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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갑 조각가
 박찬갑 조각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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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인류의 출현 이후 끊임없이 이어져온 물음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가르쳤고 "스승님은 자신을 아십니까?"라고 제자가 물었을 때 "나를 모른다는 것을 안다"라고 답했습니다.

동양의 현자도 결국 같은 답을 내놓았습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자로야,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다." 그 모르는 것의 영역에 '나는 누구인가'가 있습니다.

철학자뿐만 아니라 예술가들도 이 모르는 것에 대한 질문은 지속됩니다.

폴 고갱(Paul Gauguin)은 산전수전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어려움 속에 있던 말년에 타히티에서 자살을 결심하고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프랑스어 원제 D' où Venons Nous? Que Sommes Nous? Où Allons Nous?, 1897-1898년 작, 보스턴 미술관 소장)'를 그렸습니다.

한 화면으로 탄생, 삶, 죽음에 대해 존재의 의미를 묻고 있습니다. 그림 왼쪽 위에 쓰여진 이 제목은 파리로 보낸 그의 편지에서 '비문'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도 그의 기록된 독백에서 무(無)로 시작해 무(無)로 끝나는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전시된 250여 작품 중 일부
 전시된 250여 작품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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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갑 조각가의 전시회 'Who am I?(나는 누구인가?)'가 의정부 예술의전당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박작가의 '나는 누구인가?'는 고갱의 모든 질문을 포괄하는 질문입니다. 박찬갑 작가는 이 질문에 고갱과는 다른 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사랑의 씨앗이며, 사랑으로 왔다가 사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박 작가의 작품 '기도하는 소녀상'입니다. 소녀가 양손을 모으고 하늘을 향해 입을 동그랗게 벌린 모습이 돌, 나무, 동 등에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박 작가는 오랫동안 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무이식중에 입을 벌린 모습에서 순수를 발견하고 천진하고 순박한 모습을 형상화해왔습니다. 교육이나 사회적 필요에 의해 휘발되기 전의 본능적인 행위를 통해 발현되는 본성을 조각하면서 그것을 '사랑'으로 확신하게 된 것입니다.
 
기도하는 소녀상은 천진하고 순박한 인간 본성의 조형이다.
 기도하는 소녀상은 천진하고 순박한 인간 본성의 조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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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작가는 한국, 일본, 덴마크, 미국, 프랑스, 페루 등 세계각국에서 52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국내외 그룹전에 500여회 초대되었습니다. 국내외 국제조각심포지엄에 46회 초대되어 대상을 비롯 작품상 본상을 수상하기도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2020년에 예정된 전시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때문에 미루어 오다가 올해 결행을 한 것입니다. 코로나는 제 평생의 화두인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습니다. 눈으로도 볼 수 없는 바이러스는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생각과 방식에 총체적인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습니다. 무절제한 소비, 자연의 남용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도록 일깨우고 있는 셈입니다."

박 작가의 설명을 듣고보니 'Who am I?'라는 질문은 우리 모두에게 그 어느 때보다 다급한 질문이다, 싶습니다.
 
작가의 물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작품의 서명에서 직접 밝히고 있다. 'Who am I? I am from love and I return to love.'
 작가의 물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작품의 서명에서 직접 밝히고 있다. "Who am I? I am from love and I return to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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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작품은 자연의 섭리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어느 때보다 욕망과 욕구를 절제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러므로 작가는 무에서 유가 아니라 유에서 무를 찾아가는 여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시장을 천천히 돌면서 250여 개 작품과 눈 맞추다 보면 작가의 돌을 쪼는 정과 망치의 날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한 번의 망치질마다 되뇌었을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병리들을 예민하게 감각하고 '천진의 새날'에 대한 희망을 조각해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작업에서 조형은 더욱 단순해져서 하늘을 향한 동그란 입만으로 터치가 최소화되었습니다. 無로의 여정이 어디까지 일지를 짐작해봅니다. 결국 본래의 돌덩이 하나, 그것이 '사랑'으로 남을 것이지, 싶습니다.
 
코로나19이후 작가의 조형은 더욱 단순해졌다.
 코로나19이후 작가의 조형은 더욱 단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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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전시룸 중 메인 전시장의 작품들
 세개의 전시룸 중 메인 전시장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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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기간 : 2021. 5. 21(금) - 5. 30(일)
-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 전시장소 : 의정부예술의전당 전시장
- 티켓정보 : 무료
- 주최 : 의정부문화재단
- 주관 : 국제조각가친선협회, 국제현대미술관
- 문의전화 : 031-828-5826
- 온라인 전시 : 2021. 6. 9(수) 의정부문화재단 홈페이지 및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 전시영상물을 게시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박찬갑, #의정부예술의전당, #WHOAMI?, #코로나19, #조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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