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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유행이 1년을 넘어가면서 말 많던 비대면 체계도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음식점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열 감지기를 통과하고, QR코드를 이용해 쉽게 방명록을 제출한다.

작년 잦은 오류로 혼란을 빚었던 학교의 온라인 강의 시스템도 개선을 거듭하여 눈에 띄는 불편함은 줄어들었다. 불편함 속에서도 방역 방침에 적응하고 부족한 부분을 고쳐나가며 각자의 삶을 살아나가고 있다.

대학에서의 첫 학기를 캠퍼스에서 보내지 못하고, 멀리 떨어진 전북 집에서 비대면으로 보내고 있지만, 생각보다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대면 활동에 대해 아쉬움이 크기는 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교육의 질과 접근법 등, 여러 방면에서 심각하게 뒤처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시를 하는 동안 경험했던 온라인 수업도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때때로 이런 방식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낮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초등학생 동생은 요즘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 동생은 요즘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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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수학이 너무 어려워 못 풀겠어."
"이거 선행학습 하는 거야?"
"아니야, 그런데 선생님이 안 알려 주셨어."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12살 동생의 숙제를 도와주다 있었던 일이다. 동생은 자기 학년 수준에 맞는 수학 문제를 어려워하다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온라인 수업을 반복하다 보니 수업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이 동생의 의견이었다. 내가 어린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은 작년부터 집에서 꾸준히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었다. 왜 여전히 이를 어려워하는지, 의문이 생긴 나는 동생과 함께 온라인 수업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전국의 초중고생들은 교육부 제작, 17개 시도 통합 초중등학교 온라인 학습 서비스인 'e학습터'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 동생의 경우, 하루에 수업 영상은 12개가량 업로드 된다. 가장 짧은 영상은 5분, 가장 긴 영상은 20분 남짓이다. 수업의 콘텐츠는 선생님이 직접 녹음하여 제작한 것과 타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이 섞여 있었다. 실시간 수업은 하루에 10분에서 20분가량 진행되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전부 녹화 영상뿐이다.

심지어 가장 오래 등교하지 못했던 작년 2020년에는 zoom을 이용한 실시간 수업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경기도교육청이 지난 1월 교원 1만 69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에 따르면, 2020년 1학기 초중고 온라인 수업 형태 중 실시간 쌍방향으로 이뤄진 건 9.7%에 그쳤다). 

알아서 잘 듣고 있겠거니, 생각하며 동생의 수업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동생이 수업을 들으러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건 3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콘텐츠의 빈약함을 제쳐두고 e학습터를 둘러보며 느낀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였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 물어보고, 선생님이 질문을 던지며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수업이 사라졌다. 특히 문제 풀이에 대한 교사의 피드백이 부족해 보였다. 유독 수학 과목에서 뒤처짐이 크게 나타나는 건 이 부분과 관련 있는 듯했다. 
 
현재는 업데이트를 통해 시정됐지만, e학습터에서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진도율 오류였다.
 현재는 업데이트를 통해 시정됐지만, e학습터에서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진도율 오류였다.
ⓒ e학습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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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로 e학습터만의 문제도 있다. 이 상황에 마주한 초등교사들도 출결 관리 등 학급관리 기능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내 동생의 사례에서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진도율 오류였다. 강의에 외부 URL을 첨부한 경우 클릭하기만 해도 진도율이 100%로 채워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주제별 강의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각각의 강의를 초반 30초가량만 듣더라도 진도율이 70%로 나타나는 등의 오류도 있었다. 다만, 이같은 오류는 2021년 상반기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상당 부분 해결된 듯하다.

하지만 검색창에 'e학습터'를 검색하기만 해도 'e학습터 꼼수' , 'e학습터 스킵' , 'e학습터 버그' 등의 연관검색어가 뜨는 걸 보면, e학습터의 비대면 교육 시스템이 안정적이라고 보긴 어려운 듯하다. 

지난해 학기 초부터 바로 온라인 클래스와 zoom 실시간 강의를 도입하여 시간표에 맞춰 수업을 진행했던 고등학교 시절과 비교하면 초등학교의 코로나 시대 교육 기술 대응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비교적 학업에 대한 관심이 큰 고등학교, 등록금과 교육의 질 문제가 첨예하게 다뤄지는 대학과는 달리 비교적 보호자의 관심이 적은 초등학교이기 때문에 관리가 더욱 제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학교 소속 선생님의 재량에 맡기는 초등 교육이 계속된다면, 학교의 상황이나 보호자들의 관심에 따라 교육열이 높은 지역과 아닌 지역 간의 기초 학습능력 격차가 점점 크게 벌어질 것이다.

어른들이 포기해야 할 것, 아이들이 포기해야만 한 것

최근 SNS에서 이러한 글을 보았다.

어른들이 포기해야 할 것 : 스키장, 헬스장, 목욕탕, 술자리, 각종 파티, 종교 집회
아이들이 포기해야만 한 것 : 운동회, 학예회, 놀이터, 수학여행, 현장체험학습, 반 친구의 얼굴


이 글을 읽자마자 '이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며 카페 등지에서 친구를 만나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이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작년, 고등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이 격주 등교를 하여 집에서 입시 준비를 하는 내내 동생의 밥을 챙겨야 했다. 동생은 전혀 학교에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든 생각은 교육기관이 부재하여 생길 보호자들의 고충, 혹은 의료 종사자나 자영업 종사자 등에 대한 걱정, 수능을 끝내고도 여행이나 술자리 없이 방학을 보내야만 하는 자신에 대한 연민뿐이었다. 바로 옆에서 친구들과의 교류 없이 집에 갇혀 하루를 보내고 있는 동생은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신경 쓰지 않았던 동생의 교육 상황에 관심을 가지니 아이들이 마주한 어려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술의 발전은 코로나 대유행 시대에서도 비대면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기술이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아이들의 정서 발달과 사회성 교육 문제이다.

올해 동생은 일주일에 두 번 등교를 한다. 그런데 학기 초에 팔 부상으로 이틀 출석을 하지 못했더니 이 주 후에도 반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전혀 모른다며 속상해 하던 동생의 모습이 떠올랐다.

학교라는 장소는 교육을 받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사회생활의 축소판인 배움터이자 돌봄의 장이고, 누군가에게는 신변이 안전한 장소인 쉼터가 되기도 한다. 사회 전체적인 불경기와 침체에 더불어 아이들이 집에 머물다 보니 증가하는 가정폭력에 대한 우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1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여 입 모양이 가려지다 보니 언어습득에 어려움을 느끼는 영유아들의 이야기도 화제가 되었다. '마스크를 착용한다'라는 행동을 '밖에 나간다'와 동일하게 여긴다는 아이를 둔 부모의 일화도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전 세계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는 쉽게 묻히기 마련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기술과 시스템의 개선으로 조금이라도 안정을 얻었다면, 그것이 아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한 번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더 이상 아이들이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보다 행복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코로나 시대의 바람직한 어른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태그:#코로나, #교육, #비대면,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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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이야기를 다루는 대학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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