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기다릴 때, 학습할 때, 잘 때까지도 저희는 다양한 음향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신나는 가요 음악,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으며 일상에서 발생하는 소리와 함께할 수도 있습니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초여름 새벽에 내리는 잔잔한 빗소리, 깊은 밤 벽난로 장작 소리처럼 편안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백색소음이 그 예입니다.

특정 경우의 백색소음은 짧은 시간 동안 직접 경험하는 경우에만 들을 수 있다는 제약이 있는데요, 최근 ASMR 콘텐츠가 급증하면서 시간적, 공간적 제약 없이 본인이 원하는 소리로 일상을 채울 수 있게 됐습니다.

메이크업·피부관리도 소리로... ASMR의 세계

위키백과 등에 따르면, ASMR은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즉, 자율 감각 쾌감 반응의 약자입니다. 주로 청각을 중심으로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후각적, 또는 인지적 자극에 반응해 나타나는, 형언하기 어려운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 등의 감각적 경험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처마 밑 빗소리는 어릴 적 처마 밑에 앉아 바라보던 울창한 숲과 선선한 바람을 회상하게 합니다. 낙엽을 밟는 소리는 알록달록하게 물든 단풍나무가 길게 늘어선 거리와 낙엽 위를 걷는 느낌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ASMR의 콘텐츠는 다양화되면서 목적과 용도가 세분화됐습니다. 광고 산업에서는 식품 분야의 광고 마케팅을 식품을 한 입 베어 먹는 소리, 기름에 튀기는 소리 등을 주된 광고 요소로 구성해 제작하기도 합니다.

ASMR의 집중력 강화 효과를 노리고 시각과 청각으로 미각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화장품이 피부에 닿는 소리로 화장품 성분의 가벼움과 촉촉함을 강조하는 광고도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 콘텐츠 산업에서도 ASMR의 다양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슬라임을 만지는 ASMR은 시각과 청각으로 촉각을 자극합니다. 영상에서 슬라임의 색감과 만지는 소리는 소비자의 시각과 촉각을 자극해 구매로 이어지게 합니다. 다양한 색상과 재질, 표면과 모양의 재료가 유행하게 되고 슬라임 거래 시장을 구축하면서 관련 산업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다, 특정 단어 ASMR은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 대고 작게 속삭이듯 말하는 형식입니다. 중요한 얘기를 귓속말로 전달하는 것처럼 속삭이는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를 의도한 것입니다. 이외에도 먹는 방송 ASMR, 메이크업 ASMR, 피부 관리 ASMR 등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주제로 해서 영상을 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익숙한 소리와 반복적인 자극으로부터 오는 안정감과 청각적 요소에 초점을 맞춰 집중력을 향상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생활 속의 소리가 아닌 우리가 흔히 듣지 못하는 독특한 소리를 주제로 하는 ASMR도 존재합니다. 영화나 소설 속 가상 상황을 설정해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ASMR입니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의 등장인물인 드레이크 말포이의 속삭임 ASMR, 헤르미온느의 공부 ASMR 등 해리포터 시리즈 팬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음향이 연상되는 이미지와 함께 제작됐습니다. 계속 같은 소리만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실제 있는 듯한 효과를 위해 동일한 주제의 ASMR 속에서도 말포이의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 책장을 넘기는 소리, 벽난로 소리 등 구성이 다양합니다. 영화 애호가들의 호기심과 재미를 충족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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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잠 nz ambience의 해리포터 ASMR 낮잠 nz ambience의 해리포터 ASMR
ⓒ 유튜브 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일정한 잡음이 주는 안정감

개인마다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시기가 다르고 감각적 척도가 다르기에 취향에 맞는 ASMR를 선택해 듣습니다. 학습할 때를 예로 들면, 독서실에서 연필의 사각사각 소리,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같이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 집중이 잘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대나무 바람 소리, 계곡 물 소리처럼 자연 속에서 공부하는 느낌이 집중력을 강화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백색소음은 일상 속에서 들을 수 있는 일정 소리가 반복되는 것으로 특별한 스펙트럼을 갖는 잡음을 의미합니다. 2014년 4월 9일자 <사이언스타임스> 기사는 "주파수와 관계없이 일정한 연속 스펙트럼을 갖고 있으며 소정 주파수 범위 내에서 1옥타브당 포함되는 성분의 세기가 주파수 위치와 관계없이 일정한 잡음"이라과 소개합니다.

또한 이 매체는 "한국 산업 심리 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중력의 47.7% 향상 효과와 기억력 9.6% 향상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발표됐다"며 "스트레스 또한 27.1% 감소할 수 있으며, 학습 시간을 13.63%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어 공부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백색소음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고 전합니다. 

심리 안정 효과를 치료용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ASMR도 존재합니다. 고요한 밤 비행기 소리, 수면 델타파 등 본인의 취향에 맞는 ASMR을 선택해 최소 1시간에서 8시간 이상 백색소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조용한 소음이 일정하게 반복되면서 익숙해지고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 편안함이 숙면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숙면을 취하고자 하는 시간에 취향에 맞는 백색소음을 선택할 수 있어 원하는 분위기를 반복해 조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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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 ASMR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 ASMR
ⓒ 유튜브	관련사진보기

 
청각 요소를 반복해 인간의 뇌에 일정한 자극을 주는 백색소음도 있지만 일정하지 않은 청각 요소지만 상황에서 주는 편안함을 목적으로 제작한 ASMR도 존재합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전처럼 야외활동과 외국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카페에서의 백색소음, 해외 길거리의 백색소음 등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자 듣습니다. 백색소음과 어울리는 음악을 넣어 함께 제작하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기도 하고 새로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쾌락을 느끼기도 합니다. 휴대전화, 노트북 등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고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ASMR을 접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 혹은 긴 시간 동안 업무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저마다 목적과 이용이 다르지만, 긍정적인 영향에 치우쳐져 활용하면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장시간 백색소음, ASMR에 노출되면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으며 이어폰의 장시간 사용으로 소음성 난청의 위험성이 증가할 확률이 높습니다. 본인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시간 동안 ASMR을 활용해야 합니다.

본인 일상의 순간을 더 능률적으로 채워나가고자 ASMR을 듣는 사람들도 있고 스트레스, 외부 자극으로부터 본인을 치유하고자 ASMR을 듣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문득 기억나는 공간과 시간의 주변 소리가 그리워서, 특정 공간과 설정에서 몰입하고자 하는 목적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복되는 소리로 청각 기관을 자극하여 외부 요소를 통제함으로써, 편안한 시각 및 공간 요소를 연상하게 함으로써 소리는 인간의 감정을 결정하는 데 주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듣는 순간만큼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잠시 멀어지고 본인이 좋아하는 소리와 함께할 수 있습니다. 각자 취향과 목적에 맞는 음향을 선택하기 때문에 본인의 시간을 채워나갈 기회를 자기 스스로 제공하는 하는 셈입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필요한 소리는 무엇인가요. 취향에 맞는 ASMR, 백색소음을 선택해 일상을 채워나가 보는 것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