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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미술관 내부. 무인카페로도 운영하고 있다. 못난이 캐릭터들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다. 실제 팔기도 한다. 그 값이 꽤 비싸다. 작가의 노고가 베어든 작품이다.
▲ 못난이 미술관 못난이 미술관 내부. 무인카페로도 운영하고 있다. 못난이 캐릭터들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다. 실제 팔기도 한다. 그 값이 꽤 비싸다. 작가의 노고가 베어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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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에 숨은 보석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 김판삼, 임영주, 박영도가 그들이다. 세 사람 모두 예술가다. 김판삼은 조각가이고, 임영주는 도예가 그리고 박영도는 서예가다. 셋 다 무안군 일로읍 언저리와 산 속에 미술관과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못난이 미술관 안에 전시돼 있는 '마르면 먼로'다. 결코 마르지 않는 먼로인데. 참 엉뚱하고 기발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이다.
▲ 못난이 미술관 못난이 미술관 안에 전시돼 있는 "마르면 먼로"다. 결코 마르지 않는 먼로인데. 참 엉뚱하고 기발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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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삼 조각가는 <못난이 미술관> 겸 무인카페를 마련했다. 5년 전에 완공했지만 지금도 공사중이다. 그는 하나같이 못생긴 캐릭터를 빚어낸다. 동, 대리석, FRP 재료로 뚱뚱한 모습에 찢어진 눈, 낮은 코에 곱슬머리 등.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는 캐릭터를 만든다. 왜일까? 감상하는 이들에게 자긍심을 갖도록 하려는 이유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은 단연코 마를린 먼로를 꼽는다. 하지만 그는 '마르면 먼로'라는 여성을 재탄생시켰다. 미국을 상징하는 것은 자유의 여신이다. 하지만 그는 배가 불룩하고 팔뚝이 굵은 '자유로운 여신'을 빚어냈다. 그렇듯 하나하나 의미가 담겨 있는 작품들이 가득하다.
 
못난이 미술관 바깥 공원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토로토의 모습도 보인다. 바깥 정원에서 쉼도 얻고 여유도 즐길 수 있지만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 못난이 미술관 못난이 미술관 바깥 공원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토로토의 모습도 보인다. 바깥 정원에서 쉼도 얻고 여유도 즐길 수 있지만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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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평 야외 공원은 지금도 공사중이다. 그 공원에도 여러 못난이 캐릭터들이 우뚝 서 있다. 거기에 연못도 그네도 쉼터도 있다. 그 곳곳이 작가의 아버지가 농사를 짓던 삶의 터전이다. 주일 오후 비가 추적추적 오고 있지만 가족끼리 조용하게 둘러보는 이들도 있다.
     
임영주 도예가는 <임영주 갤러리>와 도자공간 <빛살>을 운영한다. 3년 전에 홀로 지은 건물이다. 웃는 얼굴이 매력이다. 그는 무유 도자기를 빚어낸다. 말 그대로 유약을 바르지 않은 도자기다. 오래전 원시인들이 쓰던 그런 토기다.
 
임영주 갤러리 안에 있는 작품들이다. 무유 도자기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작품 하나 하나가 무척이나 값비싸다. 그만큼의 땀과 정열을 쏟아부은 작품이다.
▲ 임영주 갤러리 임영주 갤러리 안에 있는 작품들이다. 무유 도자기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작품 하나 하나가 무척이나 값비싸다. 그만큼의 땀과 정열을 쏟아부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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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럴까? 수구 표면이나 다관 표면이 오돌오돌하고 툭툭 터진 느낌도 든다. 순전히 흙과 불의 조화로 이뤄낸 결실이다. 도기를 빚을 때 흘린 땀이 담겨 있다. 개량식이지만 장작 가마를 고집하여 구워내는 이유가 그것이다.
 
임영주 갤러리 주인장 모습이다. 저 뒤쪽으로 개량식 장작 가마가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가마 모습이다.
▲ 임영주 갤러리 임영주 갤러리 주인장 모습이다. 저 뒤쪽으로 개량식 장작 가마가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가마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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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빚어낸 항아리가 참으로 오묘하다. <빛살> 바깥에 살포시 비가 내리고 있는데 그 비를 항아리가 머금는 듯하다. 비가 거친 다음날에는 새벽녘 맑게 갠 청명한 하늘과 신선한 바람까지도 담을 것이다.

장작 가마에서 구운 찻잔도 신비롭다. 표면은 거칠지만 독특한 멋을 지녔다. 이 찻잔에 차를 부어 마시면 그 자체의 향에 흠뻑 젖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 찻잔은 인생의 과욕을 조절케 하는 계영배(戒盈杯)와 같다. 저마다 값이 비싼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박영도 서예가는 <구슬나무집 미술관>을 운영한다. <임영주 갤러리>와 바로 맞닿아 있다. 3년 전에 이곳에 들어와 산 속에 터를 잡고 건축물을 올린 것이다. 다만 구슬나무는 그 자체로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살려놓았다.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는 이유다.
 
전각 작품 앞에 서 있는 박영도 전각서예가. 그의 눈은 감히 남다르다. 사물을 보는 눈이 독특하다. 그것이 서예와 전각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무안군 일로읍 시골에 파묻혀 작품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는 세계적인 작가다.
▲ 구슬나무집 미술관 전각 작품 앞에 서 있는 박영도 전각서예가. 그의 눈은 감히 남다르다. 사물을 보는 눈이 독특하다. 그것이 서예와 전각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무안군 일로읍 시골에 파묻혀 작품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는 세계적인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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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예가다. 다만 임서(臨書)를 넘어 창작에 힘을 쏟는다. 원광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예를 전공한 그는 일찍부터 탈 서예를 표방했다. 필묵을 뿌리거나, 으깨기도 하고, 먹물을 튀긴다. 상형문자의 기하학적 도형이다. 문자가 아닌 그 자체로 심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무위자연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서예의 캘리그라피다.
 
구슬나무집 미술관 안쪽에 전시돼 있는 박영도 작가의 작품이다. 이 안에 많지 않지만 그의 독특한 세계관을 담은 전각 서예품이 진열돼 있다.
▲ 구슬나무집 미술관 구슬나무집 미술관 안쪽에 전시돼 있는 박영도 작가의 작품이다. 이 안에 많지 않지만 그의 독특한 세계관을 담은 전각 서예품이 진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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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각에도 경지에 서 있다. 더욱이 그는 주백(朱白)만 다루지 않는다. 다양한 칼라를 한 화면에 등장시킨다. 때로 아교 성분을 섞고, 물감을 혼합하고, 흙을 바른다. 오직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서 교감하고자 하는 작업이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비가 보슬비로 바뀌었다. 오월의 장미는 빗물을 먹은 채 고개를 더 떨구고 있다. 보슬비를 머금은 구슬나무는 보랏빛 꽃을 피우려 더욱 바빠질 것이다. 숨 죽였던 개울가도 생명이 넘쳐 흐를 것이다. 그도, 아니 세 작가 모두도, 개울가 노란 꽃창포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곱게 드러내기에 바쁠 것이다. 

아쉬운 것이 있었다. <못난이 미술관>은 이정표가 도로에 큼지막하게 서 있지만, <임영주 갤러리>와 <구슬나무집 미술관>은 큼지막한 이정표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 부디 무안군에서 발빠르게 세워줬으면 좋겠다.

태그:#못난이 미술관, #무안군 일로읍 일대, #임영주 갤러리, #구슬나무집 미술관, #무안군에서 큼지막한 이정표를 세워주면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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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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