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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역할 부재와 치매성 우울에서 오는 노인우울 인구가 많다. 65세 노인 인구 중 추정 치매 환자 수는 전년도 대비 10% 이상이 증가하였으며(중앙치매센터, 2019), 노인우울증은 21.1%가 우울증이 있다고 나타났다(보건복지부, 2017). 65세 노인 100명 중 21명이 노인 우울증이 있으며, 10명은 치매 환자라고 할 수 있다.

보은재가노인통합지원센터(군산시, 전은실 원장)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국형노인우울간편척도검사 결과 6점 이상 점수 대상자를 선정하여 우울 예방을 위한 반려식물 키우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5문항의 한국형노인우울간편척도검사지(K-SGDS)는 총점의 범위가 0~15점으로 선별 기준은 5점 이하는 정상, 6~9점은 중등도 우울 증상, 10점 이상은 우울증이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센터의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에게 한국형노인우울간편척도검사지(K-SGDS) 전수조사를 한 결과, 18.6%가 10점 이상의 우울증이 있다고 대답하여 우울대상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우울 대상자의 우울감 감소와 정서적 지원을 위해 8회에 걸쳐 우울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반려식물 키우기로 화분에 담은 패랭이잔듸
▲ 반려식물1 반려식물 키우기로 화분에 담은 패랭이잔듸
ⓒ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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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할 때 "흙이 떨어져서 집이 지저분해져서 싫다, 화초 키우는 것 안 좋아해서 싫다, 나는 그런 것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왜 우울감이 있냐,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냐, 다른 사람이나 가서 해라"라는 반응이 많았다. 우울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생활지원사의 간절한 설득에 어르신은 걱정하고 염려했던 것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렇게 하면 뿌리가 썩어, 그럼 물이 안 빠지지, 흙을 꼭꼭 눌러야지 뿌리가 자리를 잘 잡지"라며 더 애지중지 화초를 심었다.

'내가 언제 싫다고, 안 한다고 했냐'는 듯이 직접 화분에 그림을 그리고 꼼꼼하게 흙을 덮어주고 꾹꾹 눌러 뿌리가 자리를 잘 잡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서 심고 계시는 모습을 보며 웃음이 절로 났지만, 꾹꾹 참으며 흙을 토닥거렸다.
  
햇볕 잘 드는 창가에 볕을 쐬어주는 반려식물
▲ 반려식물2 햇볕 잘 드는 창가에 볕을 쐬어주는 반려식물
ⓒ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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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가 흐른 뒤 방문했을 때 "이리 와 봐"라며 아이처럼 환한 얼굴로 손을 이끌어 향한 곳은 창가에 피어 있는 반려식물 앞이었다. "꽃대가 올라왔어 여기 봐, 꽃이 피었잖아"라고 자랑하셨다. 치매와 우울증으로 한겨울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나가 길을 잃고 헤매다 전에 살던 동네 길가에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름이여, 예쁘지?"라며 불러보는 아이 같은 얼굴, 하기 싫다고 한쪽에 던져두려던 걸 억지로 심고 이름 붙이고 이젠 시들어 죽을까 봐 걱정이 앞선다는 수줍게 화분을 보여주시는 남자 어르신, "우리 손주 이름이여"라며 멀리 떨어져 살아서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해서 불러보기도 힘든 손주 이름을 부르셨다.

4주 후에 방문한 어르신은 스케치북에 화초 그림과 글을 쓰고,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다. 모두가 화가고, 시인이고, 작가다.
  
반려식물을 키우면서 날아든 참새를 바라보고 지은 자작시
▲ 참새 두 마리 반려식물을 키우면서 날아든 참새를 바라보고 지은 자작시
ⓒ 이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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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두 마리(이송기, 여, 76세, 가명)

참새 두 마리가 놀러 왔구나. 아직 피지 않고 망울망울 맺혀 있는 꽃사이로 폴짝폴짝 뛰며 재미있게 놀고 있구나. 봄바람이 솔솔 꽃나무가 한들한들 그 사이에서 보였다 안 보였다 둘이서 숨바꼭질하는 것처럼 놀고 있구나.
  
반려식물 키우기 이름을 지어주고 이름으로 시를 지었음
▲ 사랑이와 소망이 반려식물 키우기 이름을 지어주고 이름으로 시를 지었음
ⓒ 두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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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와 행복이(두연이, 84세, 여, 가명)
사랑이와 소망이 우리 집에 오는 날 차가운 봄이었다. 지금은 따듯한 봄기운이 완연한 늦봄날. 사랑으로 아침저녁 돌본 결과 꽃이 피었다.

언젠가부터 점점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신체와 깜빡거리는 기억력, 자신의 말이 자식들에게는 잔소리로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생각에 평소에 대화할 때도 입을 꾹 다물게 된다며 "내가 말하면 듣지도 않아, 뭐 그런 소리를 하세요, 요즘은 안 그래요, 그럼 하세요!" 이런다며 쓴웃음을 짓는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유여정(87·여·가명) 어르신은 "내가 요즘 이 녀석 꽃피는 모습 보고, 물 주는 재미로 살아"라며 정성껏 물을 주시고, 채미남(84·남·가명) 어르신은 "집안에 그거 하나 있다고 분위기가 달라졌어, 고마워"라며 햇볕이 드는 시간에 창가에 옮겨놓고, 해가 들어가면 다시 잘 보이는 소파 옆에 옮겨 시선이 가는 대로 지켜보신다고 했다.

처음에 '가져가'라며 언제 화를 냈냐는 듯 화초를 들고 환하게 웃으시는 어르신을 보며 조그마한 것들이 일으키는 작은 바람이 큰 변화를 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늗도 전화 한 통이 울렸다. 평소 술을 많이 드셔서 걱정인 남자 어르신은 상기된 목소리로 언제 물을 주고, 일주일에 몇 번을 주고, 햇볕이 좋은데 밖에 내놔도 괜찮은지, 뜨거우면 죽지는 않는지 세세하게 물어보고 또 물어보셨다.

노인맞춤 돌봄서비스 생활 교육의 우울 예방을 위해 진행한 프로그램이 어르신 한 분 한 분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었다. 총 8회기로 앞으로 진행될 5회기 동안 참여하신 어르신들에게 작은 변화가 큰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노인맞춤 돌봄서비스는 기존의 6개 노인돌봄사업(노인돌봄기본서비스, 노인돌봄종헙서비스, 단기가사서비스, 독거노인사회관계활성화, 초기독거노인자립지원, 지역사회자원연계)을 통합해서 2020년에 새롭게 시작되었으며, 안전지원, 사회참여, 생활교육, 일상생활지원, 자원연계 등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신청 자격은 65세 이상 기초연금,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이면 거주하는 지역의 읍면동 주민센터에 직접방문, 혹은 우편, 전화로 신청할 수 있다.

화초는 행복을 싣고, 우울은 바람을 타고~
노인우울이여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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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인우울, #우울예방프로그램, #반려식물,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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