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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매출감소로 영풍문고 대백점, 반디앤루니스 신세계 대구점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로 인한 매출감소로 영풍문고 대백점, 반디앤루니스 신세계 대구점이 문을 닫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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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대구에서 영풍문고 대백점, 반디앤루니스 신세계 대구점이 영업을 종료했다. 두 서점 관계자 모두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를 원인으로 꼽았다. 북구 산격동 책방 뷰티인사이드의 지민준 대표는 "대형서점 폐업으로 책 읽을 기회가 점점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대형서점 폐업 아래에서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서점(독립서점)*의 위기는 좀체 드러나지 않는다. 지역서점 데이터 서버를 제공하는 (주)동네서점에서 조사한 '동네서점 트렌드 2020'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대구의 지역서점 누적 등록 수는 26곳이었으나, 지난 5월 23일 기준 4곳 증가해 30곳이었다.

그러나 폐점 수도 함께 증가해 같은 기간 대구에서 3곳의 지역서점이 문을 닫았다. 현재 대구에서 운영 중인 지역서점은 총 27곳이다. 지 대표는 "지역서점, 특히 규모가 작은 서점들은 책 판매만으로는 운영이 힘들어 부가적인 활동으로 수익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지역서점 자체 프로그램과 강의, 워크숍 등도 전면 중단된 상태다. 그는 "대형서점도 힘든데 소규모 지역서점과 출판사들은 더 힘들 것"이라 우려했다.

대구시, 지역서점 지원 제도 '지지부진'

대구시는 지난 2019년 9월에 '지역서점 인증제'를 도입했다. 이는 10명 미만의 종업원을 두고, 사업자등록증 상 1년 이상 영업을 한 서점에 인증서를 발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도입된 지 두 해가 지났지만, 조례는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대구시 문화콘텐츠과는 "지역서점으로 인증된 서점에 안내해드리고 있으나 (도서구입비 사업 외에는) 아직 혜택이나 지원이 없는 상태"라 말했다.
 
지난 세계 책의 날(4월 23일)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가 추진한 ‘대구시민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은 지원금 소진으로 사흘 만에 조기 마감됐다.
▲ 대구시민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 참여서점 명단 지난 세계 책의 날(4월 23일)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가 추진한 ‘대구시민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은 지원금 소진으로 사흘 만에 조기 마감됐다.
ⓒ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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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가 지나도록 진행되지 않았던 사업을 대구시는 올해 초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지원은 여전히 미비하다. 지난 4월 23일 시작한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은 사흘 만에 조기 마감됐다. 시에서 사업을 위탁받은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아래 센터)가 서점 30곳과 시민들에게 1인당 5만 원까지, 도서 구입비 50%를 지원하는 게 사업의 골자다.

올해 11월까지 사업이 계획됐지만, 이 중 28곳에서 하루 만에 지원이 종료됐다. 대학생 박준호씨는 "시간상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며 "시에서 도서구입비를 지원해주는 데도 사용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명단에 독립서점과 작은 책방들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네서점지도(www.bookshopmap.com)에 등록된 지역서점 중 이번 사업에 선정된 곳은 '동네책방 OO협동조합', '책벌레' 총 2곳뿐이었다. 그는 "이들의 실제 수요를 고려해 추후 신청 대상과 과정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아래 책방넷) 사무국장은 "현금성 지원의 문제점"이라 지적하며, "대형서점에 비해 지역서점이 살아남기 힘든 제도적 환경에 더해 사전 조사나 설계가 미흡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 설명했다. 센터 측은 "첫 사업이라 예산 자체가 너무 적었고 서점주들이 신청을 망설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기 마감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소진식이다 보니 서점이 열리기도 전에 줄을 서서 책을 사려는 시민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콘텐츠과는 "사업 참여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원인과 개선책을 살펴볼 예정"이라 말했다.
   
대구시의 지역서점 인증제를 뒷받침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 8곳은 대부분 관련 조례가 부재했다. 남구·달서구·수성구의 경우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갖추고 있으나, 실제 서점 지원 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달서구뿐이었다. 달서구 복지문화국 도서관과는 "지역서점에서 구립도서관 이용자들이 신청하는 희망도서를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구 차원에서 유일하게 이뤄지는 공적인 지원이다. 한편 북구·동구·서구·중구·달성군의 경우 조례와 지원 모두 부재한 상태로 각 구청 관계자들은 "자체적으로 서점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적은 예산은 지역서점까지 아우르지 못해

다양한 지역서점 지원 사업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지방자치단체와 별도로 운영되며 지원 규모 역시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아래 출판진흥원)은 올해 심야책방, 서점학교 등 5개의 사업 운영을 위해 지역서점을 모집하면서도 "각 지역서점들이 지원할 수 있는 여러 사업을 지자체와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 대표는 "서점을 열었다고 해서 지원 제도가 특별히 안내되는 부분은 없다"며 "서점들이 개별적으로 출판진흥원 등을 찾아 지원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동구 불로동에 문을 연 책방 '여행자의 책' 박주연 공동대표는 "아직 지역 기관 및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은 없다"며 "서점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에 비해 서점에 대한 지원은 아직 미비한 편"이라 말했다.

적은 예산 규모는 지역서점 규모를 아우르지 못했다. 앞서 도서구입비 지원 사업은 대구 지역서점으로 인증된 171곳의 서점 중 30곳을 선정하는 데 그쳤다. 센터 측은 "올해 예산이 소진돼 추가로 예정된 사업은 없다"며 "내년은 사업을 보완할 계획이지만, 아직 예산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체부 산하 진흥원에서 시행하는 사업은 전국 규모의 기획 사업인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출판진흥원은 2020년에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의 경우 전국에서 총 50개 서점을 선정했다. 지역문화진흥원은 올해 '동네책방 문화사랑방' 사업에서 최종 23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출판진흥원에서 선정된 지역서점은 3곳(더폴락, 학이사, 시인보호구역),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선정된 지역서점은 1곳(책방i아이)에 그쳤다. 2020년 12월 기준, (주)동네서점이 발표한 전국의 독립서점이 총 634곳임을 고려하면 각 사업에서 선정되지 못한 영세한 서점이 여전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구도 독서 생태계 구성원, 파트너십 고민해야
 
뷰티인사이드(위)와 여행자의 책(아래)은 모두 지난 4월 문을 연 신생 독립서점이다. 지민준 대표와 박주연·임수진·장귀순·전은경 공동대표의 북 큐레이션이 각각 매대를 채웠다.
 뷰티인사이드(위)와 여행자의 책(아래)은 모두 지난 4월 문을 연 신생 독립서점이다. 지민준 대표와 박주연·임수진·장귀순·전은경 공동대표의 북 큐레이션이 각각 매대를 채웠다.
ⓒ 복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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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의 세금을 활용하는 만큼 광역·기초지자체가 지역서점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중앙정부의 출판진흥원이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정책 모두 예산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다분히 형식적인 측면에 치우친다"며 "명목상 소액다건주의 방식보다는 경영 안정을 기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서점이 지역 문화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창우 (주)동네서점 대표는 "10평 내외 독립서점은 책 판매만으로 생존이 쉽지 않다"며 "서점 공간을 활용한 북클럽 등을 정기적으로 여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비수도권 지역서점에서 독서 모임이라는 개념이 정착되려면 지방정부의 지원 활성화가 먼저"라며 "유료 독서 모임 등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서점이 동네 문화 플랫폼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서점 인증이 지역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일례로 경기도는 2016년 4월 관련 조례를 제정해 지역서점 활성화에 앞장섰다. 대구시보다 1년 앞서 지역서점 인증제를 도입한 경기도는 경기콘텐츠진흥원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독자적인 지역서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작가 발굴, 글쓰기 워크숍을 비롯해 전국 최초로 '서점 상품권'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정은 쩜오책방 대표·책방넷 사무국장은 "책방넷 회원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기도의 지원 정책에 관심이 많다"며 "서점과 공공기관 간 협조가 잘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지역서점 인증이 무엇을 뜻하는지, 독서 생태계를 살리려면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지역서점은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구축돼야 한다. 지역서점은 전국 단위가 아니라 지역과 동네에 기반하는 문화 거점 공간이다. 이 대표는 대구 내에서 독서 생태계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타지역과 공유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권했다. 그는 "강원도에서 경기도 지역서점 인증제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는데, 두 도시가 서로 고민하는 부분에 접점이 많았다"며 "먼저 제도를 도입한 곳의 시행착오를 양측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점주들이 서점의 현재 가치를 미래에서 찾는 만큼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 역시 장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지 대표는 "처음부터 책을 통한 수익만으로 서점 운영이 힘들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서점의 문화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운영할 예정"이라 말했다. 박 대표는 "수익을 염두에 둔다면 처음부터 서점은 열지 않는 게 맞다"면서도 "오히려 우리 서점이 동네와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서점 가기 좋은 동네, 책 읽는 분위기로 충만한 대구를 만나고 싶다"고 기대했다.

조 대표는 지역서점의 가치로 커뮤니티(Community)와 함께 큐레이션(Curation)·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라는 '3C'를 강조했다. 그는 지역서점이 "대구에 관한 책을 다루는 전문적인 큐레이션, 작품을 낭독하고 번역하는 커뮤니케이션을 갖추고 대구의 문화적 감각을 구축하는 커뮤니티 공간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동체 교육 가능케한 지역 민주주의의 근간

책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 동네마다 한 곳씩 있는 크고 작은 서점들에서 책을 읽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하는 지식문화 공공재다. 한국출판연구소가 2019년 9월 도서 구매자 2천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도서정가제 이해관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책이 지식문화 상품이라는 응답이 79.9%에 달했다.

책과 서점은 개인 사업의 수단에 그치지 않고 지역과 동네 문화를 누리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백 대표는 "서점 지원은 단순히 서점주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지자체에서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 설명했다. 이 대표는 책과 서점을 독서 문화 생태계의 '모세혈관'이라 일컬었다. 그는 "독서는 취미뿐 아니라 공동체적 교육을 가능케 하는 지역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며 "서점은 공공기관, 동네 작가들과 함께 독서 생태계를 구성하는 장소"라 강조했다.

지역서점과 상생의 첫발을 뗀 대구시가 독서 문화 생태계의 내실을 다져갈 수 있을까. 지 대표는 "서점이 갖는 가치와 지역사회의 역할을 고려한다면 문화적·공익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지역사회와 시·구가 서점과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기획하는 파트너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이는 대구시의 노력이 지역서점에 가닿기 위한 첫 번째 과제다.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발행한 '지역서점 현황조사 및 진흥정책 연구'에 따르면, 오프라인 서점은 체인 서점과 지역서점으로 구분된다. 지역서점은 다시 단행본과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독립서점, 특정 주제의 도서를 판매하는 전문서점, 도서 외에 음료와 문구 등을 판매하는 복합서점으로 구분된다. 이 중 독립서점을 지역서점으로 통일해 부르는 걸 권장한다.

태그:#지역서점, #독립서점, #동네책방, #지역서점인증제,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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