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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사고 현장에 추모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 "일하며 살고싶다, 살아서 일하고 싶다"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사고 현장에 추모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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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설치한 추모 조형물에 사고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설치한 추모 조형물에 사고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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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에서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추모조형물 설치 제막식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에서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추모조형물 설치 제막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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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살고 싶다. 살아서 일하고 싶다."

2016년 5월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강변역 방향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김군을 추모하기 위해 24일 설치된 추모 조형물 문구다. 김군이 일하다 사망한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마주한 위치에 설치됐다. 

추모 조형물 제작을 주도한 노동자빈자리사업단 김진휘 연출가는 "그날 그 죽음은 오늘도 살아있는 무게로 우리 모두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잊지 않기 위해 저 무거운 말을 허공에 매달아 놓았다"면서 "그래야 시민의 안전을 위한 노동에 자신의 안전을 바쳐야 했던 청년노동자 김군의 죽음은 그저 작은 죽음이 아닌 살아남은 이 땅의 노동자들의 삶을 지켜내는 부활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2016년 5월 당시 열아홉 살에 불과했던 김군은 그해 초 특성화고를 졸업한 후 서울메트로와 스크린도어 정비 계약을 맺은 은성PDS에 소속돼 일했다. 그러나 두 업체가 맺은 계약에는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사고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라는 조건이 존재했다.

사고 당일 김군은 오후 4시 58분 구의역 고장 신고 접수 후 '1시간 시간제한'까지 6분여 남은 오후 5시 52분께 현장에 도착해 작업을 시작해아만 하는 상황. 문제는 구의역 정비 이후에도 오후 6시 20분까지 을지로4가까지 수리를 하러 또 가야만 했다. 시간의 압박을 받은 김군은 2인 1조 근무원칙을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혼자 작업을 진행하다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유품이 된 그의 갈색가방엔 컵라면 한 개와 나무젓가락, 숟가락이 들어있었다. 

이날 김군의 5주기 추모주간을 선포한 공공운수노조 등 단체들은 "비정규직 사고에서 원청의 책임을 묻지 않던 관행이 구의역 김군 사건을 통해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아직도 처벌은 솜방망이"라면서 "죽음의 외주화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균 동료, 이선호 친구의 당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에서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생명안전주간 투쟁 선포식'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에서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생명안전주간 투쟁 선포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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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에서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생명안전주간 투쟁 선포식'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에서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생명안전주간 투쟁 선포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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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사고 현장에 추모객의 꽃이 놓여 있다.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사고 현장에 추모객의 꽃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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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구의역 김군 5주기 추모 기자회견에는 2018년 12월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으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스물넷 나이에 사망한 김용균씨의 동료들과 지난 4월 22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부두에서 압사 사고로 목숨을 잃은 스물셋 청년 이선호씨의 친구들도 함께했다. 

자신을 "27살에 입사해 지금도 고 김용균과 같은 회사인 한국발전기술에서 근무하는, 여전히 석탄취급설비에서 일하는 35살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소개한 고 김용균씨의 동료 정세일씨는 "작년 고 김용균 2주기 2020년 12월 10일 정부에서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발전비정규직은 안전, 고용, 처우 무엇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늘 한결같다. 위험의 외주화 없애고, 중대재해처벌법 제대로 제정해 더 이상 노무비 착복당하지 않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이라는 노동자들 간에 계급과 뿌리 깊은 차별 없애고, 노동자들이 소모품이 아닌 인간답게 그리고 안전한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다."

고 이선호씨의 유족을 대신해 참가한 친구 김벼리씨도 "선호가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한 달 동안, 알려진 것만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재로 사망했다"면서 "전부 예방할 수 있던 이유로 여전히 계속해서 죽고 있다. 분명 선호 빈소에서 죽지 않도록 하겠다 약속했으면서, 구의역에서도 태안에서도 약속했으면서 같은 이유로 사람이 계속 죽는데 왜 바뀌지 않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역시 "대단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라면서 "구의역 김군도, 제 친구 선호도 너무나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아서 죽었다. 당연하고 기본적인 안전관리수칙을 지키라고 만든 법이 지켜졌다면 선호는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두 구의역 김군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신분이었다. 당시 김용균씨는 야간 2인 1조로 근무하는 게 원칙이었지만 인력수급 문제로 홀로 근무하다 석탄 운반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현장에서 변을 당했다. 이선호씨도 제대로 된 안전장비 하나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 하는 업무에 투입됐다가 안전관리자와 신호수가 모두 부재한 상황에서 일하다 300kg 철판에 깔려 사망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에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 수는 모두 2062명이다. 이 중 882명이 사고로 숨졌다. 2019년 대비 모두 증가한 수치로, 하루에 6명 정도가 출근했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거다.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사고 현장에 추모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사고 현장에 추모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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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추모광고가 역사에 걸려 있다.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추모광고가 역사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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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추모 조형물 제막식에 참석한 단체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었지만 50인 이하 사업장은 유예됐고 5인 이하 사업장 제외되는 등 산재사망이 일어나는 소규모 사업장에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시행령, 시행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중대재해를 발생한 기업을 엄하게 처벌하여 다시는 동일한 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해 단체들은 5월 29일까지를 추모주간이자 생명안전주간으로 지정하고 공동행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29일 구의역에서 추모제를 비롯해 희생자 및 노동자 간담회 등이 예정됐다.

태그:#구의역, #김군, #이선호, #김용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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