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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사람과 사람' 안내 포스터
 전북CBS "사람과 사람" 안내 포스터
ⓒ 전북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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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26년 동안 진행돼왔던 전북CBS 시사프로그램 '사람과 사람'이 오는 23일(금요일) 방송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개편된다.

지역방송 네트워크 중 최장수 프로그램이었던 생방송 '사람과 사람'은 매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지역의 굵직한 이슈와 현안들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많은 도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장수 프로그램이다.

소민정·송규호 PD가 주축이 되어 진행했던 전북CBS의 '사람과 사람'은 그동안 지역 언론들도 외면했던 지역 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과 이슈들을 예리하게 파헤쳐 보도하면서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데 주력해 왔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도 유권자들의 알 권리와 올바른 선거정보를 위해 후보자 토론회와 공약검증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이목을 끌었다.

전북CBS는 '사람과 사람'에 이어 준비한 프로그램이 '컴온 라디오'를 통해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현안을 조명하고 서로를 연결하며 낮은 곳의 목소리를 확성시키는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다.
 
전북CBS '사람과 사람' 진행자들.
 전북CBS "사람과 사람" 진행자들.
ⓒ 전북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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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와 전화연결이 안 돼 마음 졸이는 꿈을 꾼 적도 많아"

그동안 '사람과 사람' 프로그램 연출을 맡으면서 기획과 섭외, 대본 정리 등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해온 소민정 PD는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볼 새 없이 다가올 시간에만 연연하느라 정작 마지막 방송에 대한 소회를 정리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취자들에 대한 감사의 글과 함께 앞으로 계획을 올려 많은 격려의 댓글이 이어졌다.

"'사람과 사람'은 프로그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소 PD는 "한 해 프로그램을 마칠 때마다 일년치 농사를 마무리하는 기분이었고, 자식과 같은 프로그램이었다"고 먼저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이 녀석이 잘되면 더할 나위 없는 희열과 기쁨을 느꼈고, 이 녀석이 잘못되면 속상해서 마음 앓이를 했던 시간들도 많았다"는 소 PD는 "대학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방송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던 제가 덜컥 이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 선배들에 이어 지역 정통 시사프로그램의 명맥과 CBS 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려 잠 못 이루던 날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또한 "한동안은 PD라는 이름이 부끄러워 선뜻 명함 한 장 건네지 못했던 시절도 수 년이었다"는 그는 "하루에 적게는 2개, 많게는 5개까지 작가 없이 혼자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시절도 있었기에 오후 5시만 되면 완성된 원고가 백지로 변해있거나 출연자와 전화연결이 안 돼 마음 졸이는 꿈을 꾼 적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소민정 PD
 소민정 PD
ⓒ 소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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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에는 신기하게도 꿈속의 장면들이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징크스가 생기기도 했다"고 밝히는 소 PD는 "그렇게 숱한 시간에도, '사람과 사람'이 오늘날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해주신 출연자와 청취자 여러분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쉬웠던 순간들을 이렇게 회고했다.

"방송 끝낼 시간이 다 돼 마무리 인사를 해야 할 적에도 "잠깐만요, 한마디만 더 할게요"라며 절박했던 심정을 드러냈던 어느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 지상파 방송 최초로 방송작가들의 비정규직 문제를 조명했다며 환영 성명서를 냈던 방송작가유니온.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은 상처에도 제작진을 믿고 제보해준 의대생 성폭행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 그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였고, 오랜 시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한편 "프로그램을 개편하기로 결정한 이후부터 줄곧 라디오가 지역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고만해왔다"는 소 PD는 "비록 라디오의 영향력이 예전만 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전북지역에서 CBS만이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을 무엇일지를 생각해보고 싶었다"면서 "그렇게 해서 준비한 프로그램이 '컴온 라디오'"라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커뮤니티 라디오에 함께해주시라는 중의적 표현을 담은 '컴온 라디오'는 앞으로 지역사회 현안을 조명하고 서로를 연결하며 낮은 곳의 목소리를 확성시키는 역할을 도맡고 싶다"며 "'사람과 사람' 종방이 많이 아쉽지만 많이 응원해 주고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2987일 동안 '사람과 사람'을 진행해주신 참여미디어연구소 박민 소장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15년 선후배 지간을 넘어 피디로서 존중해주시고 때론 멘토로 함께해주어서 대단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기독교인은 아니어도 CBS는 제가 가장 많이 듣는 라디오이자 언론매체" 응원  
 
'한국언론정보학회 2019년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연구기획안 피칭 세션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소민정 PD.
 "한국언론정보학회 2019년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연구기획안 피칭 세션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소민정 PD.
ⓒ 소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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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북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소 PD는 '로컬크리에이터를 통해서 본 지역성의 변화-로컬 씬(Scene)과 유튜브가 지역방송에 주는 함의-'란 제목의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하는 등 '한국언론정보학회 2019년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연구기획안 피칭 세션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학문적 이론을 겸비하는데도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이러한 소 PD의 글에 많은 청취자와 팬들이 댓글로 응원하고 격려해주었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짧은 기간 진행자를 맡았던 인연을 계기로 라디오란 매체의 매력을 알게 되고, CBS를 친정처럼 사랑하게 되었는데 이 프로그램이 종방한다니 마음이 참으로 헛헛하다"는 이재규씨는 "그동안 생방송 '사람과 사람' 제작에 헌신하신 많은 이름들 앞에 봄꽃다발 바친다"고 댓글로 격려했다.

이밖에 "기독교인은 아니어도 CBS는 제가 가장 많이 듣는 라디오이자 언론매체입니다. 계속 수고해주세요", "20여년 고정으로 사안별로 '사람과 사람' 과 맺은 인연, 인생의 호우시절로 남을 겁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장강의 물을 흘러가며 문득문득 빛을 던졌던 그 순간의 기억들은 오래오래 남을 것"이란 응원의 글들이 눈에 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전북CBS, #사람과 사람, #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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