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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2일 오후 7시]
 
경남진보연합은 21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굿바이 국가보안법, 피해자와 함께하는 위로와 연대의 밤" 행사를 열었다.
 경남진보연합은 21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굿바이 국가보안법, 피해자와 함께하는 위로와 연대의 밤" 행사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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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법이 완전 폐지되는 그날까지 함께 하자."
"입법청원 달성됐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다."

경남진보연합이 21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마련한 '굿바이 국가보안법, 피해자와 함께하는 위로와 연대의 밤'에 함께 한 사람들이 강조한 말이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지난 10~19일 사이 '10만 입법청원'을 달성했다. 이에 경남진보연합이 국가보안법 피해자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고 다짐을 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김수정 교사의 진행으로 열린 이야기마당에서는 10년간 사찰과 7년간 재판과정을 거친 최보경 교사(간디학교), 박근혜정부 때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의 아픔을 겪은 이정희 전 최고위원, '한총련' 수배와 구속의 피해를 입은 송익근(창원)씨가 참여했다.

 "제자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다"

최보경 교사는 자신이 만든 수업(역사) 교재와 한국진보연대, 전교조 문건 등 10건이 국가보안법 위반(이적표현물)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고, 법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최 교사는 "10년간 사찰과 7년간 재판을 받았다"며 "저만 피해자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분단국가에서는 정상적인 생활이 되지 않고,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 교사는 "학교 제자와 선생님들, 가족과 부모 등 모든 사람들한테 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며 "항상 웃고 미소 짓고 의연하게 했다. 아이한테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빠는 잘 이겨낼 수 있어' 하는 마음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자꾸만 흔들리는 모습을 애써 감추면서 다잡는 모습을 볼 때 제일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10년 동안 사찰했다는 것. 최 교사는 "경찰이 저의 휴대전화와 이메일을 도청, 감찰한다는 걸 알았다"며 "그래서 어느날 교무실에 혼자 있으면서 일부러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울 것이다'고 했고, 이메일도 저한테 '보내기'를 하면서 그런 내용으로 썼다"고 했다.

최 교사는 "괴로웠지만 제자를 만나면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 의연하게 웃었다"며 "반드시 이길 것이라 다짐했고, 경찰을 보고 '너희들 사람을 잘못 골랐다'고 할 정도였다"고 했다.

지금도 자기검열을 한다는 것. 최 교사는 "지금도 저도 모르게 저를 검열할 때가 있다. 아직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며 "재판이 끝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말이다. 주변에 많은 분들이 있어 힘이 되었다"고 했다.

재판 상황을 설명한 그는 "제가 유죄가 되면 경찰이 한국진보연대를 이적단체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교조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생각이 고통스러웠고 제일 제 가슴을 무겁게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제자 걱정을 했다. 최 교사는 "재판정에서 제자와 마주 앉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저로 인해 제자가 법정에 서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교사는 "당시 제자들은 '스승의 무죄'를 외치며 한 달 동안 학교 앞 국도에서 매일 1인시위를 벌였고, 전국을 돌며 순회 집회를 열기도 했다"며 "무죄 의미로 재판이 열릴 때 흰옷을 입고 나왔다"고 떠올렸다.

그는 "제자들은 사회에 나가서 잘 살고 있다. 이 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보경 교사는 마지막으로 "2004년 당시 제자들과 약속했다. 국가보안법을 없애겠다고 말이다"며 "그런데 아직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제자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다. 이번에는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했다.

"닮은 제 친구가 세 번 잡혀가" ... "32년만에 재심"

이정희 전 최고위원(전 사천시의원)은 "설마 정당이 해산되겠느냐고 했는데 해산되었다. 설마가 정당을 해산했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은 허점 투성이다"고 했다.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 당에 들어와 있으니까 정당을 해산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었고, 북이 하늘이 파랗다고 하는데 통합진보당도 파랗다고 하니까 정당 해산으로 가야 한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송익근씨는 "단과대학 학생회장 하면서 한총련에 가입했고, 이적단체 가입으로 수배를 당했다"며 "수배가 되어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친구도 못 만났다. 어머님이 제일 보고 싶었고 그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친한 친구가 거제에 사는데 그 마을이 전체 25가구다. 경찰이 그 마을에 제가 있다고 보고 왔다고 한다. 친구 아버지가 경찰을 쫓아냈다고 하더라"고 했다.

또 그는 "저와 비슷하게 생긴 친구가 있다. 옷과 안경을 쓰면 똑 닮았다. 경찰이 그 친구를 저로 오인해서 세 번이나 잡아갔고, 보안수사대에 끌려가서 맞기도 했다. 그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구속 상황에 대해, 그는 "저희 집안이 잘 살지는 못해도 아버지 형제들 사이에 우애가 있었다. 제가 구속되고 나고 집안에 빨갱이가 나왔다며 아버지 형제들이 많이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하루는 아버지가 오셔서 '경찰이 그러더라'면서 '탈퇴서인가 뭔가를 쓰면 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못 쓴다'고 했고, 그 뒤로 아버지께서는 다시 말씀 하시지 않으셨다"며 "그런데 고모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가 오셔서 탈퇴서 말을 꺼내셨다"고 했다.

이야기마당 진행을 맡은 김수정 교사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 피해자들의 큰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고, 그것이 위로이고 연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날 강성호(청주)씨가 참석해 발언했다. 그는 교사로 교단에 선지 석달만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아 해직되었다가 10년만에 복직하기도 했다. 그는 32년만에 '재심'이 받아들여져, 현재 진행 중이다.

강씨는 "제가 구속된 가장 큰 이유는 법정에서 제자가 나와 했던 증언 때문이다. 제가 수업 시간에 '북침설'을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며 "'북침설'을 들었다고 한 날 그 제자는 결석했다고 했지만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고 했다.

강씨는 2년 전 재심이 받아들여졌고 9차 심리가 진행되었으며, 오는 6월 10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그는 "재심이 오기까지는 저 혼자 이루어낸 것이 아니다"며 "제가 무죄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하원오 경남진보연합 대표는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가해자였던 사람도 결국 피해자다"며 "역사의 아픔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이번 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이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경석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입법청원이 9일만에 달성되었다. 그만큼 구시대 유물을 정말로 역사 속으로 묻어 둘 때가 됐다"며 "국가보안법 때문에 누구나 말을 하는 것이 제한이 있고, 어떤 제한을 받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간다는 게 피해다"고 했다.

황철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공동대표는 "옛날에는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국가보안법 적용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속에 모두가 피해를 받고 있다"며 "10만 청원 성사의 힘을 모아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남진보연합은 21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굿바이 국가보안법, 피해자와 함께하는 위로와 연대의 밤" 행사를 열었다.
 경남진보연합은 21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굿바이 국가보안법, 피해자와 함께하는 위로와 연대의 밤" 행사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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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가보안법, #경남진보연합, #입법청원,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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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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