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22 14:09최종 업데이트 21.05.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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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상원 2021년 5월 20일, 프랑스 상원과 하원은 위원회 범위 내에서 의견 차이를 조정하고, 다음주 25일과 27일에 최종적으로 보건 패스에 관한 법률을 확정하게 된다. ⓒ france info 영상 캡처

 
5월 19일 아침, 프랑스인들은 지난 1년여간 지속되어 왔던 보건위기사태의 종료와 보건 패스가 국회에서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동시에 접했다.

18일에서 19일로 넘어가는 밤, 프랑스 상원은 보건위기사태 종료와 보건 패스 채택에 대한 법안을 찬성 221, 반대 102로 통과시켰다. 이로서, 6월 30일을 끝으로 지난해부터 정부가 의회를 거치지 않고 마음대로 수위를 조절할 수 있게 해주던 보건위기사태는 종료되고, 일상으로의 귀환이 눈앞에 온 듯하다. 그러나 팬데믹 초기부터 제기되어 왔던 시민들에 대한 감시 도구가 본격적으로 삶 속에 자리 잡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6월 30일까지 단계적 제한 해제

4월말, 정부는 5월 19일부터 단계적으로 그동안의 모든 방역을 위한 비상 조치들을 해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들을 초대해 관련 절차를 직접 설명했다.
 
- 5월 19일 : 통금이 종전 19시에서 21시로 옮겨지고, 문화시설(영화관, 박물관, 공연장 등)이 일제히 문을 열며, 레스토랑, 카페의 테라스가 영업을 재개하며, 운동경기장에서의 스포츠 경기가 재개되고 관객은 1000명까지 허용된다.
- 6월 9일 : 통금이 23시로 옮겨지며 식당, 카페 등의 영업이 정상화되고(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사람 수는 6명까지), 스포츠, 문화 이벤트의 관객 수용 범위가 5천명까지 확대된다.
- 6월 30일 :  통금을 포함, 모든 보건위기사태와 관련한 조치가 해제된다.

국회가 통과시킨 보건 패스는 이러한 해제 조치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안전장치로 제시됐다. 1천 명 단위의 사람들이 모이는 대형 야외, 실내 이벤트에 보건 패스를 가진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6월말 보건위기 사태가 종료된 이후에도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과도기적 중간 단계를 설정, 국무총리는 전염병의 상황의 추이가 악화될 경우  1달 이내의 범위에서 다시 방역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상원에서 통과되기  일주일 전인  5월 12일 오후, 하원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보건 패스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찬성 103 : 반대 108). 중도 정당 모뎀(Modem)이 정부가 제시한 보건 패스 적용 조건의 불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통과를 낙관했던 정부가 설득에 나섰고, 늦은 밤 실시된 재투표는 불과 몇 시간 전의 결과를 뒤집었다(찬 208 : 반 85). 초저녁에 전해진 국회의 표결 결과가 잠든 사이 뒤집어진 사실을 다음날 아침 확인한 시민들은 "정부가 원하는 바를 얻을 때까지 국회의원들을 볼모로 표결을 다시 하는 게 민주주의냐?"는 비난을 SNS에 쏟아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보건 패스는 프랑스인들을 차별하는 도구로는 결코 이용되지 않을 것이다. 레스토랑, 공연장, 영화관 등 일상의 삶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공간에는 의무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4월말 기자회견에서 우려를 불식시킨 바 있다. 반면, 법안의 상원통과를 앞둔, 5월 17일 BFM TV에 나온 보건부 장관 올리비에 베랑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은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 비해 덜 호의적인 삶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혀, 보건 패스를 차별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그간의 정부의 약속을 의심케 만들었다.
 

다시 열린 까페 테라스 : 마크롱의 테라스 외출 5월 19일, 비와 맑은 하늘이 계속 오고 갔던 변덕스런 날씨 속에서도, 프랑스 시민들은 너나 할 것이 오랜만에 되찾은 일부의 자유를 만끽하려 까페 테라스에 앉았다. 마크롱 대통령도 마치 이를 독려하듯,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연출했다. ⓒ france info 영상 캡처


보건패스의 구체적 적용 방식

6월 9일부터 적용될 보건 패스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1) PCR 테스트 음성 확인 증명서 (48시간 이내)
2) 코비드19에 걸렸다가 회복된 사람에 대한 확인 증명서 
3) 백신 접종 확인서 :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는 2차 접종 이후 최소 2주가 지난 사람, 1차 접종만 필요한 존슨앤존슨은 1차 접종 이후 4주 지난 사람
* 정부는 4월 19일 TousAntiCovid(모두가 안티코비드)라는 이름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핸드폰에 내려 받을 수 있게 했다. 증명서는 종이 혹은 TousAntiCovid에 저장된 디지털 형태의 2가지 형식 모두 가능하다.

보건 패스는 일상적 생활 공간(학교, 직장, 영화관, 식당, 쇼핑센터 등)에서는 사용되지 않으며, 1000명 이상의 관객이 입장하는 대규모 행사(대형 전시장, 운동 경기장, 카지노, 페스티발)에서만 요구된다. 참고로, 지금까지의 엄격한 방역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어떤 종류의 옥외 집회도 방역을 이유로 금지된 바 없었고, 옥외 집회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온상이 된 적도 없었다. 이 패스는 6월말까지 연착륙을 위해 쓰이며, 늦어도 과도기적 완충기간이 종료되는 9월말 이후로는 쓰이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법안은 명시하고 있다.  

6월말부터는 유럽 내 국가들 간에 적용될 여행자용 보건 패스가 등장할 예정이다. 지난 4월 29일, 유럽의회는 유럽국가들 간의 여행을 위한 "코비드19 유럽 증서"(certificat europe Covid19)의 도입에 대한 기본 원칙을 통과시킨 바 있다.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는 이 증서의 구체적인 활용 방식에 대해서는 6월말을 목표로 현재 유럽 각국이 협의 중이다.

프랑스 국내에서 요구되는 바와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 여부, 혹은 테스트 음성 판정, 코비드19 감염 후 회복되어 항체가 형성되었다는 확인서 등이 증서 발급에 이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로서는 유럽연합 내에서 여행할 때, 72시간 이내에 받은 코로나 음성 테스트 증서만 요구된다. 유럽 이외의 국가들로부터 오는 여행자들에 대해서는 각국의 보건 상황에 따라 녹색, 오렌지색, 적색 등 3가지로 분류된 각각 다른 조치가 채택될 예정이다. 관광부 장관 장 밥티스트 르부안은 6월 26일까지는 유럽 전체가 보건 패스를 갖게 될 것이라고 5월 19일 < Sud Radio >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서 전망을 밝혔다.
 
보건 패스와 관련 주요 일지

21.1.28    유럽회의(Council of Europe) /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윤리 법률 결의안 채택 : 정부는 시민들에게 백신 접종이 의무가 아님을 알려야 함.  백신 접종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압력, 차별도 이뤄져선 안 됨.
4.19    WHO / 백신이 보여준 감염 예방, 전염 방지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백신 여권을 설치하지 말 것을 권고
4.29   유럽의회(Parlement Europeen) 보건 패스 설치 법안 채택
5.12   프랑스 하원, 보건 패스 법안 통과
5.19   프랑스 상원, 보건 패스 법안 통과
5.25/27    프랑스 하원, 상원 최종 표결 
6. 9    프랑스 내 보건 패스 적용 시작
6.30   프랑스 보건위기사태 종료 
6.27(예정)   유럽연합 내 이동을 위한 보건패스(Certificat Europe Covid19)의 발효 
  
감시사회 우려 vs. 일상 귀환을 위한 당연한 보호 장치 

결과적으로 의회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정부안이 통과됐지만 찬반의 논리는 팽팽했다. 하원의 표결, 재표결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상원에 청원서를 보내거나,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상원 앞에서 집단적으로 노래를 부르며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집권정당 LREM와 공화당은 주로 찬성에 표를 던졌고, 사회당, 공산당 등 좌파 성향의 정당은 주로 반대표를 던졌다. 녹색당은 대부분 기권했다.


좌파정당 CRCE의 엘리안 아사시 의원은 7월-9월 과도기적 중간시기에 대해 "앞으로 다가올 몇 달 동안도 여전히 자신들의 뜻대로 쥐고 흔들려는 의도며, 다시 한번 의회에게 백지 서명을 강요하는 꼴"이라 비난했다. 중도 정당의 로익 에르 의원은 "이 패스를 통해 일반화된 감시사회로 전환될 위험이 현실화 될 것"이라며 우려를 전했고, 공화당 의원 알랭 우페르도 "보건 패스는 사실상 백신 패스의 다른 이름이다. (…) 정부는 자유를 되돌려주는 척 하지만, 그러나 사실 이것은 조건부 자유일 뿐"이다며, 보건 패스의 기본 원칙에 강한 의심을 제기했다. 역시 공화당의 로항 뒤플롬 의원은 "이 패스는 시민들을 1등 시민과 2등 시민으로 나누게 될 것"이라며 보건패스가 차별의 용도로 쓰이게 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반면, 독립 그룹의 대표 클로드 말뤼레 의원은 "지난 수개월 동안 축소되었던 자유를 가장 신속하게 되찾을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라며, 정부의 보건패스 안에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이날 상원에서 발언한 유럽연합 담당 정무 차관은 "프랑스의 보건 패스는 국가정보자유위원회(CNIL) 안을 전적으로 수용한 결과"라며, 인권 보호적인 측면이 강화된 패스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국가정보자유위원회(CNIL)는 1)보건 패스의 유효기간은 보건위기상태의 종료와 함께 마감돼야 함 2)패스는 일상 생활의 범위를 축소하지 말아야 하며, 적용 행사의 성격과 인원 규모가 엄격히 규정되어야 하며 이외의 용도로 남용되지 말아야 함 3)디지털 형태뿐 아니라 서류 형태의 패스도 동시에 인정되어야 함 4)국민의 건강 관련 정보들이 철저히 보호되어야 함을 정부에 권고했다.

한편, 알렉상드라 앙리옹-코드 박사(유전학자, 전 국립의과학연구소 디렉터)는 19일 RT France와 한 인터뷰에서 "WHO도 백신의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각국에 여행자 백신 패스를 만들지 말 것을 권한 상황이다. 더구나, 이 백신들은 하나같이 시험단계에 있다. 2023년 혹은 2024년에야 현재의 백신들은 시험이 완료된다"며 "효과가 제한적인 백신으로 사람들을 몰고 가는 상황이 현명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보건 패스(Pass Sanitaire) 반대 집회 포스터 5월 22일 토요일 파리의 인권광장에서 열리는 보건패스 반대 집회 포스터 ⓒ Ami entends tu

 
현재 프랑스 국민 중 2차까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의 수는 전체 국민의 약 14%(5.18집계)다. 카스텍스 총리는 20일 "이제 모든 성인들이 나이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백신을 맞을 수 있다"며, 6월 방역 백신 도입을 앞두고, 최대한의 인구가 백신을 맞도록 권유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말, 시민단체들은 파리의 인권광장에서 보건패스 반대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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