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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무실"

내가 아직 국회에 근무하고 있던 어느 날 한 후배가 내 사무실을 찾아왔었다. 그 후배는 온통 파란 내 사무실을 보더니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무실"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사무실에는 10년도 넘은 행운목부터 아레카야자가 천장에 닿을 만큼 자라났고, 또 싱고니움과 스킨답더스가 덩굴에 덩굴을 쳐서 책상 앞부터 사무실 사방을 가득 채웠다.

행운목은 처음에는 손가락 정도의 너무 자그마한 묘목이었었다. 그런 행운목이 '거목'으로 자라고 해마다 꽃이 펴서 그 향기롭고 신기한 꽃 향내를 느끼려 적지 않은 직원들이 내 방을 찾기도 했다. 사람 키만큼 자란 유려한 잎의 아레카야자도 작디작은 화분을 키워낸 것이었다. 이런 녹색 환경 때문인지 10여 년 후배들도 이미 대개 노안이던데 평생 글을 써온 필자는 그렇지 않았다.

퇴직 후 사무실 화분들을 집에 가져왔다. 그런데 집에도 이미 치자나무나 스카티필름, 인도고무나무, 파키라, 초롱꽃, 왕관꽃 등등... 10여 년 된 화분들이 있었다.

올 봄에는 몇 년 만에 귀한 백모란도 피었다. 모기를 쫓는다는 구문초도 해가 좋은 이 집에 와서 꽃이 피었다. 선인장 종류도 꽤 있다. 합쳐보니 화분이 30개도 넘는다.

최근에는 치자꽃이 보름 정도 피어 그 짙은 향기가 온 집안에 퍼졌다. 왕관꽃은 일년 사시사철 항상 피고 진다. 다만 실내라서 불두화는 올해 피지 않았다. 인도고무나무나 아레카야자, 스킨답더스, 파키라는 특히 미세먼지 정화에 효과가 있다. 싱고니움은 심리 안정과 수면에 도움이 된다.

더불어 함께 사는 반려식물

다만 꽃나무들이 그냥 자라는 것은 아니다. 잘 보살피고 가꿔야 한다. 시시때때로 물도 잘 맞춰 줘야 하고, 해충들도 적지 않아 항상 보살펴야 한다. 매일 같이 화분들을 살펴보면서 진딧물이나 응애 등 꽃나무마다 다른 벌레들을 처리해야 한다.

어느덧 이 꽃나무들과 나는 더불어 함께 살고 있다. 문자 그대로 반려식물이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식물을 좋아했었다. 하루 종일 파랗게 자라나는 새싹과 꽃망울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기도 했다. 그 순간들은 내 마음을 충만하게 만드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런 습관이 자금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두 개의 기생란 꽃대가 새로 올라왔다. 내일모레면 예쁜 기생란 꽃을 볼 수 있겠다. 나는 그 꽃을 기다린다.

태그:#반려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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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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