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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도성의 북쪽에 있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성북구 성북동은 고급단독주택과 각국 대사관저가 몰려있 곳이다. 또한 과거로부터 서민들의 주거 지역이었기에 예스러운 가옥이 드문드문 남아있으며 여러 대학교가 밀집해 있기도 하다.

성북구에서 둘러볼 만한 문화재로는 총독부가 싫어서 일부러 북향으로 지은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 시인 백석과의 로맨스로 잘 알려진 김영한과 길상사, 7화에서 소개했던 석굴암을 재현한 보문사 등이다. 

가장 눈에 띄는 유적은 태조 이성계의 계비(둘째 부인)인 신덕왕후 강씨의 정릉이다. 아주 간략히 조선초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첫째 부인 신의왕후 한씨는 8남매를 두었으며 조선 건국 1년 전에 사망한다. 

이후 초대 왕비에 오른 신덕왕후는 두 아들을 낳고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5남이었던 정안대군이 세자로 책봉된 이복동생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다. 그가 바로 조선의 3대 임금 태종 이방원이며 세종대왕의 아버지다. 뒤를 이어 태상왕 이성계마저 서거하자 태종에 의해 신덕왕후의 지위는 후궁으로 강등되었으며 현종 때에 이르러서야 복위가 이루어진다.
 
북악하늘길, 북악산사길과 정릉 일대 산책 코스.
▲ 북악산이 숨겨 놓은 비경 북악하늘길, 북악산사길과 정릉 일대 산책 코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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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책기의 경로는 북악터널 앞에서 시작하여 김신조 루트의 일부 구간을 거쳐 길상사까지 걸어보는 코스다. 시작점은 같지만 갈래길이 세 군데 있어 정릉으로 빠지는 길을 걸어볼 수도 있으니 위 지도를 보고 선택하면 될 것이다. 사실, 두 편으로 나눠서 소개하려고 했을만큼 북악산이 숨겨 놓은 비경이다.

이준 열사를 비롯한 순국선열의 위패를 모신 여래사

국민대 앞에서 출발하여 북악터널에 도달하면 오른쪽으로 소로가 나온다. 가는 길 중간에 북한산관리사무소 방면으로 진입하면 형제봉으로 오르게 되므로 북악터널 앞까지 가도록 하자. 터널에 이르면 청학사로 들어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북악터널과 정릉으로 이어지는 밤 풍경이 멋지다.
▲ 청학사에서 바라본 내부순환로 북악터널과 정릉으로 이어지는 밤 풍경이 멋지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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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스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사찰로는 청학사와 여래사가 있다. 먼저 청학사는 대웅전과 함께 부속 건물이 두 채 밖에 없는 작은 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대가 높아서 정릉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북악산은 불과 몇 미터 높이를 두고 풍경이 달라진다.

특히나 청학사에서 바라보는 밤 경치가 예술이다. 내부순환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물결이 마치 한 마리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마침 진입로를 정비하고 있는 분과 말문을 터 보니 동국대에 출강을 나가는 청암스님이라고 한다.

경치 좋은 작업대에 앉아 콜라 한 잔 얻어 마시면서 잠시 수다를 떨어본다. 예전에 이 일대에는 많은 수의 암자와 굿당이 있었는데 군사정부가 미신타파라는 이유로 헐어버렸다고 한다. 청학사도 그 피해를 입어 산신각이 사라졌으며 우여곡절 끝에 지자체의 지원으로 대웅전을 새롭게 꾸미고 있는 중이란다. 
 
 후손이 없거나 유해를 찾지 못한 순국선열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사찰
▲ 순국선열 위패를 모신 여래사  후손이 없거나 유해를 찾지 못한 순국선열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사찰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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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사를 나와 북악터널 위를 건너자마자 여래사가 있다. 이곳은 후손이 없거나 유해를 찾지 못한 순국선열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사찰이다. 이준 열사 외에 300여 분의 넋을 기리고 있다.

대웅전과 극락전 사이에서 바라보는 성북동 일대의 풍경이 시원한 맛을 선사한다. 뒷편으로 살짝 돌아가면 전각을 아래로 두고 정릉 너머 망우산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청학사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또다른 풍광을 선사한다.
 
정릉 일대와 길음동을 조망할 수 있다.
▲ 여래사에서 바라본 도심 풍광 정릉 일대와 길음동을 조망할 수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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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사 왼편 산길로 10여 분 정도 올라 철책문을 열면 두 갈래길로 진행할 수 있다. 만약 내리막길을 고르면 전망대를 지나 용화사와 대성사, 홍법사 등을 거쳐 북악정에서 길상사로 가는 길을 타게 된다.

중간에 숲속다리와 다모정 전망지점에서 국민대 방향을 조망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여기서 길(북악스카이웨이)을 건너 산길을 조금만 타면 정법사로 하산하여 길상사로 바로 내려갈 수 있다.

이 루트는 여러 작은 사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산사길이라 한다. 반대로 철책문에서 오르막길을 타면 하늘다리를 건너 호경암을 지나 삼청각으로 하산하여 길상사에 다다르게 된다. 글쓴이가 추천하는 코스이므로 하늘전망대로 가보자.
 
길음동 너머 도봉산과 수락산이 보인다.
▲ 하늘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길음동 너머 도봉산과 수락산이 보인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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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스카이웨이를 가로지르는 하늘교를 건너 조금 걷다 보면 탁 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근사한데 오뉴월 물이 오른 나무들이 화사한 꽃을 피우면 주변이 색동옷을 입혀 놓은 것처럼 변한다. 

벤치에 앉아서 잠사 쉬었다가 길을 나서면 호경암이 지척이다. 이른바 김신조 루트로 불리는 곳이다. 1968년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김신조 외 30명의 무장공비가 남한으로 침투하였다.
 
경찰과 김신조 일당이 교전을 벌였던 장소.
▲ 호경암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경찰과 김신조 일당이 교전을 벌였던 장소.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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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교전이 벌어져 28명이 사살되었고 김신조는 투항하여 이후 목사로 변신한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그가 "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수다"라는 말을 해, 국민을 경악케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정부는 북파 공작부대를 비밀리에 만들고 김일성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는다. 부대원들은 3년 넘는 군사훈련을 받으면서 인권을 유린당했고 이에 자신들의 억울함을 알리고자 부대를 탈출하여 서울로 향한다. 이 실화를 조명한 영화가 바로 <실미도>다.
 
경복궁을 비롯한 도심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 북악산 호경암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경복궁을 비롯한 도심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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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탄에 파여진 호경암을 빙 둘러서 내려가면 남마루와 서마루에서 서울 시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작은 데크 위에는 서너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벤치가 놓여 있다. 호경암에서 성북천 발원지까지는 내려가는 계단이 상당히 가파르다.

따라서 반대로 올라오는 산책은 추천하지 않는다. 지도를 보면 북악팔각정에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가 여기에서 시작한다. 삼청각 옆 숙정문 안내소에서 우측으로 조금만 가면 성북천 발원지이고 이 갈래길에서 위로 오르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악스카이웨이를 달려 팔각정으로 오르는데 이 루트를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군사독재시절 요정정치의 산실이었던 삼청각(현재는 문화공연장)에서 15분쯤 걸으면 길상사에 도착한다. 이 짧은 길에 10개국 대사관저가 자리하고 있어 대사관로라고 한다.
 
김영한(법명 길상화)이 법정 스님에게 기부하여 길상사가 되었다.
▲ 길상사 경내 김영한(법명 길상화)이 법정 스님에게 기부하여 길상사가 되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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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는 월북 시인 백석과의 로맨스로 유명한 김영한(법명 길상화) 소유의 요정으로서 과거에는 대원각이라고 불리웠었다. 백석과의 생이별, 후손이 없는 연유로 이 부지를 법정 스님에게 기부하면서 절을 짓게 해달라고 하여 지금의 길상사가 되었다. 

김영한은 평생 동안 백석을 그리워했다. 자신의 전 재산을 기증하면서 "내 돈 1000억은 그 사람의 시 한 줄만 못하다'라고 한 말은 지금도 회자되고는 한다. 무더운 한여름이 지나면 붉디붉은 꽃무릇이 경내에 활짝 피어나서 두 연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말해주고 있다.

꽃무릇의 꽃말이 참사랑이다. 수선화과에 속하는 식물로서 상사화 집안에 속한다. 길상사 근처에 한국가구박물관, 우리옛돌박물관, 간송미술관, 심우장 등이 있으니 둘러볼 만하다.
 
▲ 북악산이 숨겨 놓은 비경 북악하늘길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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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루트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각 코스별 랜드마크를 동영상으로 첨부한다.
북악하늘길(청학사→여래사→하늘전망대→호경암→남마루→서마루→삼청각→길상사).
북악산사길(청학사→여래사→전망대→용화사→대성사→홍법사→북악정→길상사).
북악스카이웨이연계길(청학사→여래사→하늘다리→숲속다리→전망대→정법사→길상사).

태그:#서울 산책, #북악산, #북악하늘길, #정릉, #단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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