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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청년 노동자가 지난해 과로사로 숨졌다. 재발방지 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자 고인의 유족이 지난 13일 대구, 18일 부산 등 전국을 돌며 순회 투쟁에 나섰다. 이날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쿠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장덕준 씨의 부모인 장광 씨와 박미숙 씨.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청년 노동자가 지난해 과로사로 숨졌다. 재발방지 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자 고인의 유족이 지난 13일 대구, 18일 부산 등 전국을 돌며 순회 투쟁에 나섰다. 이날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쿠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장덕준 씨의 부모인 장광 씨와 박미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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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쿠팡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27살의 장덕준 청년 노동자가 숨졌다. 사인은 과로사. 물류센터 9동에서 출고 지원업무를 맡아왔던 장씨는 무게 5㎏ 가량의 상자나 부자재를 하루 80회 이상, 20㎏ 가량의 물건을 장비를 이용해 수십 차례 옮기는 작업을 했다.

일주일 근무 시간이 62시간에 달했던 장씨의 죽음은 바로 산재사고로 인정받지 못했다. 논란 끝에 유족의 산재 신청 3개월 만인 지난 2월 근로복지공단은 심의를 거쳐 업무상 질병이 인정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업무상질병판정서에는 근육과다 사용, 초과 노동 등 업무와 고인의 사망 간에 인과 관계가 있다는 설명이 담겼다. 공식 문서에서도 쿠팡 물류센터의 열악한 환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숨진 쿠팡 청년 노동자 유족이 전국 순회 나선 까닭?

그러나 이같은 결정에도 유족은 지난 13일부터 전국 순회 투쟁에 들어갔다.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쿠팡 측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유족은 말뿐이었다고 주장한다. 당시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반드시 유족을 찾아 필요한 사과와 지원을 하고, 노동환경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3일 대구를 시작으로 18일 부산에 도착한 고인의 부모인 장광씨와 박미숙씨는 "쿠팡이 내놓은 대책이라고는 변명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공단의 산재 결론에도 유족을 위한 사죄, 재발방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장씨와 박씨는 '쿠팡은 유족에게 사과하라'는 내용으로 선전 차량을 직접 몰고 전국을 돌고 있다. 부산고용노동청 안에 자리를 잡은 1t 트럭에는 '살인기업 쿠팡 처벌하라, '내 아들을 살려내라' 등의 구호가 적혔다.

이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어머니 박씨는 "우리는 재발방지책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이 답변은 피하고, 마치 과로사 대책위가 유족을 막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여전히 쿠팡을 믿지 못했다. 그는 "덕준이가 간 이후 7개월 동안 쿠팡은 유족을 고통 속에 살게 했고,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보다 먼저인 게 무엇인가"라며 "한 사람으로는 부족한가. 진정으로 책임을 지려면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청년 노동자가 지난해 과로사로 숨졌다. 재발방지 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자 고인의 유족이 지난 13일 대구, 18일 부산 등 전국을 돌며 순회 투쟁에 나섰다. 이날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쿠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장덕준 씨의 부모인 장광 씨와 박미숙 씨.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청년 노동자가 지난해 과로사로 숨졌다. 재발방지 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자 고인의 유족이 지난 13일 대구, 18일 부산 등 전국을 돌며 순회 투쟁에 나섰다. 이날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쿠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장덕준 씨의 부모인 장광 씨와 박미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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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유족의 외침에 부산지역 노동단체도 힘을 실었다. 이번 부산 방문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전국택배노조 부산지부, 서비스연맹 부경본부 등이 연대에 나섰다. 이들은 유족과 함께 사고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쿠팡 현장을 가리키며 ▲정규직 중심 고용 ▲야간노동 최소화 ▲충분한 휴식 공간 제공 ▲냉난방 시설 구비 ▲안전보장 등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쿠팡과 정부에 전하는 공동 회견문도 발표했다. 이를 낭독한 노기헌 서비스연맹 부경본부장은 "쿠팡의 태도는 유족들을 더욱 분노케 한다. 언론에는 이런저런 보도자료를 내면서도 유족에겐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본부장은 "과로사 대책위와 유족은 쿠팡이 또 다른 사고를 예방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서울 본사 앞으로 가는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를 향해서도 "쿠팡이 만들어 내는 질 낮은 일자리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대대적인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법을 우회하는 사업확장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규제,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유족은 경남으로 향한다. 20일 경남 창원고용노동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을 규탄하는 여론을 모아갈 계획이다. 이어 전국 순회는 25일 광주전남, 27일 전주, 내달 1일 충남, 2일 충북, 9·10일 경기, 15일 인천을 거쳐 17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으로 가는 것이 목표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청년 노동자가 지난해 과로사로 숨졌다. 재발방지 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자 고인의 유족이 지난 13일 대구, 18일 부산 등 전국을 돌며 순회 투쟁에 나섰다. 이들이 직접 몰고 있는 1톤 트럭 선전 차량.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청년 노동자가 지난해 과로사로 숨졌다. 재발방지 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자 고인의 유족이 지난 13일 대구, 18일 부산 등 전국을 돌며 순회 투쟁에 나섰다. 이들이 직접 몰고 있는 1톤 트럭 선전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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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장덕준, #물류센터, #유족, #쿠팡, #과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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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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