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 서산시 동문동 오층석탑 옆에 눕힌 채로 둔 석불입상.
 충남 서산시 동문동 오층석탑 옆에 눕힌 채로 둔 석불입상.
ⓒ 독자 제공

관련사진보기

 
충남 서산시가 문화재로 추정되는 석불입상을 문화재청에 신고하지 않은 채 2년 넘도록 매장해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행정관청이 관련 법률에 따른 조사·보존 절차를 알아보지도 않고 임의로 처리해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3일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서산시는 2018년 6월 문화재지정구역 정비사업 전 동문동 오층석탑 및 당간지주(충청남도 유형문화재 195·196호) 유적 발굴조사를 진행하던 중에 석불입상을 발견했다. 오층석탑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찾은 석불입상은 얼굴 부분이 없는 상태였다.

동문동은 예로부터 대사동(大寺洞)으로 불렸으며, 고려시대에 큰 절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문동 오층석탑은 고려시대의 전형적인 석탑 양식을 갖췄고, 동문동 당간지주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적 주변에서 발견된 석불입상 역시 관련 문화재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매장문화재법(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17조에 따라 발견된 매장문화재는 모양이나 상태를 건드리지 말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발견신고는 7일 이내에 해야 하며, 문화재청 또는 경찰서장, 자치단체장에게 알릴 수 있다. 대신 신고를 접수받은 기관은 지체 없이 문화재청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서산시는 석불입상 발견 사실을 문화재청에 알리지 않고 오층석탑·당간지주가 있는 구역에 묻었다.

2년 뒤인 2020년 7월 서산시는 문화재지정구역 정비사업을 실시하면서 해당 석불입상을 다시 파냈지만 이번에도 조사·보존을 위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또 매장했다.

이 과정에서 석탑 인근에 눕혀둔 석불입상을 시민 A씨가 발견했다. 문화재동호회 회원인 A씨는 서산시에 '문화재일지도 모를 석불입상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냐'고 항의했다. 그럼에도 적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서산시의 대응에 문제의식을 느낀 A씨의 동호회 회원들은 서산시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다. 같은 동호회원인 경남 진해여고 교사인 김현동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동문동 석불입상 보존을 청원하기도 했다.

급기야 서산시는 지난 7일 문화재청에 신고했다. 석불입상을 처음 발견한 지 2년 10개월 만이다.

서산시 "보관할 데 없어 매장"... 문화재청 "요청하면 보관기관 지정해줘"
 
충남 서산시는 발견된 석불입상을 문화재청에 신고하지 않은 채 매장했다. 사진은 매장되기 전 석불입상.
 충남 서산시는 발견된 석불입상을 문화재청에 신고하지 않은 채 매장했다. 사진은 매장되기 전 석불입상.
ⓒ 독자 제공

관련사진보기

 
서산시는 김현동씨의 청원에 "(석불이) 언제, 어디서 조성돼 그곳에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문화재로 지정된 오층석탑 및 당간지주와의 연관성 또한 문헌상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다만, (석불입상이) 도심지역 도로변에 있어 도난 또는 유실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 유물의 임시 보호를 위해 동문동 문화재 구역으로 옮겨와 임시로 매장 보호조치하고, 발견 위치와 사진, 보관 위치 등은 기록화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유물의 관리방안 마련을 위해 문화재청과 협의 중에 있으며 현재 유물평가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면서 "문화재청의 유물 평가 및 국가 귀속 여부 판단 후 보존방안이 결정되면 이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이같은 사실을 언론에 알린 제보자는 "석불입상을 발견했을 당시 서산시가 문화재청에 신고하지 않고 매장한 것은 심각한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라면서 "특히 행정관청이 현행 법률을 모르고 그런 식으로 일처리를 한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시민들의 민원제기에 마지못해 문화재청에 신고한 건 한심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서산시 관계자는 22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문화재청에 보고 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추후 조사를 위해 매장했을 뿐 방치는 아니다"라며 "당시 마땅히 (석불입상을) 보관할 박물관 등이 없어 협의를 통해 매장하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발굴문화재는 발견 사실을 문화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걸 몰랐나'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 발견 신고가 안 되는 경우는 드물다"라면서 "(문화재 발견) 신고와 조사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매장한 것은 문제가 있다. 수장고 등과 같은 보관 시설이 없을 경우 문화재청에 요청하면 보관 기관을 지정해 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석불입상 관련해서는) 현재 조사 중으로, (매장 과정에서) 문화재 원형이 훼손됐을 경우 처벌 받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에 접수된 동문동 석불입상은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5월 초 평가조사할 예정이다.  

태그:#서산시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