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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은 원래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있는 '교육권'의 준말이지만 사회적으로 교사의 권리라고 정의내려진 이후에는 '교권이 지켜져야 한다'는 돌림노래만 들린다. 2021년 스승의날을 맞아 연대체 '연대하는 교사잡것들'에서는 연속기고 '#교권이_아니다'를 통해 교권에 대한 논의를 펼쳐보고자 한다.[편집자말]
학생 청원글
 학생 청원글
ⓒ 조희연의 열린교육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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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제도가 생긴 이후 서울시교육청에도 학생들이 청원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이 만들어졌다. 최근에 올라온 청원 중 하나는 '학생의 용의복장 규제를 철폐해달라'는 것이다.

서울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지 10년이 다 돼가는 시점이지만, 여전히 학생의 용의복장을 규제하는 것이 교사의 임무인 양 여겨지는 인식이 현장에 남아있다. '완화'될 뿐, 없어지지 않는 규제는 아직도 그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인권 의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인 학교 현장을 보면서 마치 학생의 신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가 여전히 교권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관련 기사 : 용의 규제에 학생 아우성...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 http://omn.kr/1sxzt)

학교는 바뀌었나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은 이제 학생인권조례도 생기고, 교육청에서 공문도 보내는데 학교 현장이 바뀌지 않는 것은 교사들 탓이 아니냐며 반문할 지 모르겠다.  물론 교사 중 여전히 예전의 의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초중등교육법상 학칙은 여전히 학교장 재량 하에 있고, 학생인권조례 역시 이것을 의무적으로 강제할 수 없기에 결국 학교의 민주적 절차는 교장의 인권감각이라는 온도에 맞춰지게 된다.

특히 교육청이 강조하는 교사, 학생, 학부모 3자의 민주적인 절차라는 외피 속에 학생 개인의 신체적 권리가 합의 대상이 되고, 학생 대 교사, 학부모가 1:2인 상황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는 그 학교 교장이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인가에 대해 짐작하게 되고, 그 회의를 주관하는 간사인 교사는 그 온도에 맞춰 설문지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교장의 온도는 그 학교가 속해있는 옆 학교 교장의 온도와 맞추게 된다. 학부모로부터 '애들을 너무 풀어주는 것 아니냐'는 민원을 듣지 않기 위해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교육청은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할 재량을 줘야 하기 때문에 민주적으로 합의해서 개정하라고 공문을 내린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합의한 학칙에 대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에 그렇게 만든 교칙을 여전히 교문 지도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교사의 임무요,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교권은 이렇게 교사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어진 권리라는 것이다.

이런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말이 맞는 말(?)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현실은 어떠한가? 바쁜 등교 시간 발열체크만 하기에도 바쁜 등교 시간에 학생들이 교복을 입었나를 확인하기 위해 밀집해서 일렬로 세우기도 한다. 점심시간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섰을 때 사복을 입은 학생들을 색출하여 올려보내기도 한다.

학생들이 어떻게 옷을 입었는지 보기 위해서는 때때로 학생의 몸을 볼 수밖에 없고, 이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어도 학생들은 이것을 즉각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교사도 이러한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이런 관행은 지속된다. 그러다 이것이 문제가 되면 교사와 학생만을 문제 삼으며 그러한 관행은 뒤로 숨어버린다. 이것은 교사의 의무인가? 권리인가? 교사에게 힘이 되는가? 짐이 되는가?


코로나19, 학교의 '관행'

이러한 관행은 오프라인에서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을 구현한 교육이 정석으로 간주되면서 온라인에 접속하기 위한 단장 역시 '학생다움'의 영역에 스며들었다. 화면에 접속하는 것은 학교에 등교하는 것이니 교문지도를 하듯 어떤 학교는 스크린으로 상의라도(?) 교복을 입었는지 확인하며 출결을 체크한다. 그리고, 실제 공부를 하고 있든 딴짓을 하고 있든 화면은 무조건 켜두어야 한다.

검은 화면 속에서 교사 혼자 허공에 메아리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학생들은 카메라에 자신의 얼굴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수업을 하는 교사에 대한 예의라고 여겨지고 어렵게 실시간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의 교권이라고 지칭된다. 여기에는 교사가 열심히 준비한 좋은 수업이니까 최대한 많은 학생이 집중해서 듣도록 요구하는 것이 교사의 권리이기도 하고 의무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전제돼있다.

물론 이에 대해 상호간의 예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회 안에서의
예의는 요청되지, 강제되지 않는다. 요청은 수용될 수도 거절될 수도 있지만, 강제를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기에 이미 '예의'가 아닐 수도 있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 여부가 핵심이라면 채팅창이나 과제를 통해 수업에 따라오고 있는지 다른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실시간 일방향 수업에서 학생들은 화면을 켜서 예의를 지킬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정말 교사가 혼자 떠드는 상황과 학생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것인가? 사실 오프라인 수업에서 학생이 배움에 집중하지 못하면 교사가 부탁을 하든, 지시를 하든 수업에 함께 하도록 노력할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 상황에서 이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집중하기 어려울 때 어렵다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강의를 멈추고 질문을 받아야 할 상황인지 활동을 할 상황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의 만남에서 자신의 오프라인 상황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나의 솔직함에 대해 지적받지 않을 수 있는 '안전함'이 필요하다. 그런데 온라인 공간에서 얼굴을 내보이지 않는 것, 교복을 입지 않는 것조차 지적하거나 감시의 대상인 상황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사진으로 출석을 대체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최대한 숨는 방식으로 수업에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가 학생들의 약점을 잡아 불이익을 주고 겁박할 때 학생들은 자신의 필요를 다른 곳에서 채우거나 채워지지 않은 채로 그 필요는 결핍이 된다. 온라인 수업 이후 교육청은 교육 격차를 떠들지만, 그 격차는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필요를 드러낼 수 없는 상황에서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교육청은 정녕 모르는 걸까?

정말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무엇을 지원해야 할 것인지, 이를 지원하기 위해 교육과정과 평가는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지 학생들에게 묻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가 학생의 화면을 켜도록 강제하는 것이 교권이라고 주장하는 순간 현재 온라인 교육의 구조적 한계는 적응하지 못하는 교사와 학생의 개인적 문제로 치환된다.

교권보호센터라니요? 

규제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뒤로 쏙 빠진 교육청 지침 속 학생들의 옷차림새를 쳐다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우물쭈물할 권리, 솔직히 학생들이 어떤 상황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교복 입고 화면 켜라고 안키면 수행평가 감점이라고 할 권리가 과연 내 교육 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교권이 될 수 있을까?

교권 침해를 걱정해주는 척하며 학생들을 통제하라고 쥐어주는 척하는 교권은 교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면서 교사들은 그러한 결정에 대해 미리 현장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전문가로서 사전에 공문으로 받은 적이 없다.

대부분 교육부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해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전달받았다. 이런 과정에서 교사들은 어떤 지침에 대해 궁금해할 때 '네이버 공문 안왔어?'라는 자조섞인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한다. '네이버 공문'이라는 우스개에도 알 수 있듯이 교사를 패싱하는 정책을 남발하면서도 교권 침해를 걱정해주는 척 하는 교육부에 교권보호센터를 설치하라는 식의 방식으로 교권을 보호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쥐가 고양이에게 보호해달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배움을 만들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정책과 방향을 생산하고 이를 전체 교육의 변화로 추동하기 위해 정치에 참여할 권리는 모르쇠하며 학생을 통제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교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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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교권, #교사, #스승의 날, #교사 잡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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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하지도 지배당하지 않으면서 연대하며 살아가는 교사 잡것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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