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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돌봄 이슈가 사건과 사고와 얽혀 주목 받고 있다. 안타까운 아동학대 사건이 연일 끊이지 않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 돌봄은 뒷전으로 밀리거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 부모 혹은 맞벌이 부모가 아동 돌봄을 도맡으면서 빚어지는 크고 작은 어려움도 많다.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를 만나 아동 돌봄의 현재를 짚어보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기자말]
이번 글에서는 장애통합어린이집 박현주 원장을 만나 아동 돌봄에 관한 이야기를 간추려 전한다. 박 원장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정인이 사건'을 두고 "우리나라는 부모를 부모답게 만드는 기본교육을 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라며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인터뷰 중인 장애통합어린이집 박현주 원장의 모습
 인터뷰 중인 장애통합어린이집 박현주 원장의 모습
ⓒ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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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업 구조 마련

박현주 원장은 현재 장애통합어린이집과 부모 협동조합을 함께 운영 중이다. 장애 아동의 경우 협동조합을 통해 초등 방과후 돌봄까지 지원하고 있다.

박현주 원장에 따르면 장애 아동은 별도 기관에서 치료와 돌봄을 병행할 때가 잦은데, 이를 고려한 협업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

특히 초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성장 과정에 관한 정보 교류 등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장애물이 많다. 장애 아동에 관한 정보 제공의 의무나 협업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장애 아동의 성장에 따른 원활한 돌봄을 연계하려면 긴밀한 정보 교류와 협업이 요구되고 있다.

또 어린이집도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공립·민간·가정형 등 운영 절차와 방법, 예산이 각각 다른 만큼 어린이집협의회 내 소통도 쉽지 않다. 동일한 미취학 아동 대상으로 돌봄을 수행하는 유치원과의 관계 형성도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지역사회의 돌봄 생태계 구축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익 과점 위주의 접근이 아닌 지역사회 내 통합 돌봄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애아동 뿐 아니라 일반 아동에 대해서도 각 돌봄 기관 담당자 간 원활한 협업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실무 교류가 원활하지 않을 때 정책 및 제도로 보완돼야 한다.

구분이 아닌 '다름' …자기 존중에 기반한 배려

박 원장은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무조건 장애 아동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의 기질에 따라 다양한 특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애의 구분이 아닌 개인의 특성에 기인한다. 억지로 장애 아동과 친해지고 배려하는 게 아니라 나에 대한 존중이 있을 때 다른 아이를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구성원이 장애 아동을 바라보는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박 원장은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면서 '다름'에 관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였을 때, 비로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장애에 관한 편견과 불안 요소를 덜어낼 수 있을 거라고 강조한다.

대한민국 아이들은 공평하게 크고 있지 않다

구체적으로 장애 아동 돌봄을 들여다보면 장애 아동이 갈 곳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의무교육, 무상보육 등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

장애 영·유아 경우 의무교육을 통해 기본권을 보장을 받아야 하지만, 사실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아지원센터, 조기교육실의 부재, 자리가 없는 유치원의 현실에서 장애 아동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찾기란 무척 어렵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기본적으로 장애 아동도 돌봄 기관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유아 특수교육을 위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고, 다닐 수 있는 곳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더불어 장애 아동 가정에 함께 사는 다른 아동을 위한 세밀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가족의 모든 자원이 한 명(장애 아동)에게 집중되며 발생하는 아동이 소외 당하는 문제를 가정 내 환기하고, 상담을 제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아가 장애로 아동을 구분 짓지 않고 모든 아동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생활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마주칠 수 있어야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자랄 수 있다.

지역사회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마을 돌봄으로

아이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경험이 이뤄져야 한다. 아이들은 안전을 담보하는 지역사회에서 성장하고, 긍정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겪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특정 기관에서만 한정적으로 경험한다면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에 쉽사리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즉, 지역 사회와의 교류를 확장하면서 마을 돌봄의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어른들을 만나고, 어른들은 '누구네 집' 아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긴밀한 지역 사회의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은 아동뿐 아니라 지역에서 살아가는 구성원에게도 '함께 돌봄', '마을 돌봄'을 위해 필요한 경험이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도 한 살이면, 부모도 한 살

대부분의 아동 학대는 '부모에 의한 학대'입니다. 아동 양육에 관해 잘 몰라서 받는 스트레스가 학대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를 뒤집어보면 한국 사회에서는 육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를 '나쁜 부모'라고 낙인을 찍기 때문이다.

부모의 역할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마다 처지가 다른 상황에서 온전히 부모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 어려움에 직면한 부모와 지역사회와 만나는 접점을 찾아 부족함을 덜어낼 수 있어야 한다.

부모의 상황에 따른 아동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 장애가 있는 부모든, 한 부모든, 다문화 부모든 태어난 아이를 가정에서 잘 키울 수 있도록 여러 자원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모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돌봄 기관은 어린이집이다. 어린이집에서는 적어도 3년 내외로 부모와의 관계를 지속하면서 부모를 대면할 수 있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와 자원을 연계해 부모를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부모가 육아하면서 겪는 답답함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번지지 않도록 '부모 되어감'의 과정을 감추지 말아야 한다.

※ 장애통합어린이집마다 프로그램 및 운영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에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아동돌봄, #복지사각지대, #장애통합어린이집, #사례발굴,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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