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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도시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하나쯤은 있다. 광명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우선 광명의 도시 이미지를 정립하게 만들어준 고속철도 광명역도 생각날 것 같고, 수도권의 최대 시장인 광명종합시장도 결코 그냥 넘어갈 순 없다.

하지만 광명을 여행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 중 10명당 8, 9명은 아마 이 장소에 오기 위해서 방문하지 않을까 싶다. 바로 광명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은 광명동굴이다. 가학산 중턱에 자리 잡은 광명동굴은 광물을 캐던 광산으로 사용하다가 잠시 새우젓을 보관하는 창고를 거쳐 폐광으로 한동안 방치되었다.

그러다가 2011년 광명시에서 동굴과 부지를 사 들였고, 이 동굴 일대를 관광지로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광명동굴은 물론 평범했던 광명시의 도시 이미지도 새롭게 변모했다. 

매년마다 동굴에 새로운 시설을 추가하고, 개방구역을 확대하면서 그 부지를 활용한 새로운 테마구역을 만들며 사람들의 이목과 관심을 끌게 했다. 최근에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되면서 점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고, 급기야 광명동굴의 외곽까지 주차장을 지어 확장하게 되었다.

광명동굴로 가기 위해서는 소하동에서 광명역이 있는 일직동 일대를 거쳐가야 한다. 광명역을 중심으로 광명에서 보지 못했던 수많은 고층빌딩과 오피스텔이 몰려있는 광경을 목격한다. 고속철도로 인하여 광명에는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광명역과 더불어 광명역세권 개발사업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었고, 급기야 2012년 당시 한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코스트코와 최초로 이케아까지 연이어 문을 열었다. 그 일련의 사건들은 광명의 위상을 새롭게 재고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광명의 경관을 보고 있었는데 한 표지판이 나의 눈앞에 무심코 지나간다. 임진왜란의 또 다른 영웅 무의공 이순신의 묘가 광명시 일직동의 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충무공 이순신의 밑에서 임진왜란의 주요 전장 마다 활약을 했었던 무의공 이순신의 묘가 광명역에서 머지 않은 거리에 있다.
▲ 무의공 이순신의 묘 전경 충무공 이순신의 밑에서 임진왜란의 주요 전장 마다 활약을 했었던 무의공 이순신의 묘가 광명역에서 머지 않은 거리에 있다.
ⓒ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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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에서 머지않은 거리에서 서독산 자락을 올라간다. 산길을 걸어 올라간다고 해서 처음에는 힘든 등산이 되지 않을까 치기 어린 걱정도 했었지만 그를 만나러 가는 산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200미터를 걸어 올라가니 그분의 묘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전에 무의공 이순신에 대해 잠깐 언급을 하고 지나가자면 우선 우리가 알고 있는 충무공 이순신과 동명이인이지만 본관이 전주로 다르다고 한다. 그렇지만 충무공 이순신의 휘하에서 많은 전공을 세웠다. 특히 옥포해전, 합포 해전 등 수많은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충무공이 특별히 아끼는 마음으로 선조에게 직접 장계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방답첨사 이순신(무의공)은 적과 싸울 때 언제나 선두에서 공을 세웠으나 적을 죽이고 적의 배를 침몰시키는 데에만 힘쓰고 머리를 베는 일은 힘쓰지 않아 공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계의 내용을 통해 무의공의 활약을 알 수 있음은 물론 충무공이 얼마나 무의공을 아꼈는지 엿볼 수 있다. 특히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에서 충무공이 전사하고, 지휘의 빈자리를 무의공 이순신 장군이 대신 맡아서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충무공 못지않게 무의공 이순신에 대해서도 우리가 주목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무의공 이순신의 묘는 화려하지도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찾지도 않아 다소 쓸쓸해 보였다. 그래도 무덤가에 꽃다발이 놓아져 있는 것을 보면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조금은 있는지도 모르겠다. 광명이 낳은 또 다른 위대한 인물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다시 광명동굴로 가던 길을 재촉한다. 가학산 방면으로 방향을 틀면 산을 깎아지른 듯한 협곡이 나오고 건너편에는 흡사 공장의 굴뚝같은 거대한 건물이 눈앞에 우뚝 서 있었다. 바로 광명시 자원회수시설이라 불리는 장소다.

다소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광명동굴과 관련 깊은 시설이라 할 수 있다. 광명동굴이 폐광된 이후 비가 내릴 때마다 광산에서 이물질이 흘려 내려와 토양이 오염되면서 농작물 재배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1999년 지금의 자리에 벽을 쌓고 이물질이 나오는 곳을 봉쇄한 후 토양오염방지시설을 설치 후 복원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내부는 볼거리가 딱히 많은 건 아니지만 광명동굴과 연계한 환경교육의 장으로 한 번쯤 둘러볼 만하다. 

광명동굴의 입구는 산 중턱에 있기에 산길을 조금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가는 길은 다소 만만치 않았지만 말로만 듣던 광명동굴의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하는 기대감이 있었기에 금방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동굴 말고도 라스코 전시관을 활용한 보물탐험, 카페 등 각종 부대시설이 풍부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둘러볼 수 있는 체류형 관광지를 꿈꾸는 듯했다. 동굴 내부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마치 개미굴에 온 것처럼 끊임없는 갈래길이 가지처럼 뻗어 있었다. 그래도 일방통행길을 만들고, 갈림길마다 수많은 안내요원을 배치하여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광명동굴의 내부는 생각보다 복잡한 개미굴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안내요원들이 갈림길 마다 배치되었고, 일방통행길로 유도를 잘하게 구성되어 광명동굴의 주요명소를 빠짐없이 둘러볼 수 있다.
▲ 광명동굴의 입구 윔홀광장 광명동굴의 내부는 생각보다 복잡한 개미굴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안내요원들이 갈림길 마다 배치되었고, 일방통행길로 유도를 잘하게 구성되어 광명동굴의 주요명소를 빠짐없이 둘러볼 수 있다.
ⓒ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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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내부는 형형색색의 조명을 달아놓아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었고, 종유석이나 석순 같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없어도 다양한 볼거리와 스토리텔링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웜홀 광장을 지나 빛의 공간으로 들어오면 LED조명과 뉴미디어 기법을 이용한 각종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빛의 아름다움은 더욱 빛이 난다. 그런 광경을 넋을 잃고 길을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공간이 나타난다. 바로 동굴 예술의 전당이라 불리는 장소로 종종 여기서 각종 음악공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예전 광부들이 작업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광명동굴은 자연동굴은 아니지만 빛을 활용한 다양한 조명기구로 인해 화려한 동굴의 내부의 모습을 연출한다.
▲ 광명동굴을 수놓는 빚의공간 광명동굴은 자연동굴은 아니지만 빛을 활용한 다양한 조명기구로 인해 화려한 동굴의 내부의 모습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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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른 길을 찾아서 계속 나아가 본다. 이번 공간의 주제는 바로 황금이다. 한때 여기서 황금을 채취했던 장소에서 황금으로 가득한 동굴을 거닐어 보니 마음만은 부자가 된 것 같다. 특히 지하 암반수가 폭포가 되어 낙하하는 황금 폭포는 동굴 속 웅장함에 걸맞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라 할 만하다. 

이번에는 동굴에서 지하로 향해 가파른 계단을 끊임없이 내려간다. 그 장소에는 광명동굴만의 캐릭터인 동굴 요정 아이샤가 만들어낸 황금의 방에서 엄청난 규모의 보물과 번쩍이는 것들을 보며 잠시나마 행복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이 공간에는 그밖에도 공포체험관은 물론 <반지의 제왕>을 만든 뉴질랜드의 웨타 워크숍이 제작한 거대한 용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으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동굴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지하 호수도 눈에 담아본다. 내려온 만큼이나 다시 힘겹게 급격한 계단길을 다시 올라가야만 한다.

광명동굴을 잠깐 한두 시간이면 얼추 다 보겠지 하는 생각을 절대로 하면 안 될 만큼 규모는 물론 볼거리도 풍성하다. 다음으로 일제강점기 징용과 수탈의 역사 현상을 실감 나게 보여주는 근대역사관을 보고 나서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와인동굴로 이동한다. 
 
광명동굴의 동굴내부는 다양한 볼 거리가 있지만 자연적으로 물이 새면서 형성된 지하호수의 경관은 정말 황홀하기 그지없다.
▲ 광명동굴의 지하호수 광명동굴의 동굴내부는 다양한 볼 거리가 있지만 자연적으로 물이 새면서 형성된 지하호수의 경관은 정말 황홀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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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12도인 동굴 내부에는 길이 194미터의 와인동굴이 있는데 대한민국의 모든 와인을 모아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역별로 다양한 와인을 보관하고 있었다.

와인 한 방울 나지 않는 광명은 와인동굴을 통해 국내 와인의 메카가 되었다. 광명 여행을 하면서 나 자신이 그동안 광명에 대한 선입관을 깰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게 분명하다. 겉으로는 별거 없어 보이는 도시라도 애정을 가지고 하나씩 살펴보면 같은 장소라도 새롭게 보일 것이다.
 
광명동굴의 와인터널 구간은 광명동굴을 넘어 광명을 와인의 메카로 만드는데 크게 일조했다.
▲ 광명동굴의 와인구역 광명동굴의 와인터널 구간은 광명동굴을 넘어 광명을 와인의 메카로 만드는데 크게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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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일주일 후 작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ugzm87와 블로그 https://wonmin87.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강연, 취재, 출판 등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ugzm@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글을 쓴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시면 탁피디의 여행수다 또는 캡틴플레닛과 세계여행 팟캐스트에서도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별곡 시리즈는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general_list.aspx?SRS_CD=0000013244에서 연재됩니다.


태그:#경기도, #경기도 여행, #광명, #광명여행,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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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 경기별곡2편>, 경기별곡 3편 저자. kbs, mbc, ebs 등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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