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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마리에기념관성당과 레지오마리에기념관 앞쪽에 우뚝 서 있는 메모리얼타워다. 목포시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성상이다.
▲ 가톨릭목포성지 레지오마리에기념관성당과 레지오마리에기념관 앞쪽에 우뚝 서 있는 메모리얼타워다. 목포시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성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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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최초의 가톨릭은 목포에서 출발했다. 병인박해를 피해 호남 각지에서 몰려든 이들이 목포 땅에 신앙공동체를 형성한 것이다. 1897년 5월 8일 광주대교구의 첫 본당 성당인 산정동 성당도 그래서 세운 것이었다.
 
레지오마리에기념관성당 모습이다. 웅장한 모습의 성당 입구 문이다.
▲ 가톨릭목포성지 레지오마리에기념관성당 모습이다. 웅장한 모습의 성당 입구 문이다.
ⓒ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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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은 한국 가톨릭교회에 더욱 뜻깊은 해였다. '한국 레지오 마리애'(Legio  Mariae)가 결성된 것이다. 그해 5월 31일 하롤드 헨리(Harold Henry) 주교와 토마스 모란 신부가 첫 주회를 시작하면서 한국 레지오 마리애가 태동된 것이었다.
 
'레지오마리애기념관 성당'과 '레지오마리애 기념관' 모습. 카메라 렌즈가 작아 전체 건물을 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웅장하고 거대하다.
▲ 가톨릭목포성지 "레지오마리애기념관 성당"과 "레지오마리애 기념관" 모습. 카메라 렌즈가 작아 전체 건물을 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웅장하고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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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동 성당이야 호남 천주교인들의 모임 장소라 쉽게 이해가 간다. 그런데 '레지오 마리애'는 무엇인가? '마리아의 군단(The Legion of Mary)'이란 뜻의 '레지오 마리애'는 1921년 9월 7일 프랭크 더프에 의해 창시된 가톨릭교회 평신도 단체다. 본부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두고 있다.
 
역사박물관 전경. 이곳이 광주교구 최초의 교구청으로 사용된 건물이다. 또한 콜롬반 외방선교수녀회, 성신간호전문대학,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사용한 곳이다.
▲ 가톨릭목포성지 역사박물관 전경. 이곳이 광주교구 최초의 교구청으로 사용된 건물이다. 또한 콜롬반 외방선교수녀회, 성신간호전문대학,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사용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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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6·25 한국전쟁 직후 호남 지역에 흩어진 전쟁 부상자와 행려자들을 치료하고 돌본 단체였다. 성경의 말씀처럼 그 당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고통당한 이들을 껴안고 품었던 것이다.
 
역사박물관. 천주교 광주대교구 발전사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 가톨릭목포성지 역사박물관. 천주교 광주대교구 발전사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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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그 역사적인 '가톨릭목포성지'를 돌아봤다. 여기에는 레지오마리에기념관 성당, 레지오마리에기념관, 미카엘기념대성당, 그리고 성직자 동이 있다. 2010년 3월부터 옛 골롬반병원 부지에 착공한 성지 조성사업이 10년에 걸쳐 완성된 것이다. 이를 위해 국·도·시비 221억 원과 천주교비 241억 원을 들였다고 한다. 볼수록 거대하고 웅장하다.
 
역사박물관. 1953년 5월 31일 ‘한국 레지오 마리애’가 결성됐다. 하롤드 헨리(Harold Henry) 주교와 토마스 모란 신부가 한국인 천주교인들을 불러 모아 첫 주회를 연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 가톨릭목포성지 역사박물관. 1953년 5월 31일 ‘한국 레지오 마리애’가 결성됐다. 하롤드 헨리(Harold Henry) 주교와 토마스 모란 신부가 한국인 천주교인들을 불러 모아 첫 주회를 연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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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성당만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미사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2017년에 완공했다는 지하 1층 지상 4층의 한국레지오마리애기념관은 닫혀 있었다.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었다. 전국의 35만 명 레지오 마리애 단원의 교육과 피정을 위한 장소 공간이라는 설명만 붙어 있을 뿐이었다. 
 
역사박물관. 그 안에 있는 김시몬 신부가 쓴 '목포의 천주교 역사'다.
▲ 가톨릭목포성지 역사박물관. 그 안에 있는 김시몬 신부가 쓴 "목포의 천주교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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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그 아랫길로 천천히 내려갔다. 그랬더니 오래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역사박물관'이었다. 1937년에 건축된 건물 원형을 문화재청에서 지원하여 2016년에 복원하고 보수해서 새롭게 거듭난 것이었다. 
 
역사박물관에 있는 자료다. 그 유명한 '천주실의'다.
▲ 가톨릭목포성지 역사박물관에 있는 자료다. 그 유명한 "천주실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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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안내하는 분이 있어서 들어갈 수 있었다. 총 3층으로 된 건물이었다. 1층은 시청각실과 광주대교구 역사 관련 유물 전시장을 마련해 놓았고, 2층은 한국 레지오 마리애 역사 유물 전시장, 3층은 교구설립 초기 사제관을 재현한 공간과 평소 기획전시실로 활용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꾸며놓았다.
 
한국레지오마리애기념관 앞 뜰에 세워놓은 조형물. 예수님을 붙드는 모습이다.
▲ 가톨릭목포성지 한국레지오마리애기념관 앞 뜰에 세워놓은 조형물. 예수님을 붙드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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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서야 뭔가 알 수 있었다. 한국 레지오 마리애의 출발이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것. 이 건물이 광주교구 최초의 교구청으로 사용되었고, 콜롬반 외방선교수녀회, 성신간호전문대학,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사용한 곳이었다.
 
한국레지오마리애기념관. 그 앞뜰에 세워 놓은 조형물이다.
▲ 가톨릭목포성지 한국레지오마리애기념관. 그 앞뜰에 세워 놓은 조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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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는 카톨릭목포성지가 천주교 성지순례의 메카가 될 것을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전국의 600만 천주교 신자를 비롯해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역사박물관. 한국 레지오 마리애 주회 회의록이다.
▲ 가톨릭목포성지 역사박물관. 한국 레지오 마리애 주회 회의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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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웅장하고 거대한 건물들을 보면서 나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병인박해를 피해 신앙공동체를 형성한 그 처음 마음과 뜻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 레지오 마리애의 출발점이 전쟁 부상자와 행려자들을 돌보고 품는 것이었는데 그 뜻이 퇴색된 것은 아닌지!
 
역사박물관에서 메모리얼타워로 올라가는 계단의 벽면 조형물. 주님께서 낮은 곳으로 오셨다는 것을 형상화한 부조물이다.
▲ 가톨릭목포성지 역사박물관에서 메모리얼타워로 올라가는 계단의 벽면 조형물. 주님께서 낮은 곳으로 오셨다는 것을 형상화한 부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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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중요한 조직과 단체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중심부에서 변방으로 뻗어 나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변방에서부터 중심부로 확장된 것이었다.

그런 뜻에서 가톨릭목포성지가 처음 마음을 회복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성당과 기념관의 외형만 자랑한 채 관광객만 끌어모으는 데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곳 기념관도 한국 레지오 마리애 단원만을 위한 공간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가톨릭목포성지는 그 옛날 성콜롬반 병원 자리 터다. 그 시절의 뜻을 받들어 이곳 성지가 호남사람들을 섬기는 참된 성지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생각은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목포역에서도 그리 멀지 않으니 한 번쯤 둘러보면 좋겠다. 

태그:#목포가톨릭목포성지, #한국 최초의 ‘레지오 마리애’ 역사박물관, #1955년 하롤드 헨리 주교, #콜롬반 병원, #마리아의 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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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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