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FC와 울산 현대 게임(4월 25일)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의 코너킥 세트 피스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울산 현대 게임(4월 25일)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의 코너킥 세트 피스 순간 ⓒ 심재철


선수들이 좀 치쳤나보다. 아니면 최근 논란이 더 커진 심판 판정 때문에 무언의 파업을 펼친 듯하다. 매 라운드 여섯 게임을 치르고 있는 K리그1에서 합친 골 숫자가 한 자릿수는 이례적이다. 지난 11라운드 10골 기록도 보기 드문 현상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기어코 한 자릿수 '6골'만 찍혔다. 2014년 10월 4일과 5일 열린 6게임에서 단 4골이 찍힌 이후 역대 두 번째 최소 득점 기록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리그 일정을 축소하여 운영한 2020 시즌 K리그1 총 27라운드 기록을 살펴도 한 라운드 6게임 합산 골 수가 한 자릿수로 나온 경우는 없었다. 지난 시즌 7월~8월 사이 세 번의 라운드(12, 15, 17R)만 '10골'이 나왔고, 이번 시즌 11라운드(4월 20일, 21일)에도 10골이 나온 것이 가장 적은 득점 기록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6골'로 끝난 이번 라운드는 허전한 느낌이 크다. 지난 해 7월 4일과 5일 이틀 사이에 열린 6게임에서 무려 28골(게임 당 4.66골)이나 터지며 TV 앞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던 추억을 떠올리면 이번은 영락없이 '새 발의 피'다.

대구 FC '에드가', 3게임 연속 1-0 결승골

이번 12라운드 여섯 게임 6골의 기근 속에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은 팀이 대구 FC다. 지난 수요일(4월 21일) 밤 9시 30분쯤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11라운드를 끝내고 겨우 이틀 쉰 다음, 토요일(4월 24일) 오후 4시 30분 광주 전용구장 어웨이 게임을 뛴 대구 FC는 3게임 연속 승리의 휘파람을 불며 피곤함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돌아온 골잡이 에드가의 짜릿한 결승골이 대구 FC 팬들을 기쁘게 만들어주었다. 74분에 광주 FC 수비수 이민기의 오른발에 잘못 맞은 공이 에드가 앞으로 굴러와 운 좋게 밀어넣기를 성공시킨 것이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일정을 6월 이후 몰아서 진행하는 것, FA(축구협회)컵 3라운드(4월 14일) 일정까지 맞물려 K리그 1 일정은 최근 숨가쁘게 돌아가야 했다. 여기서 가장 뜻 깊은 실속을 차린 팀이 바로 대구 FC다. FA컵 이후에 열린 세 번의 라운드에서 3게임 전승을 거둔 팀은 대구 FC뿐이다. 모두 1-0 승리, 결승골 주인공도 모두 '에드가'였다.

대구 FC 뒤를 이어 최근 3게임을 치르며 승점 7점을 챙긴 두 팀(포항 스틸러스, 제주 유나이티드)이 이번 라운드 첫 게임에서 묘하게도 득점 없이 비겼다.

수원 블루윙즈도 최근 세 게임 2승 1패를 거둬 승점 6점을 챙겼는데, 이번 라운드 성남 FC와의 어웨이 게임 82분에 물 오른 왼발 이기제가 직접 프리킥 결승골을 터뜨렸다. 4월 21일(수)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주며 패한 아픔을 조금이나마 씻어낸 듯 보였다.
 
 K리그1 현재 순위와 최근 3게임 기록 비교표

K리그1 현재 순위와 최근 3게임 기록 비교표 ⓒ 심재철

 
108초만 뛰고 벤치로 불려온 U22 선수들

최근 세 게임을 통해 승점을 9점이나 챙긴 대구 FC에 비해 성남 FC는 '승점 0'이라는 초라한 중간고사 통지표를 받아들었다. 그들에게는 정말로 '잔인한 4월'이 된 셈이다. 

그래도 성남 FC는 지난 11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1-3 패)에서 1골이라도 넣었는데, 우승 후보로 불리는 울산 현대는 최근 3게임 동안 무득점에 그치며 4월 일정을 끝냈다. 이 무득점 연속 기록을 감안하면 최근 3게임을 뛰며 승점 2점(2무 1패, 0득점 3실점)을 얻은 것이 놀랍다.

울산 현대는 25일 오후 2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만났는데 후반전 여러 차례 얻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모두 놓쳤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이태희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49분 이동준 오른발 슛, 65분 김인성 오른발 슛)에 막힌 것도 있지만 눈을 씻고 다시 봐야 할 정도로 아쉬운 실수도 눈에 띄었다.

85분에 울산 현대의 날개 공격수 김인성에게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지만 그의 왼발을 떠난 공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왼쪽 옆그물에 걸렸고, 후반전 추가 시간도 거의 다 끝날 무렵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바로 앞에서 김인성이 오른발로 찬 슛이 왼쪽 기둥 하단을 때리고 나왔다. 리그 순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울산 현대가 참 안 되는 일요일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 울산 현대 김인성의 슛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왼쪽 기둥 하단에 맞는 순간

후반전 추가 시간 4분, 울산 현대 김인성의 슛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왼쪽 기둥 하단에 맞는 순간 ⓒ 심재철

 
같은 일요일 오후 4시 30분에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시작된 수원 FC와 FC 서울의 게임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감독의 결정이 나왔다. 팀 내부에서는 게임 전에 협의된 일이기는 하겠지만 게임 시작 후 108초(1분 48초)만에 수원 FC 22세 이하 멤버 둘이 한꺼번에 그라운드 밖으로 나와야 했다.

수원 FC 김도균 감독은 스타팅 멤버들이 땀도 흘리지 않았을 법한 바로 그 시간에 공격형 미드필더 조상준과 이영준을 빼고 김승준과 한승규를 들여보냈다. 108초만에 벤치로 불려온 어린 두 선수들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지만 부상 회복이 안 된 선수단 사정을 잘 모르는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씁쓸한 표정으로 읽혔다.

이 장면이 상징하듯 이번 12라운드에는 22세 이하 선수들의 공격 포인트 기록이 하나도 쌓이지 않았다. 그리고 거짓말 같은 극장 동점골이 바로 이 게임에서 나왔다. 마치 너무 이른 시간 선수 교체를 단행한 홈 팀을 꾸짖는 듯 어웨이 팀 FC 서울의 극장 동점골이 팔로세비치의 페널티킥으로 찍혔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 53초였다. 묘하게도 팔로세비치는 이번 시즌 가장 늦게 터진 골(4월 7일 울산 현대 3-2 FC 서울, 팔로세비치 90+5분 51초)의 주인공이다.

2021 K리그 1 12라운드 결과(왼쪽이 홈 팀)

★ 포항 스틸러스 0-0 제주 유나이티드
- 관중 2041명

★ 광주 FC 0-1 대구 FC [득점 : 에드가(74분)]
- 관중 1265명

★ 강원 FC 1-1 전북 현대 [득점 : 고무열(45+2분,도움-임창우) / 쿠니모토(81분,도움-바로우)]
- 관중 2204명

★ 인천 유나이티드 FC 0-0  울산 현대
- 관중 1930명

★ 수원 FC 1-1 FC 서울 [득점 : 라스(78분,도움-박지수) / 팔로세비치(90+4분)]
- 관중 876명

★ 성남 FC 0-1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이기제(82분)]
- 관중 1360명

2021 K리그1 U22 득점 순위(총 149골 중 23골)
1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1999년 9월생) 5골
2 정상빈(수원 블루윙즈, 2002년 4월생) 3골 
2 김민준(울산 현대, 2000년 2월생) 3골
4 김봉수(제주 유나이티드, 1999년 12월생) 1골
4 강현묵(수원 블루윙즈, 2001년 3월생) 1골
4 엄지성(광주 FC, 2002년 5월생) 1골
4 이성윤(전북 현대, 2000년 10월생) 1골
4 구본철(인천 유나이티드, 1999년 10월생) 1골
4 김진성(FC 서울, 1999년 12월생) 1골
4 정한민(FC 서울, 2001년 1월생) 1골
4 이중민(성남 FC, 1999년 11월생) 1골
4 김대우(강원 FC, 2000년 12월생) 1골
4 엄원상(광주 FC, 1999년 1월생) 1골
4 조상준(수원 FC, 1999년 7월생) 1골
4 고영준(포항 스틸러스, 2001년 7월생) 1골

2021 K리그1 13라운드 일정(왼쪽이 홈 팀)
☆ FC 서울 - 성남 FC [4월 30일(금) 오후 7시 30분, 서울 월드컵]
☆ 수원 FC - 대구 FC [5월 1일(토) 오후 2시, 수원 종합]
☆ 수원 블루윙즈 - 포항 스틸러스 [5월 1일(토) 오후 4시 30분, 수원 빅 버드]
☆ 울산 현대 - 광주 FC [5월 1일(토) 오후 7시, 울산 문수]
☆ 전북 현대 - 제주 유나이티드 [5월 2일(일) 오후 4시, 전주성]
☆ 인천 유나이티드 FC - 강원 FC [5월 2일(일) 오후 4시 30분, 인천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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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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