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톤베리 라이브 앳 워디팜

글래스톤베리 라이브 앳 워디팜 ⓒ ㈜알프스

 
'인생의 버킷 리스트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글래스톤베리에 가는 것'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록 페스티벌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꿈의 무대', '영원한 버킷 리스트'로 여겨진다. 뮤지션들에게도 글래스톤베리에 서는 것은 꿈이다. 2011년 글래스톤베리 무대에 헤드라이너로 섰던 비욘세(Beyone)는 '자신의 꿈이 이뤄졌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페스티벌의 왕', 글래스톤베리
 

마이클 이비스(Michael Evis) 소유의 농장 워디 팜(Worthy Farm)에서 열리는 글래스톤베리는 1970년 이후 히피 문화의 영향을 받아 시작된 페스티벌이다. 글래스톤베리는 흔히 '록 페스티벌'로 알려져 있지만, 이 곳에서는 장르의 제한 없이 자유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음악 공연뿐 아니라 코미디, 춤, 연극, 서커스, 카바레 등 다양한 대중 예술을 만날 수 있다. 이 페스티벌의 정식 명칭이 '글래스톤베리 현대 공연 예술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 of Contempororary Performing Arts)인 것도 이 때문이다.
 
글래스톤베리는 역사와 규모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크고 작은 무대만 수십 개다. 지금까지 이 페스티벌을 거쳐 간 뮤지션들의 면모는 매우 화려하다. U2,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아델(Adele),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롤링스톤즈(The Rolling Stones), 비욘세(Beyonce), 오아시스(Oasis),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 등 위대한 뮤지션들이 헤드라이너를 장식했다. 대한민국의 최고은,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등 역시 이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했다.

매년 20만 명 정도 되는 인파가 워디 팜을 가득 채우며, 7만 6천여개 가량의 텐트가 이루는 장관 역시 볼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왔다 가는 만큼, 5년마다 '땅의 회복'을 위한 안식년을 지내는 것 역시 이 페스티벌만의 특징이다. 지난해, 2020 글래스톤베리는 50주년을 맞아 폴 매카트니와 켄드릭 라마,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롯한 쟁쟁한 뮤지션들을 무대에 세울 예정이었다. 그러나 '페스티벌의 왕'조차 팬데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5시간 동안 중계되는 '신성한 축제의 여정'
 
 글래스톤베리 라이브 앳 워디 팜

글래스톤베리 라이브 앳 워디 팜 ⓒ ㈜알프스


페스티벌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이들에게 흥미로운 소식이 있다. 오는 5월 23일, 글래스톤베리가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 <글래스톤베리 라이브 앳 워디팜>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번 온라인 공연은 유럽, 미주 동부권과 서부권, 아시아와 호주, 뉴질랜드까지, 4개의 시차에 따라 나뉘어 중계된다. 한국 시간으로는 5월 23일 저녁 6시에 방송될 예정인데, 공식 시청권은 4월 22일 오후부터 멜론 티켓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미 코로나 이후 1년 동안 수많은 온라인 콘서트가 개최되었기 때문에, 온라인 콘서트 자체는 낯설지 않다. 온라인 콘서트가 오프라인 콘서트의 현장성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시큰둥해 하는 경우도 많다. <글래스톤베리 라이브 앳 워디팜>의 차이는 장소다. 온라인 콘서트를 위해 만들어진 특별 스튜디오나 아티스트의 집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글래스톤베리가 열렸던 장소 '워디 팜'에서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글래스톤베리를 상징하는 피라미드 모양의 거대한 무대 '피라미드 필드(Pyramid Field)', 그리고 스톤 서클(Stone Circle)에서 그대로 공연이 진행된다. 이번 공연의 영상 제작은 콘서트 영상과 음악 다큐멘터리의 거장 폴 더그데일(Paul Dugdale), 영국의 드리프트(Drift)사, BBC 스튜디오 프로덕션 등에 의해 이뤄진다.
 
출연 라인업 역시 글래스톤베리의 명성에 걸맞는다. 우선 21세기 가장 성공한 록밴드인 콜드플레이(Coldplay)가 공연을 할 예정이다. 얼마 전에는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4년 만에 한국을 극비리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브릿팝 밴드 블러(Blur)와 고릴라즈(Gorillaz)의 리더인 데이먼 알반(Damon Albarn),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자매 밴드 하임(HAIM)이 라인업에 합류했다.
 
이외에도 최근 그래미 베스트 록 앨범 후보에 올랐던 싱어송라이터 마이클 키와누카(Michael Kiwanuka), 아이들즈(Idles), 카노(Kano), 울프 앨리스(Wolf Alice) 등이 공연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글래스톤베리에서는 라디오헤드(Radiohead)나 킨(Keane)처럼 굵직한 뮤지션들이 깜짝 손님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잦았다. 올해에도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뮤지션이 게스트로 등장해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밀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이 공연을 '5시간의 신성한 축제의 여정'이라 평했다. 이 공연의 상징성에 주목한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수만 명의 인파가 모이는 뮤직 페스티벌은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다행히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내년부터 투어 재개를 계획 중인 뮤지션들도 많다. 실외 뮤직 페스티벌이 다시 개최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위기에 빠진 공연계와 대중음악계가 회복할 시간도 필요하다. 그날이 돌아오기에 앞서, '글래스톤베리 라이브 앳 워디팜'은 잊고 있었던 감각을 되새기는 데에 도움이 될만한 무대다.
콜드플레이 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 데이먼 알반 락페스티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