것과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단지 농수산물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환경이 변하고, 전염병이 창궐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소식이 1년 내내 들리고 있는 것만 봐도 기후위기의 여파를 체감할 수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병충해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 메뚜기의 습격이 우리와 아예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입 농산물의 경우 이동 중 상하지 않도록 보존을 위한 가공처리를 한다. 그리고 물류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탄소가 발생하여 기후위기에 기여하고 있다. 과도한 수입 농산물 문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식량난에 공정한 배분이 가능할까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자연재해가 더해지고, 코로나19 등 전염병의 영향으로 여러 나라의 무역이 중단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 식량난에 공정한 배분이 가능할까. 식량자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농지를 투기 목적으로 악용한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 한 농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마음을 울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국민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사명으로 삽니다."

농지 면적이 감소하고, 농민이 농지를 갖지 못하고, FTA 등으로 수입 농산물이 국민 밥상을 장악하는 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많은 농민이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농민'이라는 직업적 사명으로 논밭을 일구고 있다.

일례로 수입 농산물에 대한 검역 등 기준이 확실하지만,  농약, 보존제, 유전자 변형 가능성이 있는 농산물 섭취는 최소화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실제 미국만 하더라도 주(州) 정부마다 소비하는 용도와 수출하는 용도에 따라 방부제 투여 등 기준치가 다르다. 아직도 한국은 유전자변형식품 등에 대해 소비자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농민은 농업으로 삶을 이어나가길 바라지만, 농업소득으로만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진 게 현실이다. 2019년 통계청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농가소득은 2018년보다 2.1% 감소하였고, 이는 농업소득이 20.6% 감소한 것을 주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날씨와 절기에 따라 농사를 짓기 때문에 농민과 어민은 그 누구보다도 변화에 민감하고, 체감이 빠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농어민은 기후변화 해결 방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기후위기 대응,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는 농촌지역 에너지전환, 한국판 뉴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농민들도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 환경을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에 농민의 목소리가 논의 과정 속에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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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과/ 나의/ 연결고리

우리는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몇백 원 차이지만, 국내산, 친환경, 유기농의 갈림길에서 고민할 때가 있다. 잠깐 갈림길을 되돌아보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환경을 조금이라도 더 보편적으로 만들고, 비옥한 흙에서 자란 농산물을 먹기 위해서는 적정한 시장 물가와 가치 비용을 소비자가 함께 나누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명의 삶의 터전이 되는 농업과 농촌의 가치는 매우 소중하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인간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며 생태계 서비스를 보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농촌 공간은 인간이 경관을 즐기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전통문화 등을 보전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비인간 동물들이 번식하고, 서식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탄소를 다시 저장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다양한 가치를 품은 농촌과 농민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외면하고 있진 않았는지 짚어볼 때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이자희 희망제작소 연구사업본부 연구원이며 해당 글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농업정책, #농업, #어업, #농정틀,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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