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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작년 3월 이후 병원에 간 일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지난달, 몇 번을 미루고 미루다 겨우 안과에 다녀왔다. 눈이 불편하지만 않았다면 안과 방문은 더 훗날로 미뤄졌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미루고 있는 정기 검진은 하나둘이 아니다.

며칠 전, 두 차례나 미뤄 온 건강검진을 받기로 결심했다. 안과 검진과 달리 종합병원에 예약을 잡아놔서 걱정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예약을 취소할까?',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니 9월 이후로 검진 날짜를 옮길까?'... 날마다 이리 재고 저리 재며 고민을 하다 더는 미룰 수 없을 것 같아 결단을 내리게 됐다. 
 
병원에서 체온 체크 후 출입증을 발급받았다.
 병원에서 체온 체크 후 출입증을 발급받았다.
ⓒ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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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병원에 도착해 보니, 본관 건물 입구에 사람들이 길게 열을 지어 있는 게 보인다. 이제껏 본 적 없던 풍경이다.

외래 환자는 안전 요원들에게 병원 방문 목적을 말하고 체온 측정 후 출입증을 발급받고 있었다. 1인으로 제한된 환자 보호자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명부 작성 후에 체온 측정을 마치면 출입증을 받을 수 있었다. 모든 병동은 출입구 한 곳만 개방해 놓은 상태였다. 병동을 이동하거나 잠시 외출을 한 후에는 출입증을 제시해야만 다시 긴 줄에 합류하지 않고 출입을 할 수 있었다.

마스크 2장을 겹쳐 쓰고 면장갑을 끼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 많은 실내에 들어갈 때는 남들이 유난을 떤다고 쑤군댈 만큼 개인 방역에 신경을 쓰는 게 버릇이 되었다. 접수창구 앞에 놓였던 그 많던 대기 좌석도 대폭 없애서 1층 로비 전체가 휑뎅그렁했다. 그나마 있는 의자에는 한 칸씩 띄어 앉도록 거리두기 안내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 있다. 

채혈실 안에도 사람은 몇 없어서 대기라고 할 것도 없이 금방 차례가 돌아왔다. 병원에 오면 늘 기다리는 게 일이었는데...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예정된 시간에 모든 검진이 끝났다. 이 또한 종합병원 검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검진을 마치고 나왔더니 병원 입구에는 아침보다 더 긴 줄이 만들어져 있다. 그 옆을 지나오는데, 할머님 두 분 대화가 귀에 들어온다.

"줄이 왜 이렇게 길다냐?"
"그러게 말여. 의사 선생님들이 환자를 빨랑빨랑 고쳐서 내보내야 줄이 줄지..."


할머님들도 아실 거다. 긴 줄이 만들어진 게 의사 선생님 탓이 아니란 걸.
 
3월 중순에 75세 이상자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안내서를 받고, 예방 접종 동의서를 제출했는데 아직 1차 접종도 못 하고 있다.
 3월 중순에 75세 이상자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안내서를 받고, 예방 접종 동의서를 제출했는데 아직 1차 접종도 못 하고 있다.
ⓒ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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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다녀와서 뉴스를 들으니 이날 양성 판정을 받은 신규 확진자 수가 700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연일 700명 대의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주점, 학교, 군부대 등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다는 소식을 듣자 병원에 괜히 갔다 왔다는 후회와 함께 '큰일은 없겠지?' 걱정이 앞섰다.

한편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고, 스타벅스나 디즈니랜드에서도 마스크를 벗도록 허용한단다. 우리 정부도 6월 말까지 1200만 명에게 1차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며, 교육부는 오는 9월 2일부터 초· 중· 고등학교 전면 등교를 추진할 예정이라는 기사도 보였다. 마스크 쓰지 않는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머지않아 보이는 희망적인 발표였다. 그런데 왜 마음 한편의 불안감은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걸까?

지난 3월 중순, 백신을 안 맞겠다는 어머니를 간신히 설득해서 동주민센터에 백신 접종 동의서를 제출했다. 접종 개시는 4~6월이라고 적혔고, 백신 수급에 따라 일정은 조정될 수 있다는 안내도 받았다. 그런데 두 달 넘게 기다려도 접종하라는 통지서나 문자가 오질 않았다. 주변에서 1차 접종을 마치고 2차 접종 일정 통지문까지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자 동주민센터에 문의 전화를 넣지 않을 수 없었다. 

"읍· 면· 동 순으로 접종 중이라 동 주민은 5월 중순쯤에 맞게 되실 거예요."

동주민센터 직원은 이렇게 답변한다. 그런데 5월 말을 바라보는 오늘까지도 접종 일정 통지는 감감무소식이다. 그 와중에 며칠 전, 대전에서 2차 접종을 마친 지 일주일이 지난 80대 어르신의 사망 소식이 있었다. 그는 당뇨 등 지병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아직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또, 병원 검진을 다녀온 날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즈에서 백신 접종을 한 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17일에는 추가 확진자가 6명이 더 나와 총 9명이라는 기사가 떴다. 뉴욕 양키즈 선수단 내 접종률은 85%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심스러운 정부 발표처럼 오는 9월에는 모든 국민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수급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백신 접종이 만능열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년 넘게 불안감을 안고 불편한 일상을 감내해 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공든 탑을 무너뜨리느니 참는 김에 조금 더 인내하는 편이 낫다 싶다. 아직은 개인 방역수칙 엄수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태그:#코로나19,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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