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라운드 여섯 게임, 겨우 10골만 나왔다. 이번 시즌 K리그 1 라운드 중 이렇게 적은 골(게임 당 1.66골)이 나온 경우는 처음이다. 9라운드에서 가장 많은 17골(게임 당 2.83골)이 나왔고 4라운드, 7라운드, 10라운드에서 각각 12골(게임 당 2골)씩 나온 것이 라운드별 최소 골 기록이었다. 지나간 시즌 기록들을 살펴도 보기 드문 골 가뭄 현상이 바로 이번 11라운드에 나타났다.

미리 보는 K리그 1 챔피언 결정 1차전이라며 잔뜩 기대했던 울산과 전북의 시즌 첫 대결조차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처럼 0-0으로 끝났으니 더 볼 것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번 라운드에 좀처럼 보기 드문 기록 하나가 나왔다. 10골 중 무려 6골을 헤더 슛으로 넣은 것이다. 머리(brain)가 중요한 축구에서 정말로 머리(head)가 요긴하게 쓰인 셈이다.

인천(仁川), 탄천(炭川)에서 꼴찌 벗어나다

지난 10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게임에서 0-3으로 완패하여 홈팬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다시 1부리그 최하위로 미끄러졌다.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에게는 낯선 느낌이 아니었지만 FA(축구협회)컵 일정까지 포함하여 최근 6게임을 치르면서 1무 5패(1득점 15실점)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니 어깨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11라운드 일정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상위권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온 성남 FC와의 어웨이 게임이었기에 암담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그곳 탄천 종합운동장은 약속의 땅이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그곳에서 좋은 기억들을 많이 남기고 돌아왔던 것이다. 바로 지난 시즌에는 6-0이라는 보기 드문 대승 기록을 거기에서 찍었고, 2019 시즌에도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의 기막힌 프리킥 결승골로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난 21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인천유나이티드의 K리그1 11라운드 경기 장면.

지난 21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인천유나이티드의 K리그1 11라운드 경기 장면. ⓒ 한국프로축구연맹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가 수요일(4월 21일) 밤 바로 그곳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다시 한 번 활짝 웃었다. 이번 라운드 10골 중 무려 4골이 탄천종합운동장 게임 후반전에 나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의 조성환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팀의 주장 김도혁을 들여보냈고 거짓말처럼 10분 만에 귀중한 첫 골을 그가 만들어줬다. 오른쪽 측면에서 정동윤의 전진 패스를 받은 김도혁이 성남 FC 안영규를 따돌리는 첫 터치부터 남달랐다. 그리고는 오른발 크로스를 부드럽게 넘겨줘 네게바의 헤더 골을 이끌어낸 것이다. 김도혁이 잘 쓰는 발은 왼발이지만 오른쪽 끝줄 앞에서 올라간 오른발 크로스가 자로 잰 듯 날아가 네게바의 이마를 빛낸 것이다. 성남 FC 수비수들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키다리 골잡이 김현에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네게바는 마크맨도 없이 자유롭게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인천 유나이티드는 66분에 교체 카드 한 장을 더 썼다. 귀중한 첫 골을 넣은 네게바를 빼고 송시우를 들여보낸 것이다. 여기서 또 믿기 힘든 인천 유나이티드의 추가골이 이어졌다. 바꿔 들어온 지 단 2분만 에 송시우가 오른쪽 측면을 흔드는 짧은 패스를 밀어주었고 이 공을 받은 오재석이 오른쪽 끝줄 바로 앞에서 성남 FC 이규성을 절묘하게 피해 포물선을 그리는 오른발 크로스를 올려주었다. 이 공이 김현의 이마에 정확하게 전달된 것이다. 김현 바로 앞에는 성남 FC 수비의 중심 이창용이 있었지만 높이 싸움이 되지 못했다. 이번에도 성남 FC 베테랑 골키퍼 김영광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노련한 골키퍼라도 헤더 슛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었다.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어웨이 게임 후반전을 2-0으로 앞서나간다는 것은 여간 낯선 일이 아니었다. 홈 팀 성남 FC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이 두 번째 골을 내준 뒤 3분 만에 코너킥 세트 피스로 한 골을 따라붙은 것이다. 후반전 교체 선수 이스칸데로프가 71분에 왼발로 올린 오른쪽 코너킥을 김민혁이 뒤로 돌아들어가며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를 따돌리고 이마로 꽂아넣었다.

성남 FC는 비교적 빨리 따라붙으며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했지만 4분 뒤에 주장 완장을 찬 이태희가 핸드 볼 반칙을 저지르는 바람에 추격의 불씨가 금방 꺼지고 말았다. 75분, 인천 유나이티드의 독보적인 플레이 메이커 아길라르가 왼발로 올린 측면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델브리지의 헤더 패스를 받은 센터백 김광석이 오른발 인사이드로 찬 슛을 김영광 골키퍼가 우선 막았지만 바로 앞에 있던 이태희가 왼팔을 뻗는 바람에 VAR(비디오 판독 심판) 카메라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페널티킥 추가골도 묘하게 이루어졌다. 김현이 찬 페널티킥을 성남 FC 골키퍼 김영광이 정확하게 몸을 날려 잡아냈지만 이번에도 VAR 카메라가 결정적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김현의 킥 순간보다 먼저 김영광 골키퍼의 발이 골 라인 앞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잡아낸 것이다. 그 덕분에 인천 유나이티드는 급하게 키커를 아길라르로 바꿨고 왼발 인사이드 킥은 김영광을 반대쪽으로 속이고 굴러들어갔다.

헤더 골 터진 4게임, 모두 결승골 그것

이처럼 탄천에서 나온 4골 중 무려 3골이 헤더 골이다. 이밖에 세 게임에서 각각 1골씩 헤더 골이 더 들어가 이번 라운드 헤더 골 비율이 60%로 찍힌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전 10라운드 12골 중 헤더 골은 3골(25%), 9라운드 17골 중 헤더 골은 5골(29.4%)이었다. 특히, 헤더 골이 터진 네 게임의 그것 모두가 결승골이니 더 특별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제주 유나이티드가 FC 서울과의 홈 게임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뒀는데 바로 그 역전 결승골도 헤더 골이었다. 64분, 오른쪽 코너 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정운의 헤더 패스를 받은 골 넣는 수비수 권한진이 이마로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그리고 이 게임들보다 하루 먼저 화요일 저녁에 열린 두 게임이 모두 1-0으로 끝났는데 공교롭게도 그 결승골들이 역시 헤더 골이었다.

춘천 송암 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 FC와의 어웨이 게임 87분, 광주 FC의 왼쪽 측면 프리킥 세트 피스가 짜릿한 극장 결승골로 이어졌다. 헤이스가 감아올린 크로스를 이한도가 머리로 절묘하게 방향을 바꾼 것이다. 포항 스틸야드에서도 송민규가 또 한 번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을 자랑했다. 수원 FC와의 홈 게임 80분, 교체 선수 고영준의 오른쪽 크로스가 길게 넘어오는 것을 보면서 돌아들어간 송민규가 절묘한 헤더로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부끄러운 판정 논란 추가

필드 플레이어들이 이처럼 머리를 기막히게 쓴 것과는 다르게 일부 심판들은 VAR 관련 규정을 두고도 심각한 판정 논란을 일으켜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수요일 저녁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 FC와 수원 블루윙즈의 게임에서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64분, 대구 FC의 역습 기회에서 안용우의 왼발 인사이드 킥이 골문 방향으로 골키퍼를 피해 굴러가는 순간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 미드필더 최성근이 미끄러지며 그 공을 쳐냈다. 

곧바로 김영수 주심은 휘슬을 불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최성근이 무릎으로 미끄러지며 막은 공이 최성근의 오른팔 쪽으로 튀어올라 밖으로 나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영수 주심은 VAR 온 필드 뷰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VAR 룸에서 보내오는 무선 연락만을 듣고는 최성근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대한축구협회 심판평가 소위원회(2021년 4월 22일 개최)에서는 이 판정에 대해 주심의 핸드 볼 파울 판정을 뒤집을 수 있는 명백한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퇴장 및 페널티킥 판정을 존중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장에서 대응한 것도 미흡했지만 대한축구협회 심판평가 소위원회의 결정 또한 축구팬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여러 대의 판독용 카메라로 핸드 볼 반칙을 입증할 수 있는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2021 K리그 1 11라운드 결과(왼쪽이 홈 팀)

★ 강원 FC 0-1 광주 FC [득점 : 이한도 헤더 골(87분,도움-헤이스)]
- 관중 1025명

포항 스틸러스 1-0 수원 FC [득점 : 송민규 헤더 골(80분,도움-고영준)]
- 관중 1369명

★ 울산 현대 0-0 전북 현대
- 관중 3232명

★ 성남 FC 1-3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김민혁 헤더 골(71분,도움-이스칸데로프) / 네게바 헤더 골
(55분,도움-김도혁), 김현 헤더 골(68분,도움-오재석), 아길라르(81분,PK)]
- 관중 634명

대구 FC 1-0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에드가(73분,PK)]
- 관중 2037명

제주 유나이티드 2-1 FC 서울 [득점 : 김봉수(18분,도움-이규혁), 권한진 헤더 골(64분,도움-정운) / 신재원(3분,PK)]
- 관중 1934명

2021 K리그1 U22 득점 순위(총 143골 중 23골)
1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1999년 9월생) 5골
2 정상빈(수원 블루윙즈, 2002년 4월생) 3골 
2 김민준(울산 현대, 2000년 2월생) 3골
4 김봉수(제주 유나이티드, 1999년 12월생) 1골
4 강현묵(수원 블루윙즈, 2001년 3월생) 1골
4 엄지성(광주 FC, 2002년 5월생) 1골
4 이성윤(전북 현대, 2000년 10월생) 1골
4 구본철(인천 유나이티드, 1999년 10월생) 1골
4 김진성(FC 서울, 1999년 12월생) 1골
4 정한민(FC 서울, 2001년 1월생) 1골
4 이중민(성남 FC, 1999년 11월생) 1골
4 김대우(강원 FC, 2000년 12월생) 1골
4 엄원상(광주 FC, 1999년 1월생) 1골
4 조상준(수원 FC, 1999년 7월생) 1골
4 고영준(포항 스틸러스, 2001년 7월생) 1골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27점 8승 3무 23득점 7실점 +16
2 울산 현대 21점 6승 3무 2패 16득점 9실점 +7
3 제주 유나이티드 18점 4승 6무 1패 13득점 8실점 +5
4 포항 스틸러스 17점 5승 2무 4패 12득점 13실점 -1
5 수원 블루윙즈 15점 4승 3무 4패 12득점 9실점 +3
6 성남 FC 15점 4승 3무 4패 8득점 8실점 0
7 광주 FC 13점 4승 1무 6패 11득점 12실점 -1
8 대구 FC 13점 3승 4무 4패 10득점 15실점 -5
9 FC 서울 12점 4승 7패 12득점 14실점 -2
10 강원 FC 12점 3승 3무 5패 11득점 15실점 -4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10점 3승 1무 7패 12득점 21실점 -9
12 수원 FC 9점 2승 3무 6패 8득점 17실점 -9

2021 K리그1 12라운드 일정(왼쪽이 홈 팀)
☆ 포항 스틸러스 - 제주 유나이티드 [4월 24일(토) 오후 2시, 포항 스틸야드]
☆ 광주 FC - 대구 FC [4월 24일(토) 오후 4시 30분, 광주 전용]
☆ 강원 FC - 전북 현대 [4월 24일(토) 오후 7시, 춘천 송암]
☆ 인천 유나이티드 FC -  울산 현대 [4월 25일(일) 오후 2시, 인천 전용]
☆ 수원 FC - FC 서울 [4월 25일(일) 오후 4시 30분, 수원 종합]
☆ 성남 FC - 수원 블루윙즈 [4월 25일(일) 오후 7시, 탄천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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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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